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씨네21 추천도서 <옥상에서 만나요>
2018-12-18
글 : 이다혜
사진 : 오계옥
<옥상에서 만나요> 정세랑 지음 / 창비 펴냄

소설가 정세랑이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을 좋아한다. 그녀의 소설을 읽을 때면, 그 안의 인물들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얇고 여린 끈으로 그 인물과 내가 연결되어 있다는 기분. 단편 <효진>에 나오는 화자의 남자친구 같은 사람도 그렇다. “어두운 방에서 모니터만 빛내며 판다 동영상을 무한 반복해서 보고 있는 남자친구를 보면 가끔 짠해. 그런 날은 힘든 일이 있었던 날이거든.” 그리고 화자는 이렇게 덧붙인다. “너도 힘들구나, 그게 우리 관계의 바탕인 거 같아.” 힘든데, 그 자리에 멈춰서 우물 안을 들여다보고만 있지 않다. 정세랑의 문장은 독자를 어디론가 흘려보낸다.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이혼 세일>에서 이혼을 앞두고 물건을 정리하는 이재는 정말로 고래를 해체하듯 살림을 친구들에게 넘겨버린다. 이재는 캠핑 카라반을 타고 떠날 생각이다. 막 출발한 친구에게 이재가 달려와 건넨 물건은 장아찌 담글 때 쓰는 누름돌이다. 그저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으로 역할을 하는 돌을 치우고, 이재는 어디로 가려는가.

여러 사람들이 자기 목소리로 떠들고 있다. 그 속에서 느껴지는 활기가 있다. <피프티 피플>이 그랬듯, <이혼 세일>이 그랬듯, <웨딩드레스44>에서 하나의 웨딩드레스가 만나는 44명의 여성들이 있다. 결혼이라는 단어 아래 묶인 여성들이라고 해서 그들 모두가 “그래서 그들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페이지의 주인공이 아니리라는 사실 정도는 누구나 알고 있다. 정세랑은 그들의 삶이 웨딩드레스와 교차하면서 만들어낸 어떤 장면을, 생각을, 솜씨 좋게 깔끔한 케이크 조각으로 만들어 단편을 완성한다. 언제나 우리의 삶을 망치는 건 희망이다. 구원하는 힘이 무엇일지는 모르지만 희망을 닮은 것은 확실하다. 그 역설의 눈물과 웃음을 정세랑의 인물들이 나눠갖는다. 독자와 나눈다. 소설을 읽는 일이 쾌락인 동시에 즐거운 전망처럼 느껴진다. 이것이 정세랑 읽기의 참맛.

읽기의 참맛

결혼한 지 3년이 되었을 때, 스물한번째 여자의 남편은 빈정거렸다. “그렇게 매사 우울해서 어떻게 사니? 차라리 약을 먹어라, 응?” 여자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쳤다. “내 우울은 지성의 부산물이야. 너는 이해 못해.”(<웨딩드레스44>, 2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