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씨네21 추천도서 <지복의 성자>
2020-02-18
글 : 이다혜
사진 : 백종헌
아룬다티 로이 지음 / 문학동네 펴냄

아룬다티 로이라는 이름은 오랫동안 사회운동가라는 맥락에서 언급되었다. <자본주의: 유령 이야기>는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고, <아룬다티 로이, 우리가 모르는 인도 그리고 세계>는 인도의 정치 상황과 민주주의를 이야기했다. 1997년 첫 소설 <작은 것들의 신>으로 부커상을 수상한 아룬다티 로이는 소설가이면서 르포르타주를 쓰는 논픽션 작가였고, 사회운동가였다. 2014년 <타임>에서 아룬다티 로이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한 일은 놀랄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드디어 2017년에 새로운 소설을 발표했다. 제목은 <지복의 성자>. 도입부는, 아룬다티 로이의 소설을 사랑하게 된 이유인 동물과 식물이 가득한 공간에 우리를 부려놓는다. “그녀는 묘지에서 나무처럼 살았다. 새벽이면 까마귀들을 배웅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박쥐들을 맞이했다. 해질녘엔 반대로 했다. 새벽과 저녁 사이엔 그녀의 높은 가지들에 흐릿한 형태로 앉아 있는 유령 독수리들과 교류했다.” 나무처럼 산다는 말. 그녀가 처음 이곳으로 왔을 때 몇 개월 동안의 무심한 학대를 마치 한 그루의 나무처럼 꿈쩍도 않고 견뎠다는 말.

<지복의 성자>의 주요 등장인물 중 처음 소개해야 할 이는 안줌이다. 여성과 남성의 성기를 모두 갖고 태어난 안줌은 양성 중 하나가 아닌 제3의 성 히즈라로 살아가기를 꿈꾼다. 갈 곳 없는 어린 여자아이를 돌보며 살아가던 안줌은 종교갈등으로 인한 폭력사건에 휘말린다. 안줌과 교차할 이들은 1980년대 대학에서 만난 친구들이다. 졸업 이후 출신 계급에 따라 각기 살아가던 이들은 정치적 사건으로 재회한다. 아룬다티 로이의 문장이 그려 보이는 세계의 아름다움과 폭력(인간은 언제나 폭력을 만들어낸다)의 풍경을 따라가다 보면, 신문의 기사 같기도 종교의 경전 같기도 한 글의 매력에 사로잡힌다. 폭력은 상존하지만 기적 역시 그러하고, 구원은 폭력과 마찬가지로 타인으로부터 온다. 사회에 대해 소설로 발언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리라.

어떤 꿈

틸로는 자신이 어떻게 배에 탄 건지 의아해하며 잠이 깼다. 그녀는 오랫동안 나가를 바라보았고 잠시 사랑처럼 느껴지는 감정에 사로잡혔다. 그녀는 그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고 그것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38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