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①]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 <프랑스여자>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까치발>
2019-04-24
글 : 이주현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 Piranhas

클라우디오 조반네시 / 이탈리아 / 2019년 / 110분 / 개막작

15살 소년 니콜라는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갱들의 흉내를 낸다. 첫눈에 반한 소녀를 따라 클럽으로 향했다가 어리다고 퇴짜 맞을 만큼 소년 티가 줄줄 흐르지만, 니콜라와 친구들은 어른들의 마약 밀매를 도우며 차츰 자신들만의 세력을 확장해간다. 총기까지 소유하게 된 이들은 기존에 자기 지역을 접수하고 있던 갱들을 쓸어버리고, 한때 나폴리 갱단의 존경받는 두목이었던 토니노가 그랬던 것처럼 자기 구역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자릿세를 받지 않음으로써 주민들의 인정까지 받는다. 하지만 세력을 확장해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내적 갈등과 외적 도전이 따른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는 소년 갱들이 어른들을 모방하며 커가는 과정을 담는다. 영웅이 되고 싶고 부자가 되고 싶고 과시하고 싶은 소년들의 행동은 때로 순수해 보이기까지 하는데, 철저히 아이들의 세계와 논리에 집중하는 영화의 시선이 인상적이다. 나폴리를 배경으로 한 갱들의 이야기라면 마테오 가로네의 <고모라>(2008)가 단번에 떠오를 텐데, 아니나 다를까, <고모라>의 원작자인 로베르토 사비아노의 동명 소설이 이 영화의 원작이다.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프랑스여자> A French Woman

김희정 / 한국 / 2019년 / 89분 / 뉴트로 전주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프랑스 남자와 결혼까지 한 미라(김호정)는 오랜만에 한국을 찾는다. 과거 연극을 하며 알게 된 사이인 영은(김지영), 성우(김영민)와 다시 만나 20년 전 추억을 풀어놓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과거로 돌아가 있다. 이들의 대화엔 지금은 죽고 없는 해란(류아벨)의 이야기가 불쑥불쑥 끼어든다. <프랑스여자>는 외국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이방인이 되어버린 40대 여성, 사랑에 실패한 40대 여성의 불안정한 심리를 과거와 현재, 프랑스와 서울이라는 시공간의 뒤섞임으로 표현한다. 꿈과 현실,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허물어버리는 판타지가 각 인물의 서사를 흥미롭게 엮는다. <설행_눈길을 걷다>(2015), <청포도 사탕: 17년 전의 약속>(2012), <열세살, 수아>(2007)를 만든 김희정 감독의 신작이다.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And Your Bird Can Sing

미야케 쇼 / 일본 / 2018년 / 106분 / 시네마페스트

서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나(에모토 다스쿠)는 딱히 일이나 삶에 열정이 없다. 나와 작은 아파트에서 함께 살고 있는 시즈오(소메타니 쇼타) 역시 무직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다 나와 같은 서점에서 일하는 사치코(이시바시 시즈카)가 우리 사이에 끼어든다. 술 마시며 함께 밤을 지새우는 시간은 따뜻하고, 우산 하나를 나눠 쓰고 좁은 아파트로 돌아오는 길은 마냥 즐겁다. 그러나 각자의 고민 속에 세 사람의 즐거웠던 여름날도 유통기한을 다하려 한다. 이 여름이 끝나지 않길 바라면서도 언젠가는 이 여름이 지나갈 것을 알고 있는 세 남녀의 이야기를 세련된 감각으로 표현한 일본 청춘영화다.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2017)의 이시바시 시즈카를 비롯해 에모토 다스쿠, 소메타니 쇼타 같은 일본 청춘 배우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이 영화의 큰 매력이다.

<까치발> Tiptoeing

권우정 / 한국 / 2019년 / 90분 /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다큐멘터리 <땅의 여자>(2009)를 만든 이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권우정 감독은 다시 카메라를 들어 영화를 준비한다. 그러나 장애 자녀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담겠다는 애초 방향은 이내 수정된다. 까치발을 하고 다니는 자신의 딸 지후가 뇌성마비일 수 있다는 현실을 직면하면서 영화는 ‘엄마’ 권우정의 이야기로 선회한다. 뇌성마비의 외적 징후 중 하나인 까치발을 하는 딸에게 ‘까치발을 하고 다니지 말라’며 끊임없이 주의를 주는 모습은 결국 엄마로서의 불안과 두려움이 표출된 결과다. 그것은 또한 답 없는 자책과 부부싸움으로 이어지는데, 그 모습을 지켜본 딸은 어느 날 이런 말을 한다. “엄마 근데 어른들은 왜 싸워? 우리 집은 싸우는 마법집이 아닐까?” <까치발>은 권우정 감독이 감독이자 엄마이자 한 여성으로서 감당해야 했던 힘든 시간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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