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에서, 입속에서 맴맴 도는 말이 있다. 지금 이 풍경을, 이 마음을, 이 떨림을 뭐라 설명하면 좋을지 어떤 문장으로도 지금의 기분을 완전히 그려낼 수 없다. 보통 사랑에 빠졌을 때, 그리고 여행지에서 넋을 놓을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했을 때가 그러하다. 어쩌면 여행과 연애의 닮은 점은 그것이다. 그것들은 실재하는 마음의 동요를 글로 담아내기가 어렵다. <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은 여행지에서 떠올린 사랑의 기억, 연인에 대한 그리움과 기억의 우물에서 끌어올린 연애의 밀어들을 글로 기록한 여행 에세이다.
어떤 여행지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이 떠올랐는지는, 이 책에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너무 아름답고 적요해서 차마 글로 적을 수 없을 것 같았던 풍경과 마음을 어렵게 써내려갔다는 사실. 문장과 어우러지는 여행 사진이 감흥을 더한다. 분명 한번도 본 적 없는 곳의 사진이고, 작가가 찍은 사진인데도 우리가 어디서 한번쯤은 보았을 법한 낯익은 사람과 풍경들이다. 짧은 아포리즘과 영화 대사, 시어와 소설의 문장들이 장마다 발췌되어 있는데 내가 어딘가에서 쓰고 또 본 듯한 말이고 글이다. 부담 없이 읽히고 또 휘리릭 넘기며 감상하기 좋은 글과 사진이지만 여행과 사랑에 갈증을 느끼는 이라면 페이지를 넘기다 눈과 마음이 동작을 멈추는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이 문장을 당신에게 보냅니다
여행을 하면서 나는 점점 온전한 인간이 되어 가고 있었다. 배려, 존중, 연민, 사랑… 여행은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나는 문장을 읽어나가듯 천천히 길을 걸었고 세계를 감촉했다. 세계는 내게 한권의 책이었고 여행은 세계를 읽는 독서였다.(133쪽)
우리는 점점 소멸해갈 것입니다. 당신과 함께 보낸 시간만이 희미하나마 즐거움이겠죠. 어쩌면 당신과 사라지는 속도를 맞추는 일이 사랑이겠죠.(16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