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⑬] 가네코 슈스케 감독 - 괴수영화의 영혼을 발견하다
2019-07-17
글 : 송경원
사진 : 오계옥

가네코 슈스케 감독은 이른바 성공한 덕후다. 괴수영화의 오랜 팬이었던 그는 1990년대 일본 괴수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헤이세이 가메라 3부작’을 연출했다. 올해 처음으로 부천을 방문했다는 사실이 의외로 느껴질 만큼 부천영화제에 딱 어울리는 가네코 슈스케 감독은 늦은 만큼 올해 영화제에서 가장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부천 초이스 심사위원으로 초청됐을 뿐 아니라 ‘지구 정복 괴수전’에서 ‘가메라 3부작’을 상영하고, 최근작 <빽 투 더 아이돌>(2017)도 한국 관객에게 처음으로 선보인다. “영화가 꿈이라면 부천영화제의 영화들은 즐거운 악몽”이라는 가네코 슈스케 감독을 만나 장르영화를 즐기는 특별한 방법에 대해 물었다.

-가메라 피겨를 구하지 못해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고질라>(1998)를 대신 들고 왔다. 최근 할리우드에서 괴수영화가 다시 힘을 받고 있다. 감독님의 헤이세이 가메라 3부작의 영향이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컴퓨터그래픽의 비약적인 발전 덕분에 괴수영화가 쏟아져 나오는 대폭발 시대다. 인플레이션이라고 할까. (웃음) 롤랜드 에머리히의 <고질라>를 보고 미국인들이 고질라를 상당히 오해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때만 해도 엄청 크고 빠른 도마뱀 정도였는데 최근엔 영어로 ‘카이주’라고 번역할 만큼 괴수가 일반화되고 있다. 드디어 괴수물의 영혼을 조금씩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헤이세이 가메라 3부작은 단순히 괴수들간의 대결에서 벗어나 인간의 시점에서 괴수를 그렸다는 점이 혁신적이었다.

=개러스 에드워즈의 <고질라>(2014)는 내가 연출한 <가메라: 대괴수 공중 결전>(1995), <가메라2: 레기온 내습>(1996)의 스토리 전개와 유사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좋아한다. (웃음) 나도 어릴 적 괴수영화를 보고 자랐고 그 영향이 지금 영화들로 이어졌다. 사람들은 괴수가 싸우는 걸 빨리 보고 싶어 하지만 괴수가 등장하고 싸우는 데 합당한 이유가 필요하다. 최근 할리우드의 괴수영화를 보면 장르의 소비처럼 보이기도 한다. 더 많이, 더 자극적으로, 더 요란한 축제의 현장이 이어지고 있다. 아무래도 물량을 쏟아붓는 게 상업적으로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겠지만 내가 애정하는 방향은 아니다.

-‘일본 괴수영화사전’을 만들 정도로 괴수영화의 열혈 팬이다. 감독님이 연출한 헤이세이 가메라 3부작이 쇼와시대 <가메라> 시리즈와 가장 크게 구별되는 특징은 무엇인가.

=쇼와 버전의 가메라는 아이들을 위한 작품이었다. 나도 아이일 때 푹 빠져서 봤다. 성인이 된 후 가메라를 연출할 기회가 주어졌을 땐 ‘가메라를 보고 자란 사람들’을 위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당시 보면서 들었던 질문들에 대한 나름의 답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아이가 괴수에게 이름을 붙여주는 장면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괴수가 사람의 애완동물이 아닌데 말이다. 무엇보다 어른들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SF의 일부로 특촬물의 기술적 완성도를 올리고 싶었다.

-일본 괴수영화의 양대 산맥인 고질라와 가메라를 둘 다 찍은 유일한 감독이다. 비교하자면 <스타워즈>와 <스타트렉>을 동시에 연출한 셈인데.

=가메라와 고질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가메라는 처음에는 당하다가 되갚아준다. 반면 고질라는 처음부터 강력하고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파괴의 신이다. 가메라는 히어로의 정석을 따라간다면 고질라는 안티히어로에 가깝다. 물론 25편의 고질라 영화 중에 고질라를 히어로로 해석한 영화도 있지만 내가 연출한 <고질라 모스라 킹기도라 대괴수총공격>(2001)은 안티히어로로 접근했다.

-오타쿠 출신 영화감독 1세대로 불린다. 사랑하는 대상을 직접 만든다는건 행복한 일이지만 고충도 있을 텐데.

=<고질라 모스라 킹기도라 대괴수총공격>을 만든 후 이젠 내가 괴수영화의 팬이 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팬이었을 때의 기분은 여전히 기억한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좀더 괴수를 리얼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에 몰두하고,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자신을 발견한 뒤론 팬으로서 온전히 즐길 수가 없다. 가령 <가메라> 시리즈에서 자위대는 평화를 지키는 존재로 그려진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을 보며 자위대를 영화에 그런 식으로 등장시키는 게 옳은 일인지 스스로 확신이 서지 않는다. 물론 요청이 들어와야 연출할 수 있지만, 다시 괴수영화를 연출하게 된다면 이런 질문을 어떻게 처리할지 답을 내려야 한다. TV애니메이션 <에이스를 노려라!>를 패러디한 로망포르노 데뷔작 <우노 고이치로의 젖은 정사>(1984)부터 <데스노트>(2006)까지 원작이 있는 걸 재창작,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연출을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그게 익숙하고 자연스러웠는데, 이제는 영화에 나의 인생을 반영할 시기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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