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간의 기록적 기립 박수. 상영 내 눈물을 훔치던 관객의 반응, 그리고 감독과 배우들이 보여준 눈물의 화답. 레바논 감독 나딘 라바키의 <가버나움>은 지아장커·고레에다 히로카즈·이창동 감독의 영화가 공개된 후 황금종려상을 점치는 가운데 영화제 후반부 강력한 수상 후보로 등극한 화제작이었다. 특히 케이트 블란쳇을 선두로 한 여성 심사위원이 제인 캠피온의 <피아노>(1993) 이후 여성감독에게 두 번째 황금종려상을 수여할 것이라는 추측이 돌면서 황금종려상 수상까지 거론된 작품이기도 했다. <인디와이어>는 “심사위원상 호명에 오히려 기자들의 놀란 반응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수상은 거의 확실하다”고 예상한 <버라이어티>는 ‘(예상처럼) 여성 심사위원들이 레바논 여성감독의 작품에 한표를 줄 것’이라는 지점 때문이 아니라 ‘레바논 아트하우스영화에 대한 국제적 배급’에 대한 의의가 더해진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가버나움>은 12살 어린 소년의 눈을 통해 바라본 레바논의 열악한 현실을 그렸다. 부모에게 착취당해온 소년 자인(자인 알 라페아)이 살해 혐의를 받아 수감되고, 자신의 부모를 고소한다. 집을 나와 자신보다 어린 1살 아기 요나스를 돌보는 소년의 악전고투가 영화 내내 펼쳐진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2004)가 연상되는 상황, 다르덴 형제의 영화를 따른 듯한 흔들리는 카메라워크가 어린아이들을 감싸안는다. 익숙한 설정과 다소 관습적인 장면 연출, 신파적인 요소가 다분함에도 리얼함과 감동을 적절히 배합한 전개, 소년 자인의 눈높이를 따라가는 카메라, 절대 빠져나갈 길 없는 레바논 하층민의 현실이 구현된 화면은 압도적 감흥을 안기기에 충분하다. 특히 극을 이끌어가는 자인을 연기한 비전문 배우 자인 알 라페아의 연기가 선사하는 감동이 크다. <버라이어티>는 “<만비키 가족>과 함께 이번 영화제에 어린 배우들의 책임감 있는 호연이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자인의 연기를 호평했다.
<가버나움>은 극장 안 호평만큼 황금종려상을 향한 반대적 시선도 더불어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스크린 데일리>는 ‘감정의 버튼을 누르는 듯한 음악의 사용’을 지적했으며, ‘베이루트 변두리 지역의 아이들을 향한 외설적 시선’을 지적한 <리베라시옹>은 “자연주의 소스를 뿌린 <슬럼독 밀리어네어>풍으로, (칸이 아니라) 딱 아카데미용 작품”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내기도 했다. 한편 나딘 라바키 감독은 올해 경쟁부문에 초청된 3편의 여성감독 중 한명이다. 2011년 <웨어 두 위 고 나우?>로 칸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되어 특별언급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