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⑯] <잃어버린 시간> 송원 감독 - 나의 영화적 언어를 찾아서
2018-10-17
글 : 이주현
사진 : 최성열

송원 감독의 <잃어버린 시간>은 한 여자를 동시에 좋아한 청년 네명이 주인공인 영화다. 남자들의 우정과 사랑과 폭력을 애수 띤 어조로 이야기하는 이 영화에는 1980~90년대 홍콩영화의 향수가 짙게 배어있다. 송원 감독은 젊은 감독들의 발굴에 힘쓰는 중국 시닝퍼스트국제영화제의 공동 창립자로 오랫동안 일해왔다. <잃어버린 시간>은 그가 처음으로 연출한 장편영화다.

-연출 데뷔작 <잃어버린 시간>은 어떻게 구상하고 만들게 된 작품인가.

=2013년에 처음 이 작품을 구상했다. 오랫동안 해오던 영화제 일 외에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영화적 언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잃어버린 시간>은 일종의 성장영화라고 생각하는데, 네명의 청춘을 통해 과거를 대면할 용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과거에 저지른 유무형의 잘못이 깊은 악의로 변하면서 영화의 주인공들은 고통을 받는다. 하지만 그 누구도 쉽게 자신의 잘못을 혹은 비밀을 말하지 못한다. 과거를 대면하는 일은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소재나 스타일 면에서 과거 1980~90년대 홍콩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영화 초반에 주인공들이 극장에서 보는 영화는 <영웅본색>(1986)이고, 왕가위의 <아비정전>(1990)에 대한 짧은 언급도 나온다.

=그 시기를 통과한 아시아 사람으로서 당시 홍콩영화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다만 당시엔 <아비정전>보다 <영웅본색>을 더 재밌게 봤다. 왕가위가 얼마나 대단한 감독인지 그땐 미처 몰랐다. (웃음) 그때의 향수를 직접적으로 표현한 장면은 영화관에서 주윤발을 흉내내는 한 남자가 등장하는 장면이다. 롱코트를 입고 선글라스를 끼고 성냥개비를 입에 문 남자가 등장하는데, 그 사람이 나다. 내가 직접 연기했다. (웃음) 그때는 누구나 이쑤시개를 하나씩 입에 물고 다녔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또 주인공들의 불량함을 표현하기 위해, 주윤발이 영화에서 보여준 지포 라이터 가스 불을 입으로 빨아들이는 장면도 흉내내 찍었다. 그런데 검열 과정에서 이 장면이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해서 편집했다. 참고로 영화적 배경은, 1992년 장강이 흐르는 남쪽의 항구도시다. 쇠락한 지 오래된 항구도시에서 자란 청년들은 지나간 개봉영화를 상영하는 작은 극장이나 비디오방에서 영화를 보곤 한다. 당시의 풍경을 영화에 잘 담고 싶었다.

-중국 시닝퍼스트국제영화제의 공동 창립자로 그동안 영화제 업무를 주로 해왔다.

=2007년에 시닝퍼스트국제영화제를 만들었고, 2011년까지 공동 대표를 지냈다. 지금은 영화제의 전략을 짜는 일을 하고 있다. 이번에 직접 영화를 만들면서 알게 된 부분들이 많다. 신인감독들이 영화를 만들면서 부딪히는 가장 큰 문제가 뭔지, 실질적으로 필요한 도움이 뭔지 이제는 알기 때문에, 영화제를 통해서 젊은 감독들에게 여러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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