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③] <아사코 I&II> 히가시데 마사히로, 가라타 에리카 배우 - 판단은 관객 눈에
2018-10-17
글 : 송경원
사진 : 박종덕 (객원기자)
히가시데 마사히로, 가라타 에리카(왼쪽부터).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아사코 I&II>는 운명적인 연인 바쿠를 잊지 못하는 여성 아사코가 그와 똑같이 생긴 남자 료헤이를 만나면서 겪는 혼란을 그린다. 신비하고 자유분방한 바쿠와 성실하고 고지식한 료헤이, 1인2역을 맡은 히가시데 마사히로는 3년 전부터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작품에 참여하고 싶었다고 한다. 스케줄 문제로 기다리는 사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완성한 <해피 아워>(2015)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히가시데 마사히로는 “연기로는 보이지 않는 그 자연스러움을 배우고 싶었다”라고 했다. 하지만 그가 이번에 맡은 역할은 평범한 일상과는 거리가 있다. 특히 속내를 알 수 없는 바쿠의 경우는 영화 끝까지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원작 소설을 쓴 시바사키 도모카 선생님이 촬영 현장에 와서 팁을 하나 주셨다. 바쿠의 숨겨진 설정이 있는데 그는 사실 아사코를 데리러 온 가구야히메(현존하는 일본 최고의 이야기 소설 <다케토리 모노가타리>에 등장하는 달나라에서 온 공주님.-편집자) 같은 존재라는 거다. 이후 바쿠와 료헤이를 완전히 다른 인물로 분리할 수 있었다. 한 영화에서 1인2역을 하는 게 아니라 우연히 같은 시기 다른 작품에서 두 가지 역할을 맡게 됐다고 상상하며 현장에 임했다.”

성장의 시간을 체험한 건 아사코 역의 가라타 에리카 역시 마찬가지였다. 신인이나 다름없는 그는 오디션을 통해 이번 영화에 합류했다. “현장의 모든 순간에 소중한 배움이 있었다. 시나리오를 읽고 나름의 방식으로 아사코의 캐릭터를 이해하려 했을 때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아무 생각 하지 말고 머리를 비워달라고 하셨다. 오직 상대 배우의 연기를 보고, 느끼고, 반응하길 원하셨다. 특히 히가시데 마사히로는 바쿠로 있을 때와 료헤이로 있을 때 완전히 달라서 마치 두명의 배우와 연기하는 기분이 들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순간도 빠지지 않고 화면에 나오며 영화를 이끌어가는 역할이라 부담감은 더욱 만만치 않았지만 가라타 에리카는 “이해받지 못해도 매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게 살았던 아사코처럼 나도 주어진 것에만 온전히 집중하려 했다. 앞으로도 그렇게 충실한 하루를 살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히가시데 마사히로는 <살인의 추억>(2003)에서 카메라를 응시하는 송강호 배우의 엔딩 장면을 언급하며 이 영화의 매력을 설명했다. “<아사코 I&II>는 처음보다 다시 볼 때 더 매력적인 이상한 영화다. 판단을 관객에게 양보하는 여백의 미학을 즐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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