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당선자 인터뷰⑥] 우수상 당선자 홍은애 - 자신감을 갖고 글을 쓰고 싶다
2017-08-21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사진 : 오계옥

1964년생인 홍은애씨는 올해 처음으로 <씨네21> 영화평론가상 공모의 문을 두드려 공동 우수상에 당선됐다. 홍은애씨에게 영화는 지친 삶의 단꿈이자 만학의 길이기도 했던 것 같다. 2012년, 홍은애씨는 21년 8개월간 일해온 건강보험공단을 그만두고 영화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대학원에서 영화이론을 공부하며 ‘비평과 대담을 통해 살펴본 에릭 로메르의 영화론’으로 논문을 썼다. 에릭 로메르의 영화를 좇아 파리로 어학 연수를 다녀왔고 로메르 영화 속 공간들을 직접 카메라에 담아 영화로도 만들었다.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가보려는 시도의 연장선상에 영화평론도 있었다.

-이론비평으로 에릭 로메르와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비교하며 영화 속 거짓말의 작동법에 대해 썼다.

=에릭 로메르는 논문으로 한번 다뤘던지라 상당 부분 그때의 공부에 빚을 졌다. <파리의 랑데부>(1995) 중 <7시의 랑데부>를 특히나 좋아해 영화 속 공간으로 찾아가 카메라로 찍기도 했다. 글로도 한번 풀어내보고 싶었다. 마침 홍상수 감독의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2016)을 보며 거짓말의 작동이라는 모티브를 얻었고 그 지점에서 두 영화를 이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필립 가렐의 <인 더 섀도우 오브 우먼>(2015) 속 오직 목소리로만 출연하는 배우 루이 가렐에 대한 궁금증으로부터 작품비평을 써내려갔다.

=필립 가렐은 좋아하는 감독 중 한명이었다. 평론상 응모를 준비하며 한겨레문화센터에서 남다은 평론가의 강좌를 들을 때 필립 가렐의 <질투>(2013)를 다시 봤다. 그러면서 근작인 <인 더 섀도우 오브 우먼>을 생각해보니 감독의 아들이자 배우인 루이 가렐이 목소리로만 등장하는 게 인상적이더라. 그게 단초가 돼 이미지와 목소리 사이의 조화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건강보험공단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영화를 공부하고 영화 만들기에 뛰어들게 된 계기가 있었나.

=영화는 2000년대 초반부터 나의 꾸준한 관심 영역이었다. 삶의 유일한 낙이자 휴식처가 극장이었으니까. 정성일, 김영진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러 많이 다녔다. 직장 생활을 하며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공연영상학과 영화전공을 했고 에릭 로메르로 논문을 썼다. 그의 영화를 보다 잘 알기 위해서라도 원서를 읽어야겠다 싶어 프랑스어 공부도 시작했다. 직장 정년을 채우고 퇴직하는 것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 관련 일을 더 늦기 전에 해보고 싶었다. 불안했지만 결단을 내린 거다.

-당선 소식을 들은 가족과 주변의 반응은 어떠한가.

=“딱 5년만 영화 일을 해보겠다”고 엄마에게 말했는데 그 말에 설득당한 엄마가 특히나 좋아해주셨다. <씨네21> 영화평론상 선배이자 선생님이기도 한 변성찬 평론가님은 “정말 축하한다. 이제 라이선스 땄으니까 열심히 달리라!”고 말씀해주셨다. (웃음)

-영화 연출도 계속할 예정인가.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성주’ 활동가들과 성주 사드 배치 반대 집회 현장에 가서 촬영했다. 현재는 서울시가 진행하는 60대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영상 자서전 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11월경 상영할 계획이다.

-어떤 비평을 쓰는 평론가가 되겠다고 말하겠나.

=카메라로 현장을 찍을 때도 내가 대상에 더 가까이 다가가 찍어도 되나 싶어 조심스럽다. 뒤에서 지켜보는 방식의 촬영이 많았다. 글도 마찬가지다. 그런 태도가 때로는 내가 보고 느낀 것에 대한 확신 없음으로 읽힐 때가 있다. 좀더 자신감을 갖고 글을 써나갈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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