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영화평론⑥] 우수상 당선자 홍은미 - 영화평을 쓸 지면에 대한 갈증이 컸다
2018-09-12
글 : 송경원
사진 : 오계옥

개별 영화에 대한 분석도 흥미롭지만 흐름을 잡아내는 눈을 가졌다. 재능이라는 말로 섣불리 압축할 수 없는 귀한 시선이다. 홍은미 당선자의 통찰력은 아마도 오랜 시간 영화를 사랑하고, 품고, 고민해온 흔적의 결과물일 것이다. 이미 크고 작은 지면을 통해 꾸준히 글쓰기를 이어온 홍은미 당선자는 2014년부터 <씨네21> 영화평론상의 문을 두드려왔다. 그는 <씨네21>의 뒤늦은 화답에, “둔감해지지 않고 매번 처음 쓰는 것처럼 쓰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영화를 맘껏 애정할 준비가 되어 있는 믿음직한 필자를 <씨네21> 지면에서 만날 수 있어 다행이다.

-오랫동안 <씨네21>의 문을 두드렸다. 감사하다.

=2014년, 2015년, 2017년에 이어 이번이 4번째 응모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응모했다. 앞선 두번은 나 스스로도 완성시키지 못한 글을 보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응모한 글(알랭 기로디 작가론 ‘품위 있는 성기들의 세계’.-편집자)은 제법 다듬어진 글이었고 문체도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게 고민했던 글이라 최종심에서 탈락했을 때 제법 충격이 있었다. (웃음)

-부산독립영화협회 등에서 이미 영화 글을 써왔다.

=현재 부산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아카이브팀에서 일하고 있다. 2012년부터 부산독립영화협회의 <인디크리틱>을 중심으로 글을 쓰고 1년에 한두편 정도 외부에 원고를 쓰기도 했다. <씨네21>에 응모한 가장 큰 이유도 지면의 확보 때문이다. 꾸준히 풀어내야 공력도 쌓이는데 상대적으로 긴 글을 쓸 수 있는 지면과 창구에 대한 갈증이 항상 있다.

-영화평론가가 원래 바라던 일이었나.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어릴 때부터 영화를 보고 글을 쓰고 싶었다. 학창 시절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에 있는 시네마테크를 다니며 방향이 확고해진 것 같다. 당연하게 연극영화과를 갔고 좀더 공부를 하고자 프랑스를 다녀왔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석사 과정을 다 마치진 못했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말하고자 하는 욕망을 멈출 순 없었다. 사실 좋은 글에 이론이 꼭 필요한 것도 아니고. 영화를 보고 떠오르는 질문들을 정리하고 시간을 확보하기에 가장 좋은 방식이 내겐 글이다.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는 영화를 좋아하는 것 같다.

=관객으로서는 가리지 않고 다 본다. 하지만 글로 풀어내고픈 영화들은 아무래도 내게 질문을 남기는 영화들이다. 글로 풀어내기 어려운 무언가를 품고 있는 영화들을 사랑한다. 단순하고 확실해 보이는데 해석하기 어려운 지점들이 있는 영화, 예를 들면 켈리 레이차트, 제임스 그레이 같은 감독들. 상업권 안에 있으면서도 섣불리 단언하기 힘든 지점을 만들어내는 작가들이 있다. 한국영화 중에는 정지우 감독의 <사랑니>(2005) 같은 영화가 나로 하여금 펜을 들게 한다. 기계적인 해석보다 내가 느낀 어떤 감정을, 온몸의 감각을 동원해 풀어내는 작업을 해나가고 싶다.

-이번에 쓴 짐 자무시 감독론과 아녜스 바르다 감독의 영화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특히 긴 호흡으로 흐름을 잡아내는 통찰이 돋보인다.

=사랑하는 것들에 관해 가능한 한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작가의 자리도 그렇게 유동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건 상업영화도 마찬가지다. 가령 슈퍼히어로영화도 그 끝자락에서 <로건>(2017) 같은 결과물로 피어나기도 한다.

-평론가로서의 지향을 간단하게 밝힌다면.

=부디 공손하되 명료하게 쓸 수 있길.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존중하되 내 감각을 최대한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길. 오래 쓰다보면 둔감해질 수도 있을 텐데 게으름 없이 매번 처음 쓰는 것처럼 쓸 수 있길. 가끔은 필요한 정보와 교양을 전달하며 누군가의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길. 비평의 자리를 계속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멈추지 않고 쓸 수 있도록. 스스로 언제나 준비되어 있는 평론가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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