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 주요 부문 수상자를 예측해보자
2017-02-20
글 : 송경원
글 : 이주현

1. 작품상

후보 <컨택트> <핵소 고지> <히든 피겨스> <라이언> <문라이트> <펜스> <로스트 인 더스트> <라라랜드>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씨네 21의 선택 - <문라이트>

<문라이트>가 받아야 한다. 마틴 스코시즈의 <사일런스>나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이 후보로 올라왔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올해는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다. 대세는 <라라랜드>에 기우는 모양새지만 흑인, 성소수자의 다양성 이슈를 전면에 내세운 <문라이트>에 대한 지지도 만만치 않다. 전미비평가협회 등 평단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데다 아카데미가 전통적으로 선호하는 주제를 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볼 만하다. “판을 뒤집는 걸작”이란 <롤링스톤>의 호평에 완전히 동의하긴 힘들어도 “긴 여운을 남기는 강렬한 영화”라는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평에는 수긍이 간다. 신예감독다운 재기발랄함뿐 아니라 깊이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아마도 오스카의 선택 - <라라랜드>

<라라랜드>가 받을 것이다. 올해 아카데미의 이변 중 하나는 중견 감독들의 굵직한 영화가 아닌 두 번째 장편영화를 완성한 젊은 피에 애정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라라랜드>와 배리 젠킨스 감독의 <문라이트>가 그 주인공이다. 아카데미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제74회 골든글로브에서 각각 뮤지컬과 드라마 부문의 작품상을 차지한 두 작품을 둘러싼 여론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팽팽하다. 그중에서도 <라라랜드>는 “오스카는 뮤지컬을 사랑한다”는 <인디와이어>의 지적대로 13개 부문 중 주제가상에 2곡을 올리면서 총 14개 후보를 배출하며(<이브의 모든 것>(1950), <타이타닉>(1997)과 함께 역대 최다 기록) 일찌감치 대세를 증명했다.

2. 감독상

후보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케네스 로너건 <컨택트> 드니 빌뇌브 <라라랜드> 데이미언 셔젤 <문라이트> 배리 젠킨스 <핵소 고지> 멜 깁슨

씨네21의 선택 - <라라랜드> 데이미언 셔젤

<라라랜드> 데이미언 셔젤이 받아야 한다. 올해는 아무래도 소거법을 적용해야겠다.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작품은 있지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고 싶은 작품은 없다. 작품상과 감독상을 다른 작품에 주는 경우는 작품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경쟁이 치열할 때인데, 작품만을 놓고 본다면 선뜻 고를 것이 없는 가운데에도 <라라랜드>와 <문라이트>, 2편으로 압축된다. 흑인 감독 최초로 작품, 감독, 각색 3부문에 후보로 오른 배리 젠킨스 감독이 강력한 경쟁자지만 이중 대중성, 예술성 양쪽을 동시에 고려하는 아카데미의 경향을 고려했을 때 아무래도 아직까진 데이미언 셔젤쪽에 무게가 실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전작 <위플래쉬>의 후광도 있다. 대중적으로도 좀더 검증된 만큼 그야말로 ‘아카데미스러운’ 감독이라고 해야 할까.

아마도 오스카의 선택 - <라라랜드> 데이미언 셔젤

<라라랜드>의 데이미언 셔젤이 받을 것이다. 전통이랄 건 없지만 오스카는 대체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같은 영화에 몰아주는 경향이 있다. 압도적인 작품이 없을 경우엔 다른 작품에 배분하는 경우도 있지만 올해는 많은 부문에서 <라라랜드>의 손을 들어줄 거라는 것이 <버라이어티> <인디와이어>를 비롯한 여러 매체들의 중론이다. 그럴 경우 <라라랜드>가 주요 부문인 작품상과 감독상을 함께 거머쥐는 건 당연한 수순이 될 것이다. <핵소 고지>의 멜 깁슨을 점치는 이들은 거의 없고, 드니 빌뇌브는 설사 받더라도 <컨택트>가 아닌 다른 작품으로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의 케네스 로너건이 받는다면 이변이 될 테지만 더 좋은 대안이 있는 상황에서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올해는 모든 길이 <라라랜드>로 통한다.

3. 남우주연상

후보 <핵소 고지> 앤드루 가필드 <캡틴 판타스틱> 비고 모르텐슨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케이시 애플렉 <라라랜드> 라이언 고슬링 <펜스> 덴젤 워싱턴

<씨네21>의 선택 - <라라랜드> 라이언 고슬링

<라라랜드>의 라이언 고슬링이 받아야 한다. 케이시 애플렉의 수상을 지지하는 건 윤리적으로 옳지 않기에 그의 이름을 제하고 고른 결과라는 것을 고백한다(추가 발언은 밑에서 계속). 재즈바를 운영하는 게 꿈인 피아니스트 세바스찬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비폭력주의자(<핵소 고지>), 자본주의 문화에 반기를 든 가장(<캡틴 판타스틱>), 1950년대를 살아간 흑인 청소부(<펜스>)에 비해 덜 영화적인 캐릭터다. 하지만 고슬링은 리드할 때와 리드당할 때를 정확히 알고 작품과 하나되는 연기를 선보였다. 그가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건 10년 전 <하프 넬슨>(2006)에 이어 두 번째. 당시 상은 <라스트 킹>(2006)의 포레스트 휘태커가 차지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 비견될 바는 아니지만 경력에 비해 상복이 적고 연기력 또한 저평가되기 일쑤인 고슬링에게 이젠 주목할 때가 됐다.

아마도 오스카의 선택 -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케이시 애플렉

<맨체스터 바이 더 씨>의 케이시 애플렉이 받을 것이다. 문제는, 케이시 애플렉이 <아임 스틸 히어>(2010)를 연출할 당시 여성 스탭을 성희롱한 혐의로 고소를 당했고 합의를 통해 사건을 마무리 지은 전력이 있다는 거다. 과거 강간 혐의로 기소된 바 있는 <국가의 탄생>(2016)의 네이트 파커 감독은 작품성을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로 인해 오스카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인종과 권력의 문제가 얽히면서 케이시 애플렉의 남우주연상 후보 지명은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물론 이런 논란이 가능한 건 <맨체스터 바이 더 씨>에서 케이시 애플릭이 선보인 연기가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릴 만큼 훌륭했기 때문이다. 가족을 잃고 잡역부로 살아가는 리 챈들러의 황폐하고 무기력한 내면 풍경은 영화가 끝나고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4. 여우주연상

후보 <라라랜드> 에마 스톤 <엘르> 이자벨 위페르 <재키> 내털리 포트먼 <플로렌스> 메릴 스트립 <러빙> 루스 네가

씨네21의 선택 - <재키> 내털리 포트먼

<재키>의 내털리 포트먼이 받아야 한다. 경쟁자를 꼽는다면 에마 스톤이 아니라 이자벨 위페르다. 자국영화 및 영화인에 대한 편애가 심한 오스카가 <엘르>를 통해 또 한번 대담하고 지적인 연기를 선보인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에게 수상의 영광을 안길지는 미지수지만 그런 이변을 상상하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퍼스트레이디 재키로 변신한 내털리 포트먼의 얼굴과 목소리가 자꾸만 아른거린다. 영화는 존 F. 케네디 암살 이후 불안한 심리를 애써 감추며 끊임없이 자신과 남편의 이미지 메이킹에 집중하는 재키의 모습을 집요한 클로즈업으로 비춘다. 거의 모든 장면에 내털리 포트먼이 등장하고, 파블로 라라인 감독이 말한 것처럼 거의 모든 장면에서 내털리 포트먼은 “재키가 가졌던 미스터리한 아우라”를 뿜어낸다. 6년 전 <블랙스완>(2010)으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내털리 포트먼은 <재키>에서 그때만큼 인상적인 열연을 펼친다.

아마도 오스카의 선택 - <라라랜드> 에마 스톤

<라라랜드>의 에마 스톤이 받을 것이다. 여우주연상은 <엘르>의 이자벨 위페르, <재키>의 내털리 포트먼, <라라랜드>의 에마 스톤 3파전이 예상된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20번 후보에 오르고 3번 트로피를 가져간 메릴 스트립은 평범한 드라마 <플로렌스>로 상을 받을 것 같진 않다. 파격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오스카가 경력 면에서 무게감이 떨어지는 <러빙>의 루스 네가에게 상을 줄 것 같지도 않다. 수상의 무게는 에마 스톤에게 좀더 쏠리는 분위기인데, 이중 에마 스톤만이 메소드 배우가 아니라는 점이 흥미롭다. 예술영화든 블록버스터든 자기의 색으로 캐릭터를 물들이는 에마 스톤은 <라라랜드>에서도 특유의 생동감 넘치는 표정과 몸짓으로 배우 지망생 미아를 연기했다. 별들의 도시에서 별이 되고 싶었던 미아- 에마 스톤이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 올린다면, 그것 역시 영화 같은 순간일 것이다.

5. 남우조연상

후보 <문라이트> 마허샬라 알리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루카스 헤지스 <녹터널 애니멀스> 마이클 섀넌 <로스트 인 더스트> 제프 브리지스 <라이언> 데브 파텔

씨네21의 선택 - <문라이트> 마허샬라 알리

<문라이트>의 마허샬라 알리가 받아야 한다. 백인 위주의 오스카라는 비판을 의식해 흑인 배우를 배려할 것이라는 일부 언론의 관측은 모독이다. 3챕터로 이뤄진 <문라이트>에서 마허살랴 알리는 단 하나의 챕터에 등장할 뿐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영화 전체를 지배한다. 마허샬라 알리는 단지 강렬한 연기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주며 폭발하지 않는 연기로 어떻게 영화에 스며들 수 있는지를 증명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미국 배우협회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남긴 소감을 듣고 나면 이 올곧은 배우를 한층 신뢰할 수밖에 없다. “저의 어머니는 목사입니다. 저는 모슬렘이죠. 제가 개종한다고 했을 때 기뻐하진 않으셨지만 기꺼이 인정해주셨습니다. 그렇게 저와 어머니는 서로를 사랑하고 사랑은 점점 자라났습니다. 그 앞에서 종교는 사소한 차이일 뿐입니다.” 마허샬라 알리는 ‘차별은 차이를 인정하며 극복 된다’는 메시지를 영화 안팎에서 전달 중이다.

아마도 오스카의 선택 - <문라이트> 마허샬라 알리

<문라이트>의 마허샬라 알리가 받을 것이다. 적어도 남우조연상만큼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후안 역을 맡은 마허샬라 알리는 지금까지 각종 시상식에서 36개가 넘는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상을 휩쓸다시피하고 있다. 그야말로 배우의 인생작이라 해도 무방하다. 물론 이견도 있다. 74회 골든글로브(<녹터널 애니멀스> 에런 존슨 수상)는 물론 70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라이언>의 데브 파텔 수상)에서도 고배를 마시는 등 아카데미의 지표가 되는 시상식에서 번번이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렇기에 아카데미의 수상 가능성은 더욱 높다는 관측도 있다. 흑인 등 인종 다양성 문제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감독, 작품 등 주요 부문이 어렵다면 다른 부문에서라도 형평을 맞출 거라는 예상은 꽤 설득력 있다.

6. 여우조연상

후보 <문라이트> 나오미 해리스 <히든 피겨스> 옥타비아 스펜서 <펜스> 비올라 데이비스 <라이언> 니콜 키드먼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미셸 윌리엄스

씨네21의 선택 - <문라이트> 나오미 해리스

<문라이트>의 나오미 해리스가 받아야 한다, 고 말해야겠지만 단호하게 확신하진 못하겠다. 우리는 불행히도 아직 <펜스>를 보지 못했다. 하여 <펜스>를 제외하고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걸 미리 밝혀두는 바이다. 소거법을 적용해 남은 후보는 <맨체스터 바이 더 씨>의 미셸 윌리엄스와 <문라이트>의 나오미 해리스였다. 미셸 윌리엄스는 영화에서 짧은 한순간에 등장하지만 영화 전체를 뒤흔드는 폭발력을 선보인다. 반대로 나오미 해리스는 한 소년의 성장을 다룬 영화에서 유일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며 영화 전반의 무게추 역할을 한다. 우열의 문제는 아니지만 극 전반을 휘어잡는 존재감을 생각해볼 때 나오미 해리스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극의 흐름을 주도하지 않고도 영화 전체를 받쳐주는 녹아드는 연기에 아낌없는 지지를 보낸다.

<모범시민>.

아마도 오스카의 선택 - <펜스> 비올라 데이비스

<펜스>의 비올라 데이비스가 받을 것이다. 여우조연상은 <맨체스터 바이 더 씨>의 미셸 윌리엄스와 <펜스>의 비올라 데이비스의 2파전으로 압축되는 양상이다. 전미비평가협회, 뉴욕비평가협회, 시카고비평가협회는 미셸 윌리엄스의 손을 들어줬고, 골든글로브와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영광은 비올라 데이비스에게 돌아갔다. 이번 후보 지명으로 비올라 데이비스는 2009년 <다우트>의 여우조연상, 2012년 <헬프>의 여우주연상에 이어 흑인 여자배우로는 아카데미에 세번이나 후보에 오른 최초의 배우가 됐다. 2015년 에미상에서 흑인 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장벽을 깨부수고 있는’ 그녀는 이번에도 골든글로브, 영국 아카데미 수상 소감을 통해 흑인 인권 문제를 알리고 있다. 올해 아카데미의 다양성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라도 비올라 데이비스를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7. 각본상

후보 <로스트 인 더스트> 테일러 셰리던 <더 랍스터> 요르고스 란티모스 <20세기 여인들> 마이크 밀스 <라라랜드> 데이미언 셔젤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케네스 로너건

씨네21의 선택 - <로스트 인 더스트> 테일러 셰리던

<로스트 인 더스트>의 테일러 셰리던이 받아야 한다. 모든 시상식이 마찬가지겠지만 개봉이 시상식 날짜에 가까운 영화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반대로 2016년 초반에 개봉한 작품들은 어쩔 수 없이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지기 마련인데, 올해는 대표적으로 <로스트 인 더스트>가 그런 경우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로 일약 주목받는 각본가 반열에 오른 테일러 셰리던은 황량한 공간을 배경으로 인물들의 건조한 감정을 쌓아올리는 데 탁월한 감각을 발휘한다. <로스트 인 더스트>는 21세기 서부극이라 부를 만한 방식으로 서부극의 감성, 공간감을 활용하면서 현대 미국이 직면한 문제들을 자연스럽고 예민하게 녹여내고 있다. 건조하고 황폐한 이야기에 유머를 더하며 캐릭터에 활력을 부여하는 솜씨는 수십년된 베테랑 각본가 못지않다. 작품상, 감독상은 어렵더라도 이렇게까지 외면받을 영화는 아니다.

아마도 오스카의 선택 -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케네스 로너건

<맨체스터 바이 더 씨>의 케네스 로너건이 받을 것이다. 골든글로브 각본상을 수상한 <라라랜드>와 각축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골든글로브가 <라라랜드>에 각본상을 주며 구설에 오른 것을 의식한다면 <맨체스터 바이 더 씨>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2001년 <유 캔 카운트 온 미>가 여러 비평가협회의 각본상을 휩쓸었던 것처럼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전미비평가협회, 뉴욕비평가협회, 시카고비평가협회, 크리틱스 초이스, 영국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 중이다. 케네스 로너건 감독의 섬세한 관찰력이 돋보이는 이 영화는 단조로운 이야기도 어떻게 접근하는가에 따라 얼마나 풍성해질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상처 입은 남자의 내면은 할리우드가 언제나 사랑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8. 촬영상

후보 <컨택트> 브래드퍼드 영 <라이언> 그레이그 프레이저 <사일런스> 로드리고 프리에토 <라라랜드> 라이너스 산드그렌 <문라이트> 제임스 랙스턴

씨네21의 선택 - <라라랜드> 라이너스 산드그렌

<라라랜드>의 라이너스 산드그렌이 받아야 한다. 올해 촬영상은 실로 우열을 매기기 어렵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선보이는 만큼 완성도보다 취향에 따른 선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돌려 말하면 86회 <그래비티>, 87회 <버드맨>, 88회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3회 연속 수상한 에마누엘 루베스키처럼 압도적인 작품은 없다. 공석이 된 왕좌를 누가 차지할 것인지는 촬영 자체의 완성도만큼 작품의 인지도가 변수로 작동할 것 같다. 흑인 촬영감독 역대 두 번째로 촬영상 후보에 오른 브래드퍼드 영(첫 번째는 1999년 <엘리자베스>의 레미 아데라파신), 마틴 스코시즈의 체면을 세워준 <사일런스>의 로드리고 프리에토가 눈에 띄지만 그래도 역시 라이너스 산드그렌을 첫 번째로 꼽고 싶다. 어떤 의미에서는 카메라가 진짜 주인공인 이 영화에서 그는 더이상 현란할 수 없는 카메라의 역동적 움직임을 구현했다. 영화의 호불호와는 별개로 그 기교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오스카의 선택 - <라라랜드> 라이너스 산드그렌

<라라랜드>의 라이너스 산드그렌이 받을 것이다. 주요 부문에서 이변이 생길 수는 있어도 기술 부문만큼은 <라라랜드>로 결정이 된 거나 마찬가지의 분위기다. 현재 주요 매체들이 <라라랜드>의 수상이 유력할 것으로 점치고 있는 부문은 촬영, 편집, 의상, 미술, 음악, 음향믹싱, 주제가 등이다. 실질적으로 거의 모든 기술 부문에서 상을 받을 거라는 말이다. 그중에서도 중심은 촬영과 음악, 그리고 주제가다. “오프닝만으로도 촬영상을 받을 만하다”는 <버라이어티>의 분석은 빈말이 아니다. 시네마스코프를 선언하고 들어가는 오프닝의 군무는 실로 압도적이다. LA 고속도로를 막고 찍은 이 장면은 옛 할리우드의 질감을 살려내기 위해 실제 도로 위에서 촬영되었다. 3개로 나눠진 숏을 마치 하나의 롱테이크처럼 이어붙인 장면은 빠르고 감각적인 카메라의 움직임 덕분에 이뤄진 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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