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⑥] <재건의 날들> <에바를 찾아서> <첫 항해>
2019-04-24
글 : 김정현 (객원기자)

<재건의 날들> Years of Construction

하인츠 에미히홀츠 / 독일 / 2018년 / 93분 / 익스팬디드 시네마

독일 미술관 ‘만하임 쿤스트할레’로부터 제안받은 프로젝트에서 시작한 영화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원래 있던 미술관 건물을 철거하고 새롭게 재건하는 과정을 특정한 내러티브나 인물 없이 고정된 프레임으로 촬영된 이미지를 통해 기록한다. 영화는 움직이지 않는 카메라로 고정된 건축물이 만들어내는 구도의 아름다움을 인상적으로 포착하지만 동시에 분수나 거리를 걷는 사람과 같은 피사체의 움직임과 사운드에서 비롯되는 활력도 같이 담아낸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배치된 이미지는 재건되는 건물의 안과 밖을 넘나들면서 주변 환경의 변화를 섬세하게 보여주는가 하면 건물 곳곳에 새겨지는 노동의 흔적을 포착하기도 한다. 이미지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서로 결합하면서 점차 인간과 환경, 건축, 예술과 같은 주제들을 품으며 그 의미를 확장해나간다.

<에바를 찾아서> Searching Eva

피아 헬렌탈 / 독일 / 2019년 / 85분 / 프론트라인

영화가 따라가는 에바 콜레는 정체를 알기 어려운 인물이다. 에바라는 인물은 여성, 모델, 성 노동자, 아티스트, 페미니스트, 양성애자 등 다양한 단어를 통해 설명될 수 있지만 사실 그 무엇도 그를 정확히 설명하지는 못한다. 그의 일상과 패션 화보 같은 이미지, 그의 SNS에서 가져온 텍스트가 교차하는 이 영화에서 일상은 갑작스럽게 연출된 장면과 연결되기도 하며, 텍스트나 내레이션과 충돌하기도 한다. 당연히 이를 따라가는 관객은 어디까지가 현실의 에바이고, 어디까지가 영화와 그가 만들어낸 이미지인지 확신할 수 없다. 인터넷 공간이 완전히 일상과 결합한 지금의 세계에서 한 개인의 초상을 그려내기 위해 스스로 SNS의 타임라인이 된 것 같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시도인 다큐멘터리.

<첫 항해> Maiden

알렉스 홈즈 / 영국 / 2018년 / 93분 / 월드 시네마스케이프

권위 있는 영국의 요트대회 ‘휘트 브레드 세계 일주 레이스’에서 최초로 여성으로만 구성된 팀과 참가해 완주에 성공한 요트 ‘메이든’과 스킵(요트팀의 리더를 일컫는 말)이었던 트레이시 에드워즈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는 여러 영상 푸티지와 인터뷰를 통해 에드워즈가 ‘메이든’ 팀을 만들어 대회에 참가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여성을 선원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이 세계에서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아예 선원 전원이 여성으로 구성된 요트와 함께 대회에 참가함으로써 맞선다. 이들은 남성 선원이라는 눈앞의 경쟁상대뿐 아니라 언론과 세상이 그들에게 부여하려 했던 이미지와도 싸워야 했다. 모든 무시와 편견을 극복하고 끝내 훌륭한 성적을 기록하는 데 성공하는 ‘메이든’의 이야기가 강한 울림을 안겨주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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