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당한 사람의 소지품을 형사들이 살핀다. 세탁소 영수증, 회중시계, 다양한 동전으로 총 75센트가 있다. 희생자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고, 지문 감식으로 신원을 확인하지도 못했기 때문에 형사들은 회중시계를 보며 나이가 많은 사람일지 모르겠다고 추론한다. 시계를 열어보자 이상한 점이 있다. “3시14분에 멈춰 있는데? 사고 시각이 아니잖아.”사건 현장에 불려나온 샘은 궁금해하던 것을 시체 주머니에 있던 노트에서 알아낸다. “안녕하신가, 친구여. 나는 도둑이자 살인자이자 납치범이라네”로 시작하는 일종의 기나긴 편지. 시체의 정체는 연쇄살인마였다.
<네 번째 원숭이>는 ‘네 마리 원숭이 킬러’(줄여서 4MK)라고 불리는 연쇄살인범의 편지와 그를 5년간 추적해온 시카고 경찰국의 4MK전담반 형사 샘 포터를 비롯한 수사진의 상황을 번갈아 보여준다. 연쇄살인마 4MK는 희생자의 귀, 눈, 혀를 적출해 가족에게 보내며 마지막에는 시체를 공공장소에 전시한다. 소설의 도입부에 등장한 사망자는 알고보니 연쇄살인범이었고, 그는 다음 생존자를 찾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열쇠다. 사망자의 손에 들린 선물상자에서 다음 피해자의 귀가 발견되자, 수사팀은 귀의 주인이 생존한 동안 구해내기 위해 전력투구한다.
설정의 잔인함, 상자를 통해 배달된 신체의 일부, 수사진과 살인자의 두뇌싸움 등의 요소 때문인지 <세븐>과 <양들의 침묵>에 비교되곤 했던 J. D. 바커의 <네 번째 원숭이>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500일의 썸머>를 만든 마크 웹 감독 연출로 드라마화가 결정되었다고 한다. 살인자의 회고 혹은 과거(이 책은 둘 다)와 현시점의 수사 풍경을 번갈아 보여주는 방식을 사용하는 스릴러는 많지만, <네 번째 원숭이>는 그 장면 전환 횟수가 엄청나게 많다. 그러니 더 숨가쁜 느낌으로 이야기를 따라가게 되고, 반전은 이미 소설 중반부 즈음에서부터 시작된다. 이야기가 뒤집히기를 반복하니, 소설 속 수사진처럼 급한 마음으로 읽게 된다.
반전의 급반전
4MK 사건에 급반전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는 여전히 집에서 새로운 소식을, 그가 일상을 버틸 수 있도록 돕는 소식만을 기다리고 있었으리라. 그러나 사건이 터졌고, 사람들은 그를 불러들였다.(29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