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⑩] ‘백 년 동안의 한국영화’ 리스트에 대한 단상
2019-04-24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당대의 도전, 여전히 새로운

전주국제영화제는 한국영화사 100주년을 맞아 ‘백 년 동안의 한국영화’라는 제목의 특별전을 연다. ‘한국영화의 또 다른 원천(20세기)’ 섹션은 신상옥 감독의 <지옥화>(1958)부터 장선우 감독의 <꽃잎>(1996)까지 1900년대 영화 12편을, ‘와일드 앳 하트(21세기)’ 섹션은 김지운 감독의 <반칙왕>(2000)부터 나홍진 감독의 <황해>(2010)까지 2000년 이후 영화 14편을 소개한다. 1958년부터 2010년까지 53년여의 시간을 아우르며 비교적 2000년 이후에 초점을 맞춘 모양새다. 영화사적 중요성에 집착하는 대신, 감독의 최고작인지조차 망설여지는 작품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리스트를 흥미롭게 바라보게 한다.

20세기 섹션에는 한국영화 베스트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 작품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다. 비교적 예외적인 작품이 유현목 감독의 <춘몽>(1965), 하길종 감독의 <한네의 승천>(1977), 배창호 감독의 <꿈>(1990) 등이다. 세 작품은 직간접적으로 꿈 혹은 환상과 관련되며, 각각 검열, 무속신앙, 사극과의 관련성하에 환상과 현실에 관해 발언하는 작품이다. 상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한 김기영 감독의 <이어도>(1977) 등을 포함하면 현실의 반영과 환상의 형식 가운데에서 한국영화가 취한 방향성을 환기하는 목록으로도 읽힌다. 대략 10년의 간격을 두고 만들어진 <지옥화>와 <귀로>(감독 이만희, 1967)는 전쟁의 상처와 이에 대한 극복의 기로에 선 한국의 상황을, 여성 캐릭터를 통해 표현하는 두 가지 방식을 보여준다.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박광수 감독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1995)과 <꽃잎>을 통해 엄혹한 시절의 페르소나로 남성을 세웠을 때와 여성을 세웠을 때, 비슷하고도 다른 양상을 비교해보는 것도 관람 포인트다.

21세기 리스트에는 홍상수, 이창동, 봉준호 등 한국영화사에서 중요한 몇몇 감독의 이름이 누락된 대신, 김수현 감독의 <귀여워>(2004) 등 실험성이 돋보이는 저예산 영화가 대거 포함되었다. 각각의 작품을 떼어놓고 보면 너무도 유명한 작품이지만, 21세기 대표작을 꼽는 맥락에서는 의외의 선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몇 편의 스포츠영화가 눈에 띈다. 재일조선인 프로레슬러의 삶을 다룬 송해성 감독의 <역도산>(2004), 최초의 민간 여성 비행사 박경원의 이야기를 그린 윤종찬 감독의 <청연>(2005) 등 실존 인물을 다룬 스포츠 실화 영화와 함께 <반칙왕> <천하장사 마돈나> 등 문제의 해결책으로 스포츠가 주요하게 등장하는 코미디영화가 포함된 점이 주목된다. 스포츠영화와 코미디 장르가 민망한 애국영화 혹은 값싼 킬링타임 영화로 소비되던 시기에 이들 영화가 점유한 위치는 실로 독특하다.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2001)와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는 양화와 음화, 두 가지 버전으로 청춘의 모습을 담아낸 21세기 초반 독보적인 청춘영화다. 20세기 영화들 속 기이하거나 광기 어린 ‘영화적’인 캐릭터를 대조해보면, 스크린 속 인물들이 우리와 비슷한, 혹은 우리 곁의 누군가와 비슷한 인물로 변화했음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멜로영화가 90년대 명징한 존재감을 발휘하며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데서 한 발짝 떨어져 불쑥 솟아난 것 같은 정지우 감독의 <사랑니>(2005), 유일무이한 시도였기에 지금은 너무나도 눈에 잘 띄는 장준환 감독의 SF영화 <지구를 지켜라!>(2003) 등 장르영화, 대중영화, 실험영화, 독립영화의 틀에 갇히지 않고 이어 온 시도들을 다시 발견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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