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다운 선택.’ 함진 NEW 영화사업부 한국영화투자 본부장과의 인터뷰에서 ‘초심’과 함께 가장 자주 언급된 표현이다. 그 의미를 묻자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선택한 작품에 대해서는 최선의 성과를 내기 위해 전사가 하나 되어 움직이는 것”이란 대답이 돌아왔다. 창립 10주년을 맞은 지난해 NEW의 성적은 다소 아쉬웠다. <안시성>과 <스윙키즈> <독전> <염력> <창궐> 등 NEW가 배급한 100억원 이상의 대작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 지난해 연말 NEW가 단행한 조직 개편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초심으로 돌아가 독창적인 기획과 시의적절한 배급 전략에 다시금 승부수를 거는 2019년 NEW의 전략이 보다 명확하게 보인다. 이번 조직 개편으로 NEW 영화사업부의 한국영화투자 본부장을 맡게 된 함진 전 한국영화 2팀장은 이번 개편의 중심에 놓인 인물이다. 쇼박스, 데이지엔터테인먼트, 씨네그루를 거쳐 2015년 NEW에 입사하기까지 17년간 제작·투자 업무에 몸담아온 그는 “지금처럼 변화의 속도가 빠르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말 NEW가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이번 개편의 의미는.
=가장 큰 변화는 한국영화 투자 1, 2팀을 투자본부로 합쳐 하나의 체제로 통합해 운영한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특정 회사와 작품을 담당하는 각 팀장의 역할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본부장이라는 직책을 통해 회사의 입장을 일원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 한다. 기획팀을 신설한 점도 변화 중 하나다. IP를 확보해야만 하는 시장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에 콘텐츠 기획과 아이템 확보에 주력하는 기획팀을 새로 꾸렸다.
-창립 10주년이었던 2018년, <스윙키즈> <안시성> <독전> <염력> <창궐> 등 라인업의 절반이 100억원 이상의 대작이었다. 손익분기점이 높은 영화가 많았으나 만족스러운 흥행 성적을 거두지 못했는데, 이런 결과에 대해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10주년을 맞아 대작을 의욕적으로 배치한 게 지난해 라인업의 가장 큰 특징이었지만 아쉽게도 결과가 그닥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일단 100억원 이상의 대작이 많아 무게감과 중압감이 있었던 것 같고, 작품의 사이즈가 있으니 무조건 성수기에 개봉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던 듯하다. 좀더 면밀하게 시장에 대한 판단과 분석을 통해 배급 날짜를 정하기보다는 사이즈에 따른 배급 판단이 앞섰던 게 아닐까, 그런 점이 아쉽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NEW가 <안시성>을 공개했던 지난해 추석과 <스윙키즈>를 내놓은 지난 겨울, 한국 극장가의 박스오피스 성적을 보면 외화에 비해 한국영화의 성적이 크게 저조했다. 이것은 한국영화간의 경쟁이 과열된 탓일까 혹은 다른 이유가 있다고 보나.
=여러 가지 측면이 있겠지만 우선은 시장 사이즈가 더 확대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러 편의 한국영화가 동시에 개봉하다보니 성적을 나눠 가질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었던 것 같고, 작품적으로도 관객의 기대에 못 미치는 아쉬운 지점이 있지 않았나 싶다.
-쇼박스, 데이지엔터테인먼트, 씨네그루와 NEW까지 다양한 투자·제작사에 몸담아온 업계 플레이어로서 최근의 한국영화계에 대해 어떤 진단을 내리는지 궁금하다.
=변화가 굉장히 빠르다. 해가 갈수록 변화에 가속도가 붙는 게 느껴지고, 최근 몇년간은 개인적으로 한국영화의 경쟁력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기술적인 부분은 사실 자본이 뒷받침된다면 어느 정도 극복 가능한 것 같은데 드라마의 힘에 있어서는 과거보다 국내 관객에게 어필하는 측면이 약화된 것 같아서 안타깝다. NEW의 경우에는 시나리오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베이스로 작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도 이 점을 잊지 않고 어떤 시나리오를 영화화할 것인지에 주목하려 한다. 올해의 라인업과도 연관되는 고민 지점이다.
-올해 NEW의 라인업을 보면 중급 영화가 대다수다. 소위 ‘빅 네임’이라 불리는 감독들보다 중견감독, 신인감독들과의 협업이 눈에 띈다. 이러한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올해는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느낌을 줄 만큼 ‘NEW’스러운 선택을 하는 데 집중했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사이즈에 연연하기보다 소재적으로 신선하고 의미 있는 시나리오를 선택해서 작품 한편 한편의 퀄리티를 높이고 관객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선택과 집중의 시간을 가지려 한다. <생일> <나의 특별한 형제>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소재 측면에서 도전적이고, <콜>과 <가장 보통의 연애>처럼 장르적 색깔이 강한 작품도 포진해 있다. 특히 20대 여자 배우 박신혜, 전종서가 투톱을 맡은 <콜>의 경우 캐스팅에서도 도전적인 작품이 될 거다.
-자회사 스튜디오앤뉴의 영화 창립작 <안시성>은 지난해 손익분기점을 맞췄고,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 <뷰티 인사이드>는 시청률과 작품성 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스튜디오앤뉴의 향후 제작 계획과 방향성이 궁금하다.
=최근 이성민, 유재명 배우가 주연을 맡은 범죄 액션 영화 <비스트>를 촬영 중이고, 이후 선보일 더 많은 작품들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드라마는 국회의원 보좌관을 소재로 <추노>의 곽정환 감독이 연출을 맡은 <보좌관>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도까지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스튜디오앤뉴와의 협업도 지속적으로 고민 중이다.
-스튜디오앤뉴는 최근 매니지먼트 사업을 시작했다. 얼마 전 카카오M이 주요 매니지먼트사(BH엔터테인먼트, 제이와이드컴퍼니, 매니지먼트 숲)를 인수하며 배우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거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스튜디오앤뉴의 행보도 비슷한 고민에 따른 결과인가.
=캐스팅의 어려움에 대한 문제는 특정 회사의 인수보다는 영화, 드라마 제작 편수의 전반적인 증가와 더 관련이 있을 거라고 본다. 스튜디오앤뉴의 매니지먼트 사업은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신인배우를 중심으로 진행되기에 기존 매니지먼트 사업과는 성격이 좀 다른 걸로 알고 있다.
-극장을 찾는 관객이 더이상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영화계 내부의 경쟁은 점점 더 과열되고 있다. 신생 투자·배급사와의 라인업 확보 경쟁과 넷플릭스 등 다양한 플랫폼과의 각축전에 대응하는 NEW의 전략이 있다면.
=작금의 한국영화는 외화뿐만 아니라 드라마를 포함해 각종 콘텐츠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위기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간 한국영화 위기설이 대두될 때마다 그 상황을 돌파해온 힘은 국내 관객에게만 소구되는 한국영화만의 이야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콘텐츠에 힘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위기 상황을 뚫고 나갈 수 있다. NEW가 올해 기획팀을 새롭게 신설한 이유도 이러한 시장 변화와 맞물려 있다.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고민이나 해외 관객을 겨냥한 글로벌 콘텐츠의 제작 계획은 없는가.
=NEW의 장기적 플랜에는 포함되겠지만 올해는 NEW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들에 주목하려 한다. NEW가 투자·배급한 영화 <부산행>이나 NEW가 제작한 드라마 <태양의 후예> 등 히트작들을 보면 결국 국내 관객이 만족한 영화가 해외에서도 만족도가 높은 경우가 많았다. 해외 시장에 대한 고민은 항상 하고 있으며, 그 시작점은 국내에 있다고 본다.
● 타사 라인업 중 가장 기대작은?_ “무조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배급 CJ엔터테인먼트)이다. 가장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감독과 배우의 조합이 어떤 영화적인 놀라움을 선사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