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019년 한국영화⑭] <클로젯> 김광빈 감독 - 자녀와의 진정한 소통이란 무엇일까
2019-01-09
글 : 김성훈
사진 : 백종헌

“아이가 갑자기 사라지면 부모는 몸이 즉각적으로 반응해.” 지난해 여름 어느 날 ‘제작자’ 윤종빈 감독이 김광빈 감독과 나눈 통화 내용을 본의 아니게 엿들은 적 있다. 당시 두 사람이 준비하던 영화 <클로젯>에 ‘아이가 실종되는 상황이 있나 보다’, ‘가족 이야기겠구나’라고 짐작만 했을 뿐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클로젯>은 아이가 실종되고, 아이의 실종에 얽힌 비밀을 알고 있는 퇴마사가 아이 아버지를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였다. 이 영화는 윤종빈 감독과 배우 하정우가 공동 제작하고, 두 사람의 중앙대 연극영화과 후배인 김광빈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자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촬영을 마치고 막 후반작업에 돌입한 김 감독은 장르가 장르인 만큼 매우 조심스러웠다.

-이야기를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평소 호러와 스릴러, 판타지 장르에 관심이 많다. 인물이 어딘가로 가서 어떤 일을 겪는다는 설정은 외국 영화에서 많이 볼 법한 이야기이지 않나. 가족 관계를 이 설정으로 풀어보면 좋겠다 싶었다. 가족 관계는 단편영화 <모던 패밀리>(2011), <자물쇠 따는 방법>(2016)에서도 주제로 다룰 만큼 평소 관심이 많았다. 시놉시스부터 시나리오 초고 완성까지 약 한달 만에 마칠 만큼 자유롭게 썼다.

-하정우가 연기한 아버지 연상원은 어떤 인물인가.

=직업은 건축 디자이너이고 가정적인 남자는 아니다. 어른이지만 행동과 생각은 아이에 가깝다. 딸의 바람과 달리 자신의 시각만으로 딸을 판단하는 까닭에 딸과 어떻게 소통할지 모르는 아버지다. 그는 돈 벌어오는 것으로 가장 역할을 다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태도는 딸과 관계가 틀어지는 원인이 된다. 촬영 전 하정우씨와 함께 시나리오를 보며 이야기와 주제에 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의 딸 연이나는 TV드라마 <마더>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아역배우 허율이 맡았는데.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로 아버지와 대화를 거부하고 눈조차 마주치지 않는 11살 소녀다. 딸 역할을 맡을 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약500명의 아역배우를 만나보았다. 그중에서 허율은 평소 해맑다가 카메라만 돌아가면 백팔십도 달라지는데, 그 모습이 극중 아이가 달라지는 부분에서 필요했다.

-두 부녀가 찾아가는 숲속의 집은 어떤 공간인가.

=상원이 한때 특이한 컨셉에 매료돼 원했던 집이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부녀가 그곳으로 이사간다. ‘클로젯’이라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딸의 옷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진다. (웃음)

-신현빈이 연기한 죽은 아내는 두 부녀의 플롯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다.

=아버지와 딸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한다. 스포일러라 자세한 얘기를 꺼내긴 어렵지만 주인공 부녀에게 트라우마를 남기는 까닭에 매우 중요한 역할이다. (신)현빈씨가 이제껏 보여준 모습과 완전히 다른 면모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김남길이 연기한 퇴마사는 서사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

=오컬트 장르에서 흔히 볼 법한 귀신을 쫓는 퇴마사는 아니다. 아버지가 딸에게 생긴 일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등하게 하는 동시에 서사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역할이다. 밝고 웃기는 면모와 진지하고 심각한 면모, 이 상반된 모습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인물이다.

-아이에게 벌어지는 일은 영화의 장르를 규정하는 동시에 서사에 서스펜스를 구축하는 장치인데 어떻게 연출할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평소 호러, 스릴러 장르를 좋아해 시나리오 쓰는 과정에서 여러 영화를 보았지만 그중 특별히 참조한 작품은 없다. 호러와 스릴러 장르의 컨벤션들을 그대로 취하기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비틀어보고 싶었다. 기존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시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같은 초자연적 현상을 겪은 두 부녀를 통해 무슨 얘기를 하고 싶나.

=아이를 자신의 시선에서만 바라보는 아버지에게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영화가 될 것 같다. 한편으론 아이가 겪는 아픔과 상처를 진심으로 보듬어줄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단편영화에 이어 상업영화 데뷔작도 가족을 주제로 한 이야기인데 가족 문제에 관심이 많은 이유가 무엇인가.

=외국에서 살고 있는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낸 지 오래된 터라 나도 모르게 시나리오를 쓸 때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시나리오 표지.

<클로젯>

감독 김광빈 / 출연 하정우, 김남길, 허율 / 제작 영화사 월광, 퍼펙트스톰필름 / 배급 CJ엔터테인먼트 / 개봉 2019년

● 시놉시스_ 아내(신현빈)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아버지 연상원(하정우)과 딸 연이나(허율)는 관계가 서먹서먹해진다. 어색한 관계를 유지하던 딸과 아버지가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해 원래 살던 도심을 떠나 한적한 곳에 있는 집으로 이사간다. 그곳에서 딸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딸의 실종과 관련한 비밀을 알고 있는 퇴마사(김남길)가 아버지를 찾아오면서 미스터리한 일들이 벌어진다.

● 초자연적 현상의 서스펜스_ 호러·스릴러 장르인 만큼 비밀을 품은 숲속의 집에서 벌어지는 초자연적 현상이 서사에서 서스펜스를 얼마나 구축할 수 있는지가 이 영화의 성패를 가르는 관건 중 하나다. 김광빈 감독은 “단순히 관객으로 하여금 비명을 내지르게 하는 공포보다는 내가 알던 딸이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서 발생하는 긴장감과 공포심을 서서히 보여주는 방식을 시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막 시작한 후반작업에서도 장르적 특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찾아볼 생각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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