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전주에서 만난 영화인들⑥] <까치발> 권우정 감독 - 갈등과 부딪힘 없는 사랑은 없다
2019-05-15
글 : 이주현
사진 : 백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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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발>은 여성 농민의 삶을 그린 새로운 시선으로 화제를 모은 <땅의 여자>(2009)를 만든 권우정 감독이 10년 만에 완성한 다큐멘터리다. 그사이 감독은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다. 그 10년의 시간은 다큐멘터리 <까치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미숙아로 태어난 딸 지후가 뇌성마비의 외적 징후 중 하나인 까치발로 걷는 모습을 지켜보며 불안함을 느끼는 엄마 권우정의 모습을 감독 권우정은 집요하게 파고든다. <까치발>은 세상의 모든 엄마와 딸, 부모와 자식을 향해 ‘괜찮다’고 위로를 건네는 영화다. “세상일이란 게 내 뜻대로 되는 게 아니구나, 그걸 명확하게 알게 해준 게 아이였다. 그런데 영화 개봉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웃음)” 엄마로서, 감독으로서 권우정 감독은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다.

-애초에 장애 자녀를 둔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으려 했다.

=처음엔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전면에 드러내려고 하지 않았다. 장애 자녀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어머니들이 진행하는 팟캐스트도 일종의 참여형 다큐멘터리를 만들려던 아이디어 중 하나였다. 어머니들에게 관심이 갔던 건 어쨌든 내 아이가 미숙아로 태어났고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에 있는 상황이라 개인적으로도 어머니들에게 궁금한 점이 있었다. 그런데 찍다보니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왜 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됐는지에 대한 나의 이유, 나와 내 가족의 이야기로 깊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 영화의 매력이자 특징은 너무 솔직하다는 거다. ‘엄마’ 권우정의 고군분투를 ‘감독’ 권우정이 기록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영화를 본 여성들은 ‘집안일이 다 그렇지’ 라는 반응이고 남성들은 깜짝 놀란다. (웃음) 영화를 찍으면서 정말 많은 장애 자녀 어머니들과 장애 당사자들을 만났다. 그런데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내 감정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아이의 장애 여부에 대한 불안함도 커졌다. 촬영 자체보다 내 불안한 감정이 오히려 가족을 더 힘들게 했다. 편집할 땐 내부 모니터 시사를 많이 했다. 돌아보면 아이를 대하는 모습에서 가학적인 측면도 보이고 반성하게 되는 지점도 있다. 부부싸움 장면이나 아이에게 화를 내는 장면이 불편할 수도 있을 테고. 그로 인해 내가 욕먹는 건 상관없다. 치열하게 싸우고 아파했던 것에서 머물지 않고 더 나아가기 위해 노력했던 지점이 영화 뒷부분에 존재한다고 믿는다. 다만 다른 장애 자녀 어머니들이나 당사자 이야기가 너무 주변부 이야기처럼 보이는 건 아닌지 고민이 됐다.

-딸 지후의 까치발에 속상해한 엄마 권우정 이야기는 모녀 관계에 대한 고찰로 확장된다.

=나의 불안함은 어디서 기인했을까를 상담한 결과, 나와 엄마 사이의 애착 관계도 중요한 요인이었다. 아이의 까치발에 내가 이렇게 불안해하는 건 결국 아이에게 닥칠 불안한 미래가 곧 나의 불안한 미래이기 때문이고, 그건 또다시 엄마에게 자랑스러운 딸이 되지 못할 거라는 불안함 때문이다. 엄마와 나의 애착 관계, 나와 딸의 애착 관계를 정리하고 돌아볼 필요가 있었다. 다른 존재를 사랑하는 일에는 필사적인 노력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딸 지후가 나중에 커서 이 영화를 봤을 때, 엄마가 너를 사랑하기까지 어떤 마음이었고 어떤 우여곡절을 겪었는지 이해할 수 있길 바란다. 갈등과 부딪힘 없이 절대적으로 사랑할 수 있는 사이는 없는 것 같다.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과하면서 ‘괜찮다’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땅의 여자>도 여성 농민의 이야기였는데, 여성, 여성주의적 삶에 대한 관심은 여전한가.

=모든 여성은 페미니스트가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특별히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페미니스트가 되어야지 했던 게 아님에도.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일을 얘기하다보니 여성들과 연대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 있었다. 다음 작품 계획은 없지만, <까치발>이 많은 관객과 만나서 그 에너지로 다음 작품을 이어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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