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씨네21 추천도서 <XO>
2017-08-22
글 : 김송희 (자유기고가)
사진 : 백종헌
<XO> 제프리 디버 지음 / 이나경 옮김 / 비채 펴냄

친근한 옆집 소녀 이미지와 천상의 목소리로 인기를 얻은 컨트리 가수 케일리 타운은 콘서트를 준비하던 중 스토커의 협박에 시달린다. 지속적으로 케일리에게 메일과 편지를 보내는 스토커의 정체는 에드윈 샤프. 그는 케일리가 메일 주소를 바꿔도 귀신같이 알아내, 망상에 사로잡혀 마치 사귀고 있는 연인처럼 연애편지를 보낸다. ‘너를 만나러 갈 거야. 너도 나를 기다리는 것 알아.’

편지의 마지막에는 항상 애정을 담은 XO가 인장처럼 박혀 있다. 미국 드라마 <가십걸>을 본 사람이라면 XOXO가 무슨 뜻인지 쉽게 알 것이다. XO는 편지나 카드의 말미에 쓰는 미국식의 친밀한 표현이며 ‘키스와 포옹을 담는다’는 뜻이다. 한국에서는 덜 알려져 있지만 미국 내에서는 스릴러의 제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디버의 ‘캐스린 댄스’ 시리즈 세 번째 책인 <XO>는 인기 가수를 좇는 스토커와 그와 두뇌싸움을 펼치는 여성 수사관 댄스의 이야기다.

인공 댄스는 행동분석가로 범인의 눈빛, 몸짓, 목소리로 앞일을 내다본다. 또한 피해자인 케일리 타운의 《유어 섀도우》 수록곡 가사들이 가수의 스토커인 범인을 분석하는 데 중요한 단초가 된다. 행동분석과 컨트리 음악이 수시로 교차한 덕분에 눈과 귀로 즐기는 특이한 범죄소설이 완성되었다. 범인의 외모와 행동은 물론 미국의 컨트리 업계와 공연장 풍경을 묘사한 디버의 화려한 문체는 미국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나 <멘탈리스트>처럼 박진감 넘치는 범죄 현장을 독자의 눈앞에 펼쳐놓는다.

미국 드라마의 속도감

댄스가 말했다. “스토커가 상대에게 다가가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은 수없이 많아요. 상대가 아는 사람, 상대가 다니는 곳을 알아내려고 우편물을 훔치고, 증인을 협박해서 상대의 집 근처에서 봤다는 증언을 못하게 하죠. 전화와 컴퓨터 해킹하는 법을 익히고, 열쇠 만드는 법을 배워 집에 몰래 들어가기도 해요. 정말 필사적인 사람들이에요. 대상에 대한 사랑에 존재 가치가 달려 있는 사람들이죠. 그 대상이 없어지면 자기 인생이 완전히 무의미해지는 거예요.”(15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