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먼로의 소설은 평범한 일상에서 시작된다. 여느 때와 같은 주말 강둑에 올라간 소년들(<착한 여자의 사랑>), 해변을 산책하다 아지트로 향하는 절친한 두 여자(<자카르타>), 집의 배관을 고치러 온 남자에게 쿠키와 차를 권하는 부인(<코데스섬>), 고속도로를 이동하는 차에서 상상력을 발휘해 외계인놀이를 하는 아이들(<추수꾼을 제외하고는>) 등등.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4인 가족이나 노부부, 여자 친구들의 일상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그들의 삶에 예상치 못한 사건이 끼어들면서 주인공에게 ‘선택’을 종용한다. 그리고 그 선택은 삶에 전환점이 되어 주인공은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된다. 혹은 겉으로는 달라진 게 없더라도 마음속에 비밀을 하나씩 품고 살아가게 된다. 특별히 악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행운을 거머쥐게 되는 것이 아닌데도 삶은 그렇게 주인공의 의지와 상관없이 비틀린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 먼로가 창조한 인물들은 언제나 고민 끝에 최선의 선택을 하지만 모든 선택에는 그에 대한 대가가 따른다. 선택으로 인해 그들은 소중한 것을 잃기도 하고, 의외의 것을 획득하기도 한다. 사는 게 예측 불가능하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그 당연한 명제를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풀어내는 작가는 흔치 않다. 삶의 불확실성 때문에 때론 우스꽝스러워지고, 자기 욕망과 기만을 확인해야만 하는 인간의 일상을 먼로는 예리하게 포착한다. 2013년 앨리스 먼로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작가의 소설이 여럿 출간되었다. 표제작을 비롯해 총 8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는데, 주로 1950~60년대의 캐나다가 주 배경이다. 표제작인 <착한 여자의 사랑>은 특히 지금의 여자들에게 다르게 읽힐 만한 문장들이 많은 단편이다. 과거의 여성들에게 기대되었던 인습과 여성이 희망했던 새로운 가치 사이의 괴리, 먼로는 여성의 심리를 파고들며 평범한 불행이란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선택
“스스로 생각할 줄 알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되거나 그렇지 않거나, 둘 중 하나야.”(<자카르타>, 14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