[스페셜2]
[스페셜] B컷으로 보는 2016 한국영화 <아가씨>
2016-12-21
글 : 윤혜지

<아가씨> 이재혁 스틸 작가

촬영을 모두 마친 마지막날, 코우즈키(조진웅)의 무지막지한 손을 머리에 얹고 어린 히데코(조은형)가 해맑게 웃고 있다. 사진은 박찬욱 감독이 두 사람을 두고 사진집 <아가씨 가까이>에 실릴 스냅을 찍고 있는 모습. “감독님께서 이전에 <씨네21>과 인터뷰하며 ‘나는 영화감독이자 사진가’라고 말하신 적이 있잖나. 현장에서 내게도 종종 아이패드에 담긴 사진을 보여주시곤 했는데 그때마다 정물의 선과 공간을 예민하게 캐치하시는 데에 놀랐다. 이러려고 내가 스틸 작가를 했나. 자괴감이 든다. (웃음)”

더위에 넋이 나간 아가씨들? 아니다. 물론 습한 여름, 일본 촬영 중이라 덥기도 몹시 더웠지만 “5회차 촬영 중 김민희와 김태리가 키스 신을 처음 찍고 난 뒤라 잠시 지쳐서 쉬고 있는 모습”이란다. “내 사진 폴더에 있는 이 장면의 앞 사진들은 휴대폰으로 둘이 셀카 찍으며 다정히 얘기를 나누는 컷이고 촬영 직후 찍은 이 사진 뒤엔 김민희씨가 밖을 보고 멍 때리고 있는 컷이 이어진다. 첫 스킨십 촬영이라 이날 둘 다 무척 힘들었던 모양이다.”

“캔버스 속 못난이 숙희를 보고 현장에서 다들 어찌나 말이 많았는지 모른다. 이래봬도 미술팀 전문가들의 작품이다. (웃음)” 하정우의 어깨를 걸고, 히데코(김민희)가 그린 숙희(김태리)의 초상을 백작(하정우)과 히데코가 말없이 응시하는 인서트를 찍던 중이다. “실제로 화백인 정우씨도 황당해했다. 화백과 제자와 그 제자의 결과물이 참….” 깨알 같은 하정우 뒤편의 선풍기에도 주목. 하정우는 “전 스탭을 통틀어 가장 더위를 많이 탄 사람”이라고. “한여름 세트 안, 조명 아래서 슈트를 갖춰입고 촬영하려니 죽을 맛이었을 거다. 분장 보수를 위해 분장팀이 항시 선풍기를 들고 대기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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