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말이 아닌 글로 하고 싶은 말을 이미 했기에, 소설이 끝난 후 작가와 시작하는 인터뷰는 무용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제때 던져진 정확한 질문과 답이 이어지는 인터뷰는 앞선 텍스트의 해석을 풍성하게 만든다. 문지문학상 작품집 <소설 보다>는 소설 뒤에 소설가와 인터뷰이의 대담을 붙여놓았다. 김봉곤 소설을 읽은 후 “소설을 읽고 ‘기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기분은 감정과 달리 휘발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김봉곤 작가에게 기분이란 어떤 것인가요, 그것은 감정과 어떻게 다른가요”라는 질문이 던져지고 이에 “오, 정말이지 저와 같은 기분관을 가지고 계시군요!”라고 작가는 신이 나 답한다. 느낌표에 대담 당시의 화목한 ‘기분’까지 묻어난다. 조남주 작가에게 <82년생 김지영> 출간 후 이어졌던 논쟁(이를테면 아이돌이 이 소설을 읽었다는 것만으로 남성 팬에게 비난을 받은)에 대한 질문 역시 독자가 궁금해했던 영역이라 흥미롭게 읽힌다. 마침 영화 <82년생 김지영>에 배우 정유미가 캐스팅되었다는 뉴스에 이어지는 촌극을 보니 “계속 고민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고 싶고 제가 쓰는 글도 그러했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답변이 명쾌하게 느껴진다. 인터뷰이와 인터뷰어의 이름을 같은 선상에 붙여 ‘김봉곤X황예인’, ‘조남주X금정연’ 대담 형식으로 편집한 구성은 잡지처럼 읽히기도 한다. 다른 수상 작품집들이 부담스러운 두께를 자랑하는 것과 달리 개편된 문지문학상 수상 작품집은 문고본 판형으로 매우 가볍다. <소설 보다>에 실린 조남주의 <가출>은 “아버지가 가출했다”로 시작한다.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로 시작하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떠오른다. <가출>은 가부장이 사라진 후 달라진 채로, 그러나 부서지지 않고 살아가는 가족을 그린다. 인터뷰를 중심으로 소개했지만, 당연히 이 작품집에서 중요한 것은 김봉곤, 조남주, 김혜진, 정지돈의 소설들이다. 지금 한국문학에서 중요한 작가들의 작품임에 분명하다. 소설이 우리 삶 앞에 던져놓는 질문들에 대하여 4편의 소설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나간다.
근사하게 사라진다
무엇보다 고향을 떠난 것이 결정적인 변곡점이었다. (중략) 나는 대부분의 사람과 연락을 끊었고 고맙게도 시간과 거리가 나를 대신해 끊어주기도 했다. 듣기 싫은 소리를 듣기 싫어했고, 껄끄러워지고 싶지 않았고, 화내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내가 없어지는 쪽을 택했다. 내가 선명해지는 동시에 내가 사라지는 기분은 아주 근사했다.(3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