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영화평론③] 우수상 당선자 김병규 - 만나야 할 영화와 자연스럽게 만나기를
2018-09-12
글 : 송경원
사진 : 오계옥

‘판타지’라는 필명으로 블로그 활동을 해온 김병규 당선자는 시네필 사이에서는 꽤 알려진 필자다. 작가영화들에 대한 깊은 이해와 원숙한 글쓰기를 해온 그는 현재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공연영상창작학부 영화전공에 재학 중인 학생이기도 하다. 중학생 시절부터 영화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특별히 ‘평론’이란 목적을 가지고 쓴 건 아니라고 했다. 그저 영화에 응답하다보니 글이 됐고, 환경에 맞춰 쓰다보니 여기까지 왔다는 답변에서 영화에 대한 확고부동한 시선과 자신감이 묻어나온다. 막연한 미래나 앞으로의 활동, 신인의 각오 같은 말은 그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그가 쓴 글이 그래서 더 궁금하다.

-지난해에 최종 심사까지 올랐다가 아쉽게 지면으로 만나지 못했다.

=심사위원들을 용서하지 않으려고 했다. (웃음) 특별한 목표가 있어서 2년 연속으로 응모한 건 아니다. 지난해에는 떨어졌는데 올해는 어떻게 될까 궁금하기도 했고 현실적인 이유는, 상금이 있으니까. (웃음)

-판타지라는 필명으로 영화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올해 초에 비평지 <필로> 창간호에 신인 평론가로서 글을 썼다.

=중학생 때부터 영화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해보기 시작했다. 계기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마뇰 드올리베이라, 벨라 타르의 영화를 보고 뭔가 말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도 약간의 지적인 허세도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영화 보는 걸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다. 정확히는 내가 좀 산만한 편이라 오래 집중하기가 어렵다. 대신 영화를 보고나면 남는 어떤 즉물적인 인상이 있다. 내가 보고 있는 것 이상의 뭔가가 있구나 하는 느낌 혹은 반응이랄까. 쉽게 설명되거나 해소되지 않는 부분에 대답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글을 쓰게 된다.

-중학생 때부터 활동했으면 평론이나 이론을 공부할 법도 한데 연출, 제작쪽으로 진학했다.

=스스로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글쓰기는 내가 더이상 견디지 못할 때 간헐적, 돌출적으로 튀어나오는 결과물에 가깝다. 그저 영화가 익숙해서 그쪽 방향으로 자연스레 쏠리는 중이라 예술고등학교를 나온 후 당연하게 영화과를 왔다. 어떻게 보면 근본 없이, 되는대로 시작하는 게 내 스타일이라면 스타일인 것 같다. 멀리 생각해본 적은 없다. 하다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지나온 길이 사후적으로 나를 말해줄 것 같다.

-예술영화, 작가주의영화에 대한 이해가 깊다. 자신만의 개념으로 영화의 계보를 정리해나가는 시선도 과감하다.

=영화를 봐도 줄거리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주 세부적인 부분에 집중하고 그런 지점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이어내는 작업에 흥미를 느낀다. 근본 없는 계보 작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웃음) 내가 흥미롭게 읽은 글, 누군가의 의견, 간과되기 쉬운 테마들을 적극적으로 가져오고 그런 세부들을 하나의 픽션처럼 나만의 맥락으로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다. 영화의 좌표 안에서 점들을 배열하고 선을 긋는 작업, 비유하자면 파운드 푸티지적인 글쓰기랄까. (웃음) 아예 몰라도 안 되고 너무 많이 알면 그건 그것대로 오류가 생기더라. 사소한 부분에서의 충돌과 마주침을 엮어나가고 싶다.

-앞으로 어떤 글로 독자들과 만나고 싶나.

=생각해본 적 없다. 대개 쓰고 싶은, 써야 할 대상과 저절로 만나지는 것 같다. 그런 순간이 없다면 억지로 글을 쓸 이유도 없다. 이번에 당선이 되었다고 해도 내 삶에 대단한 질적 변화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 어쩌면 엄청나게 변할 수도 있고. 알 수 없다. 아직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으니. 하나 바람이 있다면 1, 2년 뒤의 글은 지금과는 완전히 달랐으면 좋겠다. 당장은 성실한 영화과 졸업생이 되었으면 한다.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