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전주에서 만난 영화인들⑦]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미야케 쇼 감독 - 시대와 무관한 청춘의 보편적 특성을 담았다
2019-05-15
글 : 임수연
사진 : 백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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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는 서점에서 일하는 나(에모토 다스쿠)와 그의 룸메이트 시즈오(소메타니 쇼타), 그리고 나와 애정 관계를 시작했지만 자연스럽게 시즈오와도 교감하는 사치코(이시바시 시즈카), 세 청춘의 이야기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그해 여름의 공기가, 섬세하면서 도발적인 필치로 스크린에 옮겨졌다. 일반적인 삼각관계 로맨스 구도를 벗어난 심리묘사 역시 탁월하다. 영화를 연출한 미야케 쇼 감독은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2017)의 이시이 유야, <아사코>(2018)의 하마구치 류스케와 함께 동시대 일본 독립영화의 힘을 보여주는 반가운 존재다.

-끝까지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 ‘나’에게 포커스를 맞춰 극을 진행하는 대신 사치코, 시즈오에게 대등한 분량과 시점을 줬다.

=만약 시즈오와 사치코가 없었다면 나의 존재가 크게 부각되지 못했을 것이고, 반대로 내가 없었다면 다른 두 사람의 캐릭터성이 잘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세 캐릭터가 계속 상호작용하면서 상대에 따라 성격이나 생각이 변하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 특히 여성 캐릭터는 대체로 남성에게 수동적으로 보이는 존재로 묘사될 때가 많은데, 사치코는 고유한 캐릭터가 있다.

-1980년대 도쿄가 배경이었던 동명의 원작 소설과 달리 현대의 홋카이도를 주 무대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릭터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동시대의 청춘이 가진 어떤 속성보다는 보편적인 청춘을 담아내고 싶었다. 100년 전 미국이나 프랑스에서 찍은 영화를 보더라도 청춘은 결국 비슷하지 않나. 영화의 배경인 홋카이도는 내가 자랐던, 잘 아는 곳이다. 세 주인공이 시간을 보내는 공간에 내 개인적인 기억이 반영되는 등 디테일은 좀 달라졌지만 그들의 기본적인 감정선은 변하지 않았다.

-가장 주된 촬영 방식은 인물 클로즈업이다. 또한 말하는 주체보다는 그것을 듣는 이의 얼굴만 클로즈업으로 포착하는 식의 연출이 많았다.

=평상시에는 그렇게 사람의 얼굴을 근거리에서 볼 일이 많지 않은데, 영화는 이런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매체다. 카메라와 피사체가 근접할수록 관객은 인물에게 보다 친밀감을 느낀다. 보는 분들이 세 주인공의 심리에 가까워지길 바라서 그렇게 촬영했다. 또한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는 대사를 하는 사람보다 듣는 인물의 비중이 더 크고 주인공에 가까운 작품이다. 그래서 리액션에 집중한 화면을 구성했다. 또한 나와 사치코가 문자를 주고받는 장면도 그 내용을 친절하게 보여주기보다 그들의 반응만 클로즈업으로 크게 땄는데, 관객이 영화를 머리로 이해하지 말고 가슴으로 느껴줬으면 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삽입곡이 등장한다. 곡 전체를 영화에 담아내서 가사를 곱씹게 되는 순간이 많았는데, 작품과의 연계점을 고려하며 선곡했나.

=우선 클럽에서 등장하는 하이 스펙(Hi'Spec)은 내가 워낙 팬이라 섭외했다. 그들의 노래야말로 우리 세대를 대표하는 곡이 아닐까 싶다. 가라오케에서 사치코가 부르는 <올리비아를 들으며>는 이시바시 시즈카가 가장 좋아하고 잘 부르는 노래라며 준비해왔다. 노래 가사를 봤더니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의 중요한 메시지와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어서 실제 영화에 썼다. 원작에 등장하고 영화의 영문 타이틀이기도 한 비틀스의 은 저작권료가 너무 비싸서 쓰지 못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여름에 대한 이야기다. ‘여름’이란 계절감을 영화에 담아내는 게 관건이었을 텐데.

=6월에 촬영했다. 일본의 북쪽인 훗카이도는 여름이 굉장히 짧다. 그만큼 여름이란 계절을 더 절실하게 만끽하게 되는데, 그런 느낌을 작품에 담아내려고 했다. 같은 빛도 계절에 따라 차이가 난다. 아침, 저녁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촬영감독과 거리에 있는 빛을 언제, 어떻게 담아낼지 자주 의논하며 ‘여름’을 보여줄 수 있는 빛을 포착했다.

-캐릭터별로 고유색을 지정해놓았던 것처럼 색감이 분명히 도드라지는 조명을 썼다.

=조명감독이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이다. 현장에서 그때그때 상황을 봐가며 조명을 바꿨는데, 특히 세 주인공이 계속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했다. 만약 나와 시즈오만 있고 사치코가 없는 신은 붉은색으로 어딘가 그가 있는 것처럼 표현하고, 시즈오가 없을 때는 푸른색이나 녹색 조명을 추가했다. 사실 처음부터 조명감독이 내게 언급했던 내용은 아니고 촬영이 끝난 후에야 자신의 의도는 이런 것이었다며 나에게 설명했다. 이런 식으로 촬영이나 조명팀에서 의견을 제시하면 적극적으로 수용해가며 찍었다. 현장에서 감독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아니라 밴드의 한 구성원처럼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클럽에서의 시퀀스를 비롯해 미리 짜여진 각본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신들이 있는데, 자유롭게 연기하게 놔두는 편인지 철저한 계산의 결과물인지 궁금하다.

=클럽 신의 경우 어느 정도 디렉팅이 들어가긴 했지만 머리로 생각하지 말고 그냥 즐기면서 연기하라고 배우들에게 말했다. 배우뿐만 아니라 촬영·조명·음향 등 스탭들도 춤을 추며 찍은 장면이다. 음악에 맞춰서 카메라도, 붐마이크도 같이 리듬을 타며 촬영했다. (웃음) 그리고 중간중간 배우와 스탭들에게 필요한 지시를 내렸는데, 축구 경기 중 작전 타임에 감독이 지시를 내리는 것처럼 촬영을 진행했다고 보면 된다. 전반적으로는 양쪽 모두가 섞여 있다. 사실 영화에 출연한 남자배우들은 청춘과 거리가 멀다. 집에 돌아가면 아기를 돌봐야 하는 사람들이다. (웃음) 어느 정도 계산해서 연기한 부분이 있고, 그들은 아주 프로페셔널한 배우들이다. 하지만 그들도 단순히 짜여진 대로만 연기한 게 아니라 진짜 청춘이 된 순간이 있었다. 덕분에 흔히들 생각하는 남녀간의 사랑을 넘어선 자연스러운 감정을 화면에 담을 수 있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소설은 살인사건으로 막을 내린다. 청춘의 끝을 극단적인 방식으로 보여준다. 반면 영화는 사랑을 강조하고 싶었다. 그쪽이 사람들에게 더 절실한 생동감을 줄 수 있다고 봤다. 젊을 때야말로 도전과 실패가 가능하지 않나. 지금의 결말은 그러한 청춘의 속성을 담아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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