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⑥] <BNK48: 소녀는 울지 않는다> 나와폰 탐롱나타나릿 감독 - 아이돌 그룹을 통해 보는 10대
2018-10-17
글 : 임수연
사진 : 김희언 (객원기자)

타이 아이돌 그룹 BNK48의 소속사는 나와폰 탐롱나타나릿 감독에게 다큐멘터리 제작을 의뢰했다. <BNK48: 소녀는 울지 않는다>의 시작이다. 그런데 감독에게 기획부터 최종 편집권까지 모든 재량권을 주면서 영화는 뜻밖에 인기 아이돌 멤버들이 직접 아이돌 산업의 명암을 고백하는 작품이 됐다. 소속사에서 결과물에 당황하거나 실망하지 않았냐고 묻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나 역시 염려했던 부분인데, 최종 편집본을 보고도 영화가 길다, 짧다 정도의 코멘트만 할 뿐 어떤 간섭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멤버간의 갈등 같은 것을 자연스럽게 보여줘야 작품 자체의 완성도가 높아진다는 영화의 속성을 파악하고 있더라.” BNK48은 일본 아이돌 그룹 AKB48의 자매 그룹이다. 타이 연예계는 K팝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때문에 영화는 아시아 아이돌 산업의 보편적인 이야기로도 읽힌다. 1기 멤버 총 30명 중 졸업 멤버를 제외한 26명이 전부 3시간씩 다큐멘터리 인터뷰에 응했다. “대중매체에서 찍는 인터뷰 영상과는 좀 다른 것을 원했다. 빠른 편집, 음향효과를 넣으면 인터뷰의 진실성을 왜곡할 수 있다. 성당에 있는 고해성사실처럼 아주 작은 인터뷰룸을 만들어서 멤버들의 얼굴을 인물화 같은 구도로 찍었다. 그러면 카메라가 인터뷰이의 눈을 직접 볼 수 있다. 진실하고 사실적인 방법으로 촬영하는 것이 중요했다.” BNK48은 앨범을 낼 때마다 무대에 서는 멤버가 바뀐다. 그때그때 경신되는 인기 순위에 따라 30명 중 16명만이 무대에 설 수 있다. 이렇듯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는 잔인한 시스템에서 멤버들이 받는 고충이 영화에 담겨 있지만, 영화는 비판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고통받는 소녀만은 아니다. 춤과 노래에 자부심이 있고, 연예계의 생리를 잘 이해하고 심지어 즐길 줄도 아는 ‘어른’이기도 하다.” 영화가 아이돌 산업의 풍경을 입체적으로 담아낼 수 있었던 것은 오히려 비인기 멤버들에게 카메라를 비추며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덕이 크다. 탐롱나타나릿 감독은 그들 역시 우리와 닮은 사람이라고 전한다. “현실에서도 항상 순위를 매기지 않나. 내가 영화 제작을 시작하는 이 순간도 비인기 멤버들과 닮았다. 그래서 평소에 매체의 관심을 거의 받지 못한 멤버 위주로 편집했다. 무엇보다 <BNK48: 소녀는 울지 않는다>는 한 아이돌 그룹의 성공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젊음과 10대, 그리고 마이너리티에 대해 이야기하는, 20년 후에도 다시 볼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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