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도시>는 다양한 배우의 매력을 관전하기에 최적의 형식을 갖춘 영화다. 근미래, 형사 장동링이 복수한 후 파멸한 모습을 먼저 보여준 다음 시간 역순으로 그 본원적 이유를 파고드는데, 세 파트로 구성된 영화에서 세 배우가 한명의 장동링을 연기한다. 호위딩 감독은 “영화 속 세계에 살고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고, 배우 자신의 특징이 있으며, 내가 내는 숙제를 잘해올 배우를 캐스팅했다”고 자신의 기준을 설명했다. 3부에서 어린 시절 장동링을 버렸던 어머니를 연기한 딩닝은 “감독님이 틸다 스윈튼이 나오는 영화 등 봐야 할 작품을 정말 많이 적어주더라. (웃음) 이들의 분위기를 참고하되 모방하지 않고 행동과 전사를 연구해야 했다”고 말한다. 호위딩 감독에 따르면 “딩닝은 영화의 모든 과정에 참여했다. 3부의 장동링, 즉 자신의 아들 역의 배우를 찾는 오디션에도 함께했다”고. 2부의 젊은 장동링을 연기한 리홍치는 호위딩 감독이 대만 금마장시상식 심사위원을 맡을 당시 신인상을 받은 배우다. 20대인 그는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형사를 연기하기 위해 직업적 특성을 연구하고 캐릭터에 맞는 몸을 만드는 등 1여년의 준비 과정을 거쳤다. 1부에서 장년 장동링은 허오샤오시엔 감독의 오랜 페르소나, 잭 카오가 연기했다. 그는 “젊은 시절을 모두 찍고 미래 부분만 남았을 때 투입됐다. 나의 숙제는 그냥 배우 연령대가 맞아야 한다는 것뿐(웃음)”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워낙 잭 카오가 베테랑 배우기도 하고, 이미 편집까지 완료된 서사가 존재하기 때문에 함께 작품의 톤을 의논하며 수월하게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35mm 필름으로 촬영한 <행복도시>는 영화의 시대가 바뀔 때마다 배우는 물론 장르색도 확연히 달라지는 과감한 연출을 보여준다. 그래서 연기 쇼케이스를 보는 느낌도 받을 수 있다. 호위딩 감독은 “원래 인생이 어떤 날은 코미디, 또 어떤 날은 비극이지 않나. 인생을 그리기에 자연스러운 선택”이라고 말했다. 제작비 부족으로 2년에 걸쳐 영화를 나눠 찍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행복도시>는 올해 토론토국제영화제 경쟁부문인 플랫폼 부문에서 수상의 쾌거를 안았다. 잭 카오는 중국 대륙에서 진행될 많은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고, 리홍치는 올해 토론토에서 <행복도시>를 포함해 무려 3편의 영화가 초청된 라이징 스타다. 세 아이를 키우며 잠시 작품 활동은 쉬고 있지만 “좋은 대본이 있다면 언제든지 관객을 만나고 싶다”라는 딩닝까지. 이들 모두의 차기작이 기다려진다.
씨네21
검색이어지는 기사
-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영화인들 ① ~ ⑱
-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①] 류이치 사카모토,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 수상자
-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②]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장률 감독, "공간을 목포에서 군산으로 바꾸니 영화의 모든 것이 달라졌다"
-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③] <아사코 I&II> 히가시데 마사히로, 가라타 에리카 배우 - 판단은 관객 눈에
-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④] <킬러의 보디가드> 패트릭 휴스 감독 - 액션! 리얼하게 리드미컬하게
-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⑤] <애쉬: 감독판> 배우 자오타오 - 나와 캐릭터와 영화, 일기일회(一期一會)
-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⑥] <BNK48: 소녀는 울지 않는다> 나와폰 탐롱나타나릿 감독 - 아이돌 그룹을 통해 보는 10대
-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⑦] <절대 고요를 찾는 남데브 아저씨> 다르 가이 감독, "문화는 옷처럼 갈아입을 수 있는 것"
-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⑧] <미래의 미라이> 호소다 마모루 감독 - 육아 경험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⑨]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 시즈노 고분 감독 - 영화에 대한 다양한 감상을 존중한다
-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⑩] <아워바디> 배우 최희서, "모든 걸 걸었다"
-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⑪] <산주> 라지쿠마르 히라니 감독, "모순된 반응, 뭄바이의 현실까지 담아내고자 했다"
-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⑫] <이미지 북> 파브리스 아라뇨 프로듀서 - 고다르의 살아 있는 카메라
-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⑬] <행복도시> 호위딩 감독, 배우 잭 카오·딩닝·리홍치 - 인생의 장르는 매일 바뀐다
-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⑭] <영원히 젊고 아름다워라> 레티치아 라마르티레 감독 - 90년대 뉴웨이브풍의 이사벨라 이해하기
-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⑮] <너의 얼굴> 차이밍량 감독, "영화가 가진 큰 특징은 클로즈업숏이다"
-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⑯] <잃어버린 시간> 송원 감독 - 나의 영화적 언어를 찾아서
-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⑰] <국화와 단두대> 배우 기류 마이, 간 하나에 - 세상을 바꾸고 싶다
-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⑱] <여명> 히로세 나나코 감독, 배우 야기라 유야 - 회색의 인간에 대하여
관련 영화
관련 인물
최신기사
-
[coming soon] 1승
-
위기 속 해결사 찾는 CJ의 신규 인사 발표, 그룹 최초로 90년대생 CEO 선임, 콘서트영화 특수관 흥행시킨 방준식 4DPLEX 대표
-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희망의 건너편
-
[인터뷰] 배우의 역할은 국경 너머에도 있다 TCCF 포럼 참석한 네명의 대만 배우 - 에스더 리우, 커시 우, 가진동, JC 린
-
[인터뷰] ‘할리우드에는 더 많은 아시아계 프로듀서들이 필요하다’, TCCF 피칭워크숍 멘토로 대만 찾은 미야가와 에리코 <쇼군> 프로듀서
-
[기획] 대만 콘텐츠의 현주소, 아시아 영상산업의 허브로 거듭나는 TCCF - 김소미 기자의 TCCF, 대만문화콘텐츠페스티벌 방문기
-
[비평] 춤추는 몸 뒤의 포옹, <아노라> 환상을 파는 대신 인간의 물성을 보여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