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⑱] <아빠?> 루디 리베론 산체스 감독 - 쿠바의 영매들
2019-07-17
글 : 김성훈
사진 : 오계옥

<아빠?>는 중남미 쿠바에서 날아온 심리 스릴러 영화다. 쿠바 아바나 근처의 농가, 사춘기 소녀 릴리는 권위적인 아버지, 그에게 속박된 엄마와 함께 살아간다. 줄에 두발이 묶인 채 노예 같은 삶을 살던 엄마가 탈출하고, 아버지는 그녀를 쫓다가 이웃집 남자로부터 죽임을 당한다. 릴리는 아버지의 부재로 혼란을 느끼다 영매를 통해 귀신을 불러낸다. 쿠바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19년째 살고 있는 루비 리베론 산체스 감독은 “진지하고 심각하게 만든 진짜 쿠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아빠?>는 부천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이야기를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쿠바에서 태어났지만 쿠바를 떠나 오랫동안 영국에서 살았다. 과거 소련 연방에 속한 국가로서 당연하고 일상적이라고 생각했던 문화를 외부에서 바라보니 다르게 느껴졌다. 쿠바 안에서 보이지 않던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캐릭터를 중심으로 심리 변화를 묘사하는 이야기로 풀어내고 싶었다. 무엇보다 살면서 겪은 경험을 고스란히 이야기에 반영했다.

-이 영화는 아버지의 권위에 대해 혁명을 일으키는 이야기로 보이던데.

=아버지는 가족을 사랑하지만 자신에 대한 콤플렉스가 많은 남자다. 가족을 통제해야 안전하다고 믿는다. 분명한 것은 그가 영원히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딸 릴리 또한 아버지에 대해 여러 고민을 안고 있는데도 아버지와 똑같이 행동한다. 아버지에게 보고 배운 걸 그대로 따르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따로 내놓지 못한다.

-쿠바 같은 사회주의국가의 영화에서 영매가 등장한다는 게 신선하게 느껴진다. (웃음)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대만 타이베이에 갔을 때 갑자기 눈물이 났다. 이곳이 쿠바보다 더 집처럼 느껴지고 무언가가 나를 편하게 했다. 그때 이후로 아시아에 올 수 있다면 뭐든지 하려고 한다. (웃음) 쿠바에서 조사를 해보니 영매 같은 존재가 많고, 그들은 희망을 가지면 잘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준다고 한다.

-주인공 딸을 포함해 아빠, 엄마, 영매 등 출연배우들의 연기가 사실적이고 자연스럽던데.

=영매 역할을 맡은 배우는 1960년대 전성기를 구가한 대배우인데, 정말로 출연하겠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아버지 역할을 맡은 배우는 배우이자 인기 코미디언이다. 코미디 연기만 해온 까닭에 어두운 역할을 되게 하고 싶어 했다. 쿠바에서 워낙 인기가 많아 함께 식당에 가면 밥이 공짜였다. (웃음) 배우들 대부분 쿠바에서 과장된 연기를 하는 스타일인데 낯선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촬영 초반에는 과잉 연기를 누르는 데 신경썼다.

-차기작은 뭔가.

=자세한 얘기를 할 수 없지만 4편의 이야기를 경계 없이 진행하고 있다. <샤이닝> <13일의 금요일> 같은 호러뿐만 아니라 장르영화라면 편견 없이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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