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019년 한국영화⑫] <타짜: 원 아이드 잭> 권오광 감독 - 현실로 돌아왔을 때 삶이 더 기분 좋아지는 영화 만든다
2019-01-09
글 : 장영엽 (편집장)
사진 : 오계옥

<타짜> 시리즈가 5년 만에 돌아왔다. 권오광 감독의 <타짜: 원 아이드 잭>은 최동훈 감독의 <타짜>(2006), 강형철 감독의 <타짜: 신의 손>(2014)을 잇는 세 번째 <타짜> 영화다. 1편에 등장했던 전설의 타짜, 짝귀의 아들 도일출(박정민)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 작품은 시대상을 반영한 각색과 박정민, 류승범, 이광수 등 자기만의 뚜렷한 색깔을 가진 배우들, 팀플레이가 돋보이는 심리전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한다. <타짜: 원 아이드 잭>은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인상적이었던 저예산 장편영화 <돌연변이>(2015)를 연출한 권오광 감독이 본격적으로 선보이는 장편 상업영화다. 상업 오락영화의 리듬을 철저하게 따라가되 관객이 ‘이 영화는 결이 좀 다른 것 같아’라고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게 그의 목표다. 군산, 진도, 서산, 강화도 등을 오가며 연말연시 촬영에 박차를 가하던 권오광 감독을 어렵게 만나 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타짜> 시리즈의 세 번째 영화를 연출하게 된 계기는.

=싸이더스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영화를 공부하던 시절, 한국 상업 오락영화가 이렇게 재밌을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준 작품이 바로 최동훈 감독의 <타짜>였는데, 같은 시리즈의 연출을 제안받으니 고민이 많이 되더라. ‘내가 잘해낼 수 있을까, <타짜> 1, 2편에 누가 되는 건 아닐까’ 걱정됐다. 하지만 피하거나 도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오랫동안 장편 상업영화를 준비해왔는데 <타짜>라는 프로젝트가 내게 온 게 마치 운명처럼 느껴졌다. 그런 연유로 합류하게 됐다.

-성인오락실 환전소 ‘바다이야기’에서 아르바이트한 경험을 바탕으로 단편 <세이프>(칸국제영화제 단편부문 황금종려상 수상작)의 각본을 쓴 적 있다. 당시 체험해본 도박의 세계는 어땠나.

=사실 게임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지는 못했다. 환전소에서 일했는데, 작은 구멍으로 돈을 바꾸려는 사람들의 손을 보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상황을 짐작할 뿐이었다. 이번에 <타짜: 원 아이드 잭>의 시나리오를 준비하며 도박꾼과 그들의 세계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볼 기회가 있었다. 내 생각에 도박꾼이란 세상이 ‘룰’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 순간의 운이나 선택이 특정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믿는 사람들, 그래서 한곳에 정착하고 머물러 있지 못하는 사람들 말이다. 우리 영화에도 떠돌아다니는 캐릭터들이 많이 나온다.

-허영만 작가의 만화 <타짜> 시리즈 중 3부 <원 아이드 잭>을 영화화했다. 원작과의 연관성과 차이점이 궁금하다.

=영화를 준비하며 가장 신경 쓴 것은 ‘현재성’이다. 만화가 오래전에 출간된 만큼 요즘 시대에 통용되기 어려운 지점이 많았다. 원작의 등장인물 컨셉이나 특징 몇개를 제외하고 다시 한번 이야기를 직조해보자는 생각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그러다보니 영화에서 새롭게 선보인 인물들이 많고, 만화와 이야기의 방향과 결말이 다르다. 관객이 이런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된다.

-어떤 변화가 있는지 예를 들어줄 수 있나.

=원작과 마찬가지로 짝귀의 아들 도일출이 주인공인데, 콤플렉스를 가진 인물이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많은 것들을 바꿨다. 일출과 애꾸(류승범)의 관계도 원작과 다르다. 만화에서 두 인물은 친구 같은 관계고(애꾸의 이름은 원작에서 ‘나라’다) 치정으로 얽혀 있는데, 영화 속 애꾸는 일출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에 가깝다. 이광수 배우가 연기한 까치도 원작에는 없던 인물이고 영미(임지연)와 권 원장(권해효)은 만화에서 잠깐 스쳐 지나가는데 영화에서는 좀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도일출과 애꾸는 어떤 인물인가.

=도일출은 자신의 아버지가 전설적인 타짜였다는 사실을 모르고 자란 인물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으며, 세상은 불공평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극중 대사 중에 이런 말이 있다. ‘가진 놈들은 출발점부터가 다르다. 그런 놈들을 내가 무슨 수로 이기겠어, 우리 둘 다 똑같이 카드 7장 들고 하는 도박이 훨씬 더 해볼 만한 거 아니야? 금수저나 은수저나 카드 7장 들고 하는 건 마찬가지잖아.’ 이처럼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인식으로부터 그의 콤플렉스가 시작된다. 박정민 배우가 일출을 연기하는데, ‘소년의 얼굴로 시작해서 성인 남자의 얼굴로 끝났으면 좋겠다’는 나의 주문을 현장에서 너무 멋지게 소화하고 있다. 애꾸는 비밀이 많은 캐릭터다. 류승범 선배와 함께 잡은 컨셉은 ‘스모키’한 인물이다. 한쪽 눈을 잃었기 때문에 늘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며, 희로애락을 읽을 수 없는 얼굴을 가졌다. 과거에 우리가 잘 알던 류승범 배우와 한국을 떠나 있다가 돌아온 지금의 모습은 많이 다른데, 현재 류승범 배우가 가진 모습을 애꾸라는 인물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려 했다.

-<타짜>는 시리즈의 기반을 닦았고, <타짜: 신의 손>은 청춘물의 느낌을 더했다. 3편은 어디에 방점을 둔 영화인가.

=현재성. 나를 비롯한 젊은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현재의 대한민국에 대한 단상을 반영한 영화다. 또 3편은 팀으로 움직이는 타짜들이 나오는 작품이라 1, 2편과는 톤이 좀 다를 것 같다. 팀으로 움직일 때 생기는 좀더 경쾌하고 스피디한 느낌이 있다. 무엇보다 이전 두편의 <타짜> 영화가 도박꾼들의 화려한 세계를 보게 해주고 그들을 훔쳐보는 재미를 주는 영화였다면 나는 관객이 알지 못했던 세계와 흥미로운 캐릭터들을 보여준 다음 현실의 세계로 돌려보내고 싶다. 즐기고 나면 현실이 초라해 보이는 영화가 있고, 반대로 현실로 돌아왔을 때 삶이 더 뿌듯해지고 기분 좋아지는 영화가 있다. <타짜: 원 아이드 잭>은 후자의 영화가 되었으면 한다.

<타짜: 원 아이드 잭>

감독 권오광 / 출연 박정민, 류승범, 최유화, 우현, 윤제문, 이광수, 권해효, 임지연 / 제작 싸이더스 / 배급 롯데컬처웍스 / 개봉 2019년

● 시놉시스_ 전설적인 타짜인 ‘짝귀’의 아들 도일출(박정민)은 한쪽 눈을 실명한 정체불명의 타짜 애꾸(류승범)를 만나면서 진정한 고수들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다. 애꾸로부터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누구든 이길 수 있는 무적의 카드 ‘원 아이드 잭’을 받고 모인 특별한 ‘꾼’들. 이들의 인생을 건 베팅이 시작된다.

● 3편에서는 포커의 기술_ 1편이 섰다, 2편이 고스톱의 세계를 다뤘다면 3편은 포커다. 권오광 감독은 포커의 핵심은 ‘팀워크’라며 어떤 판을 설계할 것인지가 포커에 있어서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실제로 타짜였던 분이 그러더라. 포커에서는 호구가 얼마나 나를 믿는지가 중요하다고. 상대방이 정말 나를 믿는다면 그 사람 면전에서 패를 바꿔도 눈치채지 못한다고 하더라. 이것이 3편의 핵심이다.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팀워크를 맞춰 호구를 속이는지에 주목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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