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한국에 상륙하면서 새로운 이야기의 가능성도 가져온 모양이다. 콜럼비아의 마약 조직 ‘메데인 카르텔’과 그 수장인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이야기로 시작해 다른 카르텔의 이야기로 뻗어나가는 <나르코스>를 아는 사람이라면 <슬픈 열대>가 마치 스핀오프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은 전직 북한 특수요원 권순이다. 현재 콜럼비아에 머물고 있는데,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조직 ‘메데인 카르텔’의 용병이자 살인병기로 살고 있다. 국가에서 내리는 명령에 익숙한 그녀에게 새로운 조직의 룰에 적응하는 일은 어려울 것도 없다. 하지만 침몰하는 배에서 소녀들을 구하지 못한 트라우마를 안고 있다. 순이는 작전 수행 중 카르텔간에 벌어진 전쟁의 희생양이 된 소녀 리타를 발견해 데려온다. 거의 죽을 위기에 처한 리타는 순이를 쉽게 따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콜럼비아 대한민국 대사관 외무관이라는 정덕진이 그녀에게 접근한다. 주기적으로 어떻게 지내는지만 확인하면 된다는데, 그의 속셈은 무엇일까. 순이는 리타를 지켜낼 수 있을까.
<슬픈 열대>는 액션 연출이 장점이다. 온갖 무기가 사용되며 죽음의 순간에조차 마약가루를 뒤집어쓰고 잔뜩 취해 있는, 얼굴이 반쯤 날아간 이들이 수시로 나온다. 순이와 덕진의 관계는 첩보물의 모습을 하고 진행되는데, <슬픈 열대>는 순이와 리타에만 집중하지 않고 1990년대 미국까지 골치 아프게 만들었던 콜럼비아의 조직들간의 피튀기는 전쟁을 또 하나의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셈이다. 책 말미에는 ‘콜럼비아 마약전쟁 주요 세력’ 소개와 ‘콜럼비아 마약전쟁 연보’ , ‘<슬픈 열대> 용어사전’ 등이 있다. <나르코스> <시카리오> 같은 남미 마약 카르텔 관련한 이야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만한 소사전이다. 2016년 한국콘텐츠진흥원 스토리 작가 데뷔 프로그램 선정작이다. <슬픈 열대>는 해원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하는 첫 번째 작품이다.
필요한 일
“35호실에서 근무해온 그녀는 상부에 소속을 옮겨달라고 부탁했다. 낯선 외국을 떠돌아다니며 누군가를 죽이고 도피하고 숨는 일은 그녀를 점점 지치게 만들었다. 비록 그것이 조국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10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