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⑫] <팡파레> 이돈구 감독, 배우 임화영·박종환·남연우·이승원·박세준 - 오래 살아남을수록 외로워지는 현장!
2019-07-17
글 : 김성훈
사진 : 오계옥
배우 남연우, 이돈구 감독, 배우 이승원, 박세준, 임화영, 박종환(왼쪽부터).

설상가상의 연속이다.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J(임화영), 위급 환자로 가장한 형제 강도 희태(박종환)와 강태(남연우), 두 사람으로부터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고 나타난 쎈(이승원), 그리고 쎈이 부른 백구(박세준) 등 다섯 인물이 핼러윈데이 영업이 거의 끝나가는 이태원의 바에 등장할 때마다 상황은 갈수록 나빠진다. 코리안 판타스틱: 경쟁부문 감독상과 여우주연상(임화영)을 거머쥔 <팡파레>는, 이들이 궁지에 몰릴 때마다 서스펜스가 점점 가중된다. <가시꽃>(2012), <현기증>(2014) 등 전작에서 죄책감이라는 주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던 이돈구 감독이 이번에는 장르영화로 반향을 선회했다. 다섯 인물이 함께 서사를 끌고 가는 이야기인 까닭에 이돈구 감독과 임화영·박종환·남연우·이승원·박세준 다섯 배우 모두에게 만남을 청했다.

-이야기의 출발점이 궁금하다.

=이돈구_ 전작 <현기증>을 찍고 난 뒤 상업영화를 준비했는데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 사람 대하기가 어려울 만큼 대인공포증에 시달렸다. 한 공간에 내몰린 인간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공포를 다루면 어떨까 싶었다. 그간 억눌렀던 감정을 해소한다는 마음으로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찍었다. 그게 이 영화를 만든 원동력이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어땠나.

=박종환_ 한 공간에서 새로운 인물들이 차례로 등장하는 설정이 흥미로웠다. 누가 어떻게 살아남을지 궁금해하며 읽었다. 희태는 동생 강태보다 범죄를 저지르는 게 익숙지 않은 남자라고 보았다. 생존본능도 강하고.

=이승원_ 전문 배우가 아니어서 ‘대사가 왜 이렇게 많지?’ 하며 당황해했다. 이 공간에 들어온 인물들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외로운 사람들이지 않나. 저마다 이 공간에서만큼은 왕이 되고 싶은 욕망 때문에 벌어지는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쎈은 이곳에 왔다가 그냥 나가면 되는데 딱히 할 일이 없어 계속 머물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가 원하는대로 상황이 흐르지 않는다.

이돈구_ 이승원 감독님이 연출한 <해피뻐스데이>(2016)에서 직접 동네 양아치를 맡아 상대방을 협박하는 장면을 보고 딱 ‘쎈’이다 싶었다. 날것의 에너지가 좋았다.

=임화영_ J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캐릭터다. 기본적으로 무표정이고, 눈빛이나 행동으로 감정을 보여줘야 하는 장면이 많았다. 감독님께서 ‘뭘 하려고 하지 말라’고 무표정으로 있으면 된다고 주문하셨다. 상황이 자연스럽게 인물의 설정을 드러내주는 덕분에 인물에 접근하기가 수월했다.

=박세준_ 백구는 시력이 낮은 백색증 환자라는 설정 외에 설명이 많지 않았다. 사회적으로 환영받지 못하는 인물인데 전형적으로 보일까 봐 촬영 내내 경계했다.

=남연우_ 나는 시나리오를 미리 읽은 경우다. 박종환 배우가 연기한 희태가 실제 내 성격과 비슷해 희태를 맡을 줄 알았는데, 내게 없는 모습인 강태를 제안해주어서 반가웠다.

-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 만큼 장면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게 관건이었을 것 같다.

이돈구_ 이야기에 공간이 하나밖에 나오지 않는 대신 등장인물이 많아 대사나 연기가 이야기에 잘 맞아떨어져야 했다. 관객이 지루해할 수 있어 콘티를 특별히 신경 썼다. 바 1층, 2층의 컨셉을 달리한 것도 그래서다. 1층은 이야기 중간에 등장하는 롱테이크 신에 맞춰 무대처럼 만들었다. 2층 화장실은 잔인한 장면이 배치돼 어둡게 설계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다 보여주려고 했다. 인물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붉거나 푸르스름한 조명으로 구분했다. 촬영 전, 쿠엔틴 타란티노의 초창기 작품들인 <펄프 픽션> <저수지의 개들>을 많이 참고했다.

-이야기의 배경인 이태원 바는 어떻게 찾아냈나.

이돈구_ 우연히 그 바에 갔다가 이곳에서 영화를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팡파레>는 그렇게 써내려간 이야기다. 처음에 이곳을 찾아 촬영 허가를 구했지만 거절 당했다. 그래서 다른 바에서 찍으려고 했다가 재차 부탁을 하면서 섭외가 가능했다.

박종환_ 한 공간이라 그런지 순서대로 찍었는데도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이승원_ 한명씩 차례로 죽어나가는 이야기라 오래 살아남을수록 외로워지는 현장이었다. (웃음)

임화영_ 촬영하는 일주일 내내 바가 있는 이태원에서 만나서 좋았다. 공연처럼 땀 냄새도 많이 나고 어지럽기도 했지만 신선하고 보람 있는 작업이었다.

남연우, 이승원_ 촬영 장소가 집에서 걸어서 5분 이내 거리여서 만족스러웠다. 촬영이 끝난 뒤에도 현장에 가야 될 것 같았다.

박세준_ 우리 집은 수원이었는데…. (웃음) 감독님이 인복이 많아서 야식이 끊이질 않았다.

-첫 공개를 앞둔 기분이 어떤가.

이돈구_ 미련 없이 촬영해 어떤 평가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다. 지금은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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