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는 30편의 디즈니 장편애니메이션을 소개한 ‘디즈니 레전더리’라는 아카이브 특별전을 기획했다. 올해도 아카이브 특별전이 열린다. 주제는 ‘<스타워즈> 시리즈’로, <스타워즈 에피소드4: 새로운 희망>(1977)부터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2017)까지 8편의 <스타워즈> 시리즈가 상영된다.
<스타워즈>의 역사는 SF영화의 역사인 동시에 영화 기술 발전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CGI가 거의 발전하지 않았던 시기에 제작된 최초의 <스타워즈>는 정밀한 미니어처와 로케이션(튀니지 마트마타)으로 새로운 형태의 우주선과 머나먼 행성을 창조해내는 데 성공했다. 이전까지 많은 SF가 실내 세트에 의존하고 있던 점을 감안하면 조지 루카스의 이상이 얼마나 원대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그 후 CGI 기술 개발에 몰두하던 루카스는 소니와 협력해 최초로 고화질디지털(HD)카메라로 찍은 영화를 선보인다. 이 영화가 <스타워즈 에피소드2: 클론의 습격>(2002)이다. 필름영화에서 디지털영화로의 이행은 영화 제작과 배급, 상영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를 야기하는 것이었고, 그렇기에 엄청난 논쟁에 휘말리게 된다. 논쟁에도 불구하고 그 후 수많은 영화들이 디지털로 제작되었으며, 특히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씬시티>(2005)나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2009)는 루카스와 <스타워즈>가 개척한 디지털 시네마의 대표적인 수혜작들이다.
그러나 <스타워즈>의 인기는 영화의 기술적 측면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다. 최초의 <스타워즈>에는 명확한 신화적 구조가 차용되었는데, 이는 조지 루카스가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에게 영감을 받았기 때문이다. 낯설고 환상적인 SF와 영웅의 여정이라는 보편적이며 익숙한 신화적 구조의 결합은 많은 관객에게 새롭지만 동시에 친숙하게 다가왔다. 또한 이전의 할리우드영화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동양적 요소는 당시 관객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스타워즈>의 모티브가 된 영화는 구로사와 아키라의 <숨은 요새의 세 악인>(1958)인데, 주요 서사뿐만 아니라 주변부 인물(R2-D2, C-3PO)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점까지 차용했다.
<스타워즈>의 동양적인 요소는 구로사와 아키라의 표면적인 영향력보다 더 깊은 곳에 내재한다. <스타워즈>의 세계관 자체가 노장철학이나 불교철학 아래에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계관의 가장 핵심인 ‘포스’는 노장철학의 ‘도’와 유사하다. 포스를 사용하는 제다이들이 승려 혹은 도사의 이미지인 것은 이것과 무관하지 않다. 오비완과 요다는 모두 순리에 역행하지 않으며 자신의 운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회자정리, 거자필반, 생자필멸, 사필귀정의 섭리이다. 그리고 아나킨의 비극은 이 섭리에 대한 역행에서 발생한다. 이 점에서 <스타워즈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험>에서 <스타워즈 에피소드6: 제다이의 귀환>까지는 동일한 세계관 아래에 있다.
또한 시퀄 이전까지 <스타워즈>는 그리스 비극의 요소가 강했다.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거나 좌절하는 영웅들의 이야기는 현대적이기보다는 고대적이었였다. 다시 말해 <스타워즈> 6부작은 최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아직 오지 않은 과거였다. 그러나 시퀄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기에는 신화적인 영웅도, 주어진 운명도 없다. 주인공 레이는 출생의 비밀이 없는 평범한 여성이며, 섭리에 순응하는 영웅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영웅이다. <스타워즈>는 자신이 만들어낸 신화적 속성을 스스로 허물고, 아직 오지 않은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현재 진행형의 영화로 변화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