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연기자아카데미에 참가했던 최희서는 올해 <아워바디>의 주연배우로 개막식 레드카펫을 걸었다. “<아워바디>가 첫 영화인 한가람 감독님이 레드카펫에 서는 걸 어색해했고 안지혜 배우도 긴장한 것 같아 내가 리드했다. 개막식 영상에 그 모습이 잡혔고, 그걸 본 이준익 감독님이 연락을 해선 그러시더라. ‘많이 컸다, 최희서!’ (웃음) <박열>(2017) 땐 모든 게 낯설어 어딜 가나 이준익 감독님이 챙겨주셨는데, 이제야 홀로서기를 한 느낌이다.” <아워바디>는 최희서가 <박열> 개봉 직후 망설임 없이 택한 작품이자, 처음으로 타이틀롤을 맡은 작품이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 한가람 감독의 데뷔작으로, 20대를 오롯이 고시 공부에 바친 자영(최희서)이 건강한 또래의 친구 현주(안지혜)를 만나 달리기를 시작하며 자존감을 찾는 이야기다. “한 여성의 변화 과정을 이렇게 들여다보는 한국영화가 또 있었나 싶다. 다르덴 형제의 <로나의 침묵>(2008)이나 <내일을 위한 시간>(2014)처럼 여성의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따라가는 영화를 좋아하는데, <아워바디>로 내게 그 기회가 왔다.”
<아워바디>에서 최희서는 리얼리티의 최고치를 보여준다. “우선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과 후의 차이를 시각적으로 분명히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촬영 전 달리기를 배우고 트레이닝을 통해 건강한 몸을 만들었다.”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을 하는 것보다 어려웠던 건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자영의 행동, 그 한끗의 디테일을 표현하는 거였다. “오랫동안 고시생활을 하며 사람들과 단절된 채 지낸 사람, 자신의 몸에 관심을 가진 지 너무 오래된 사람 특유의 자세, 표정, 눈빛, 말투는 어떤 것인지 계속 생각했다. 눈 깜빡임의 속도라든지 걸음걸이까지도.” 그렇게 최희서는 <아워바디>에 온몸을 내던진다.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영화를 본 사람은 안다. <아워바디>에는 “베드신도 있고, 노출 신도 있고, 화룡점정으로 제 몸을 탐닉하는 장면”도 있다. 하지만 <아워바디>를 찍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최희서는 “모든 걸 내려놓고, 모든 걸 걸어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아워바디> 촬영이 끝나고 1년이 흘렀다. 최희서는 요즘도 일주일에 두세번은 달리기를 한다. “뛸 때마다 자영이 생각이 난다. 저 멀리서 마주 달려오는 사람을 보면서도 생각한다. ‘저 사람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며 뛸까.’ 앞으로도 달릴 때마다 자영이 생각이 날 것 같다.” <박열>의 후미코가 그랬던 것처럼, <아워바디>의 자영도 최희서의 곁에 오랫동안 함께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