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단편 <패리스 힐튼을 찾습니다>로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박상영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 타인을 비평하는 일이 쉽고도 재미있기 때문에, 가끔은 거울을 보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을 잊곤 한다.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라는 제목의 이 소설집에 실린 단편소설들은 서로 느슨하게 연결을 맺고 있는데, 영화를 포함한 영상과 아이돌 연습생, SNS가 그것들을 연결짓는다. 내가 보고 있는 것과 나 자신의 거리가 지나칠 정도로 가깝게 느껴지기 때문에 “우리는 세상의 작은 점조차 되지 못했다!”는 깨달음이 모든 사람에게 거대하게 다가오는 시대다. 그 세대의 풍경화.
10월 4일로 다가온 부산국제영화제 개막과는 무관하지만, 박상영의 데뷔작 <패리스 힐튼을 찾습니다>와 <부산국제영화제>는 순서대로 읽으면 재미있다. <패리스 힐튼을 찾습니다>에서 패리스는 개 이름이다.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모델이자 영화감독, 에세이스트, 소설가, 여행작가’라고 쓴 박소라가 남자친구 김과 함께 돌보는 개 패리스가 사라졌다. 둘은 만난 지 2주년이 되던 날 애완견숍에서 패리스를 사고는 개를 김에게 떠넘겼다. 패리스를 찾기 위해 사람들을 모은 소라를 바라보는 김의 시점에서 <패리스 힐튼을 찾습니다>는 설을 풀어간다. 바로 다음에 실린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국제영화제에 간다고 하고 부산에 놀러간 소라의 이야기다. 패리스가 사라지고 시간이 흘렀다. 김과 박소라는 여전히 사귀는 사이고, 소라는 어쨌든 태혁이라는 연하의 애인을 만나러 부산에 간다. 이 소설은 소라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김의 눈으로 보던 소라와 실제 소라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 부잣집의 철없는 노는 딸이 아니라 암투병 하는 어머니를 돌보느라 지친 여성이 여기 있다. 두 소설의 김이나 소라, 체리가 같은 사람일까 동명이인일까. 설정으로는 같은 이들인데, <부산국제영화제>가 있고 없고에 따라 <패리스 힐튼을 찾습니다>의 인상이 달라진다.
내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저 사람들은 자기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지 확실히 알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니까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거겠지. 지금 내 얼굴은 어떤 모습이려나. 웃고 있을까, 울 것 같은 얼굴일까. 보나마나 엉망진창이겠지 뭐.”(<부산국제영화제> 13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