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한국영화 기획②] 차원천 롯데컬처웍스 대표 -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2019-01-23
글 : 장영엽
사진 : 백종헌

지난해 연말, 롯데컬처웍스는 서울 송파구 롯데캐슬골드에서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본사를 이전했다. 롯데월드타워 27층에 위치한 롯데컬처웍스의 새 사무실에 들어서면 잠실 일대는 물론이고 아시아 최대 규모의 영화관인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앞으로 글로벌하게 나아가야 하는데 사무실이 좁으면 회사의 규모부터 작아 보이지 않겠냐”는 차원천 대표의 뜻이 주효했다고 한다. 지난해 6월 1일, 롯데쇼핑 시네마사업본부에서 분리, 독립해 종합 엔터테인먼트 전문 기업으로 거듭난 롯데컬처웍스는 2018년 국내 메이저 영화 투자·배급사 중 가장 주목할 만한 활약상을 보여줬다. 김용화 감독의 판타지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 <신과 함께-인과 연>이 <신과 함께-죄와 벌>에 이어 다시 한번 천만 관객을 기록했고,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658만명)과 <완벽한 타인>(529만명)도 박스오피스 10위권 안에 진입하며 순항을 거듭했다. 덕분에 롯데컬처웍스는 15년 만에 국내외 영화 투자·배급사 중 누적 매출액과 관객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한해를 마감했다. 지난해 말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차원천 대표는 1984년 롯데케미컬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한 뒤 롯데호텔의 경영관리본부와 그룹 정책본부를 거쳐 2013년부터 롯데시네마(롯데컬처웍스의 전신) 대표를 맡고 있다. 롯데그룹에서 재무 전문가로 잘 알려진 그는 “영화계에서 보면 나는 이방인”이라 말하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가질 수 있었던 새로운 시선이 영화 전문가들의 관점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낸 게 아닌가 싶다”고 말한다.

-지난해 롯데컬처웍스는 국내외 영화 배급사를 통틀어 관객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최근 10년 사이 롯데가 부침이 심했다. 2014년에는 업계 2위였는데 2015년에는 바닥까지 내려갔고.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지난해 잘됐다고 올해 방심하면 안 된다는 걸 절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롯데의 2018년 라인업이 타사에 비해 장르적으로 더 다양했다고 본다. <신과 함께-인과 연> 같은 대작을 필두로 <지금 만나러 갑니다> <완벽한 타인> 등 롯데의 강점으로 알려진 중간 규모의 영화들이 시너지 효과를 냈고, 여기에 롯데가 배급을 맡은 할리우드 직배사 파라마운트의 영화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과 <범블비>가 좋은 성적을 냈다.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건 첫째로 운이 좋았고, 둘째로 업계에서 고생하며 노하우를 쌓아온 동료들이 저력을 발휘해주었기 때문이다.

-<신과 함께-인과 연>은 1편에 이어 다시 한번 천만 관객을 기록했다. <신과 함께> 프랜차이즈의 투자·배급을 경험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프랜차이즈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2편의 스코어(1227만명)가 1편(1441만명)보다 떨어졌다는 건 바짝 정신을 안 차리면 더 혼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만큼이나 변화와 혁신을 좋아하는 관객도 없다. 이런 환경에서 프랜차이즈 영화를 만든다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그래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시리즈 영화는 잘 만들기만 하면 전편은 물론이고 속편까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특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또 시리즈영화는 해외에서도 승산이 있다. <신과 함께> 프랜차이즈로 천만달러 이상의 수출 실적을 거뒀다. 올해 개봉작인 <사자>도 선판매를 통해 벌써 100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기록했다.

-많은 한국영화들이 실망스러운 성적을 기록했던 2018년 추석과 겨울 시즌, 롯데는 외화로 승부수를 던지거나 개봉 시기를 비껴가는 배급 전략을 구사했다. 그 이유는.

=피했다기보다 부딪쳐봤다고 생각한다. 공동 배급작으로 참여한 <물괴>는 사극이기에 추석 시즌 개봉작으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봤다. 그래서 강력한 경쟁작들보다 먼저 개봉해 힘을 발휘하길 바랐지만 다른 한국영화들과 마찬가지로 결과가 아쉬웠다. 겨울 시장에서는 장르적으로 승부수를 던질 만한 한국영화 라인업이 없었다. <마약왕>의 송강호, <PMC: 더 벙커>의 하정우 배우는 출연하기만 하면 벌써 몇백만명을 동원하는 분들이고, <스윙키즈>도 저력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모두가 한국영화를 개봉할 때 외화를 집어넣으면 특정 관객층이라도 보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범블비>를 포함시켰다.

-지난해 충무로에서 100억원 이상의 한국영화 대작들이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고 관객의 외면을 받는 일이 잦았는데 이러한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콘텐츠가 관객의 변화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영화를 선택하는 관객의 기준과 개념이 1년만 지나도 바뀌니 관객의 눈높이에 맞는 영화를 만들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늘 그런 이야기를 한다.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대작, 트렌드에 맞는 중간 규모의 장르영화, 50억원 이하의 저예산영화 등 관객의 취향을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라인업을 기획해야 한다. 예전처럼 트렌드에 맞춰서 사극이 잘되면 사극, 액션이 잘되면 액션영화를 우르르 만든다면,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금방 싫증이 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롯데의 라인업도 다양한 장르와 사이즈의 영화들로 구성했다. <완벽한 타인> <청년경찰> <덕혜옹주>처럼 매년 롯데에서는 중간 규모의 영화에서 한 작품씩 히트작이 나왔는데, <말모이> <천문: 하늘에 묻는다>(가제) <사자> <타짜: 원 아이드 잭> 등을 선보이는 올해의 라인업에서 어떤 영화가 그런 역할을 해줄지 기대가 된다.

-올해 롯데컬처웍스의 목표는.

=단기적인 목표는 최소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것이다. 1조원 정도가 되어야 새로운 사업에서 손해가 나도 만회가 가능하다. 두 번째는 천만 영화를 만들고 영화 부문에서 전체 1등을 해보는 거였는데 지난해 운 좋게 목표를 이루었기에 1등을 더 자주 하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웃음) 세 번째로 롯데컬처웍스의 국내 매출보다 해외 매출이 더 커지길 바란다. 지금은 국내와 해외의 매출 비중이 6 대 1, 7 대 1에 가깝다. 앞으로 살아남으려면 국내외 매출 비중이 1 대 1에 가깝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출의 대부분은 콘텐츠에서 나왔으면 하고.

-지난해 인터뷰에서도 롯데는 글로벌 콘텐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지난해 12월 말에는 베트남에서 한국영화 <아빠는 딸>을 리메이크한 <혼 파파 자 꼰가이>를 개봉하며 본격적으로 베트남에서 투자·배급업을 시작했는데.

=살아남으려면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 한국영화 제작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손익분기점을 맞추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베트남 진출은 롯데시네마가 쇼핑사업부에 속해 있던 시절, 베트남에 설립되는 몰에 극장도 함께 입점하는 방식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베트남 시장을 조사해보니 몰을 찾는 소비자층이 굉장히 젊었고, 이들이 잠재적 영화 관객이 되리라는 생각에 극장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2018년이 되어서야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로부터 투자·배급 승인을 받았는데, 현재 41개의 베트남 극장을 2022년 140개까지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OTT 서비스인 ‘씨츄’를 론칭하며 신규 플랫폼 사업을 시작했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핵심은 콘텐츠 확보다. 어떻게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나.

=OTT 서비스에 진출하려다보니 경쟁사의 규모가 너무 크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씨츄를 론칭한 이유는 백화점식으로 콘텐츠를 제공하기보다 이미 롯데가 안정적으로 잘 만들고 있는 영화를 서비스하며 콘텐츠의 범위를 점점 더 확장해나가면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다음 단계의 일환으로 이미 드라마 TF팀을 꾸렸고 올해 잘하면 롯데컬처웍스가 제작한 첫 드라마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롯데가 주관하는 시나리오 공모전의 이름을 ‘롯데 크리에이티브 공모전’으로 바꾼 것도 다양한 유형의 콘텐츠로 공모 범위를 확장하기 위함이다.

-신생 투자·배급사들의 합류로 영화계에서의 라인업 확보도 더 치열해질 것 같은데.

=라인업 확보가 치열해지더라도 다양한 콘텐츠의 제작을 통해 얻게 되는 시너지 효과가 더 크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창작자의 입장에서는 투자·배급사가 한정되어 있고 회사마다 연간 라인업을 어느 정도 정해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영화산업 안으로 들어오기가 어려웠을 거다. 투자·배급사가 많아질수록 더 많은 창작자와 다양한 영화들이 진입해 영화계의 파이를 키울 거라고 생각한다. 이건 위기가 아니라 기회다.

● 타사 라인업 중 가장 기대작은?_ “가장 기대되는 작품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배급 CJ엔터테인먼트)이다. 봉준호 감독은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 작품마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연출자이기에 이번 작품에서는 또 어떤 새로운 면모를 보여줄지 궁금하다. <완벽한 타인>과 <말모이>를 롯데와 함께한 유해진 배우가 출연하는 원신연 감독의 <전투>(배급 쇼박스)도 기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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