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더위가 도대체 언제 끝나나 싶었는데 밤이면 가을이 당도한 듯도 싶다. 물론 못 견디게 뜨거웠던 여름이 끝났다고 안도하기엔 이르다. 무더위는 언제나 우리가 방심할 때 다시금 찾아오니 말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여름밤, 불면이 이어지면 평소에 잘 읽히던 장르 소설마저 책장이 더디 넘어간다. 8월의 마무리와 함께 계절이 갈무리되는 때, 허망하게 반 토막이 나버린 1년에 머릿속까지 복잡하다면 술술 잘 읽히는 책을 집어 들어야 할 때다. <씨네21> 8월의 북엔즈에는 장르 소설과 시집, 여행 에세이와 교양 심리학, 청소년 문학 등 다양한 갈래의 책들이 꽂혔다.
심리치료사 일자 샌드의 <서툰 감정>은 그동안 스스로도 이해되지 않았던 자신의 감정을 차분히 돌아보고 정리를 하게 해주는 교양 심리학 서적이다. 이성과 대비되는 영역으로서 수치화하기 어려웠던 감정을 세밀히 분석했는데, 누구나 감정의 정체를 제대로 알면 평정심을 가질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9월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는 김영하 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은 엄청난 속도감으로 읽힌다. 이 소설의 대단한 점은 마지막에 목도한 반전 앞에서 다시 슬금슬금 앞장을 들춰보게 만든다는 점이다. 영화와 소설은 결말이 다르다고 하니 영화와 무관하게 언제 읽어도 좋을 소설이다. 이어 소개하는 장르 소설은 ‘스릴러의 제왕’ 제프리 디버의 <XO>다. 제프리 디버가 그려낸 가상의 행동분석가 캐스린 댄스 시리즈의 세 번째 책으로 이번에는 유명 가수의 스토커와 맞서 두뇌싸움을 벌인다.
여름휴가를 다녀왔다면 여행지에서 끼적인 감성적인 메모와 사진을 정리할 때다. 여행작가 최갑수의 <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은 누구나 여행에서 마주했을 풍경과 사랑에 대한 아포리즘이 어우러진 여행 에세이다. 그리고 신용목 시인의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는 일대일의 사랑보다는 이웃, 공동체, 그리고 ‘우리’에 대해 쓴 서정시이다. 공동체라는, 이제는 조금 뻔해진 말도 그의 시어 속에서 슬프고 아름답게 빛난다.
무려 10권으로 구성된 <사계절1318문고 20주년 기념 에디션> 또한 놓칠 수 없는 책들이다. 사계절출판사에서 새로 만든 문학 브랜드 ‘욜로욜로’에서 펴냈고 젊은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으로 표지를 새로이 했다. 청소년 문학의 경계를 지운 흥미진진한 한국 소설 5편, 외국 소설 5편이 모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