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라 오 Sandra Oh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의 흥행으로 대표되는 아시아계 배우의 활약은 올 초에 이미 캐나다 출신 한국계 배우 샌드라 오에 의해 예고된 바 있다. <그레이 아나토미>로 에미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5번 노미네이트됐지만 수상을 한 적은 없던 그가, 아시아계 배우로는 역대 최초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면서 에미상의 역사를 새로 썼기 때문이다. <BBC 아메리카> 드라마 <킬링 이브>에서 샌드라 오는 조디 코머가 분한 사이코패스 암살자 빌라넬의 뒤를 쫓는 MI5 요원 이브 폴라스트리를 연기했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주인공일 리는 없는데, 그렇다고 어리고 핫한 소녀 캐릭터일 리도 없고, 도대체 어느 부분이 내 거지?”라고 고민했다던 그는 자신에게 온 기회를 살려냈다. <버라이어티>는 “이브는 정확한 코미디 연기 타이밍까지 요구되는 매우 복잡한 역할이며, 샌드라 오는 모든 면을 파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여성 극작가들과 일할 기회가 많았다는 샌드라 오는 “여성의 가장 깊고 창조적인 장소로부터,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데드라인>)라는 질문을 고민해왔고, <킬링 이브>를 제작한 30대 초반의 여성 프로듀서 피비 왈러브리지는 그에게 완벽한 파트너였다. 아시아계 여성배우로서 샌드라 오가 보여줄 활약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아콰피나 Awkwafina
6년 전, 평범하게 출판 회사에 일하던 노라 럼은 유튜브에 ‘나의 질’(My vag)이라는 제목의 랩 비디오를 업로드했다. 덕분에 그는 회사에서 잘리고 부모님을 노하게 만들었지만, 영상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미키 아발론의 ‘나의 자지’(My Dick)에 대응되는 페미니즘적 작업이라는 해석까지 이어지면서 그는 ‘아콰피나’라는 랩네임으로 알려진 뮤지션이 됐다. 초창기에는 스스로를 ‘이상한’(awkward) 여자라고 칭했지만 아시아계 래퍼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배드 랩>(2016)에서 “과거 인터뷰를 보니 내가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없었더라. 내가 인종이나 성별로 정의되지 않으며 오직 솔직함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을 예전에는 몰랐다”며 그의 작업물이 불러오는 화제성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인물이 됐다. 더 나아가 “내가 동양계 미국인을 대표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내가 활동하는 한 그들을 대표하고는 있다. 그래서 내 얼굴이 더 알려지고 유명해졌으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은 <오션스8>에 캐스팅되면서 현실이 됐다. 현란한 손놀림을 자랑하는 소매치기 콘스탄스는 단지 전편의 맷 데이먼의 여성 버전이 아닌, 그만의 독자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키 멤버였다. 아콰피나의 씩씩한 행보는 ‘아시안 어거스트’를 이끈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 내년 개봉예정인 <파라다이스 힐스> <앵그리버드 더 무비2> 등에서도 계속된다.
쿠마일 난지아니 Kumail Nanjiani
어떤 인생은 그 자체로 좋은 예술 작품의 재료가 된다. 파키스탄 출신의 코미디언 겸 배우 쿠마일 난지아니는 팟캐스트 방송에서 만난 제작자 주드 애파토우에게 자신의 부인 에밀리 고든과의 사연을 들려줬고, 주드 애파토우는 반드시 당사자가 시나리오를 써서 영화화해야 할 이야기라고 판단했다. 부부가 함께 3년 동안 시나리오를 썼고, <HBO>의 <실리콘 밸리> 등을 통해 연기 경험이 있던 난지아니는 직접 영화에서 자신을 연기했다. 파키스탄 이민자 2세대 남자와 백인 여성의 러브 스토리 <빅 식>은 미국 내 인종차별 문제나 중동권의 여성 혐오적인 정략결혼 문화를 자연스럽게 담아낸 새로운 로맨틱 코미디로, 평단의 호평은 물론 북미에서 4500만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흥행에도 성공한 로맨틱 코미디가 됐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린 쿠마일 난지아니는 배우로서의 커리어도 다양하게 쌓아갈 예정이다. 액션 코미디 영화 <스투버>에서는 데이브 바티스타와 함께 주연을, <닥터 두리틀의 여행>에서는 목소리 연기를 맡았으며, <맨 인 블랙>의 스핀오프에서도 그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