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부산국제영화제 추천작 ③] <원더스트럭> <더 스퀘어>
2017-10-02
글 : 이주현

<원더스트럭> Wonderstruck

토드 헤인즈 / 미국 / 2017년 / 117분 / 월드 시네마

<캐롤>(2016), <아임 낫 데어>(2008) 등을 연출한 토드 헤인즈 감독이 <원더스트럭>에선 동화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원더스트럭>에서도 사랑과 정체성에 대한 탐구는 계속되지만 어디까지나 이 작품은 아이들의 성장담이다. 영화는 1920년대와 1970년대, 두 시간대의 이야기를 나란히 들려준다. 1977년의 이야기는 소년 벤(오크스 페글리)의 여정을 따라간다. 벤은 엄마의 유품에서 그리움의 대상이었던 아빠에 관한 단서를 발견하는데 하필 그날 밤 천둥소리에 의해 청력을 잃는다. 하지만 청력 상실도 벤의 뉴욕행을 막진 못한다. 1927년을 살아가는 로즈(밀리센트 시먼즈) 역시 유명 배우인 엄마(줄리언 무어)를 만나기 위해 홀로 집을 떠나 뉴욕으로 향한다. 로즈는 날 때부터 소리를 듣지 못하는 소녀다. 이처럼 50년의 시차를 두고 벌어지는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는 뉴욕이라는 도시, 그중에서도 미국 자연사박물관이라는 공간을 공유하며 접점을 만들어간다.

<더 스퀘어> The Square

루벤 외스틀룬드 / 스웨덴, 독일, 프랑스, 덴마크 / 2017년 / 142분 / 월드 시네마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더 스퀘어>는 잘나가는 현대미술관 큐레이터가 겪게 되는 기이하고 웃기고 짠한 사연을 그린 블랙코미디다. 눈사태 속에서 저 혼자 살겠다고 도망치던 인물을 통해 중산층 남자의 위선과 허영을 꼬집었던 감독의 전작 <포스마쥬어: 화이트 베케이션>(2014)과 궤를 같이하는데, 그때보다 풍자의 방식과 활용이 고도로 세련되어졌다. 미술관의 대형 프로젝트 ‘더 스퀘어’ 전시를 준비하던 크리스티앙(클라에스 방)은 길에서 황당한 수법으로 지갑과 휴대폰을 소매치기당한다. 휴대폰 위치추적을 통해 소매치기가 사는 아파트 위치를 알아낸 그는 훔쳐간 물건을 내놓으라는 쪽지를 아파트 전 세대에 돌리고 그 일이 뜻하지 않은 결과를 불러온다. 그렇게 크리스티앙이 개인사에 집중하는 사이 ‘더 스퀘어’ 홍보팀은 무리수를 둔 홍보영상을 제작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다. <더 스퀘어>는 작은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영화다. 중요한 것은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을 대하는 인물의 이중적 태도, 우스꽝스런 대응이다. 영화는 술이 덜 깬 채 인터뷰를 하는 크리스티앙의 모습을 시작으로, 풍자의 탑을 차곡차곡 쌓는다. 수려한 외모와 매끈한 슈트가 숙취의 흔적은 감춰도 영혼 없는 말의 향기를 감추진 못하듯이, 구걸하는 노숙자들은 외면하면서 예술로 휴머니즘을 얘기하는 크리스티앙의 가식과 허영도 줄곧 부각된다. 허상으로서의 예술과 현실의 간극이 클수록 웃음의 농도도 짙어진다. 상영시간이 두 시간이 훌쩍 넘지만 영화의 유머에 취해 있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제70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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