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 '씨네21'이 선정한 올해의 영화, 영화인
2020-12-31
글 : 송경원
2020년 우리가 사랑한 영화들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도 시간은 간다.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가 멈췄고 영화 역시 함께 얼어붙었다. 그럼에도 어김없이 연말은 찾아오고 2020년의 달력도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도 <씨네21>에서는 한해의 흔적을 뒤돌아보는 연말 설문을 준비했다. 매년 그러했듯 지난 영화들을 정리하는 건 그저 순위를 정하는 줄세우기가 아니다. 혹여 놓치고 지나간 영화는 없는지, 영화 저널로서 더 찾아보고 언급해야 할 지점은 없었는지 점검해보는 시간이다. 각각의 영화와 보냈던 기억들을 써내려가는, 영화를 향한 우리의 반성문이자 러브레터라고 해도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연말 베스트는 여러모로 각별하다. 본래 어려울 때 진심이 드러나기 마련이고, 힘들 때 곁에서 함께하는 친구가 진정 소중하게 다가오는 법이다. 올해 연말 베스트 설문은 지난 시간에 대한 점검인 동시에 2021년의 파도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에 대한 지침이 되어줄 것이다. 2020년 <씨네21>이 선정한 올해의 영화에는 32명의 평론가와 기자들(한국영화 31명, 외국영화 32명)이 소중한 의견을 보내주었다. 쉽지 않은 상황임에도 외려 지난해보다 응답자 수는 늘었다. 설문에 응해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전한다. 영화를 제대로 보는 것조차 힘든 시기이지만 그럼에도 올 한해 얼마나 많은 영화들이 우리 마음의 허기를 달래주었는지를 되새겨본다.

올해는 몇 가지 변화를 시도했다. 우선 오랜 논의 끝에 그동안 극장 개봉작에 한정했던 리스트의 범주를 넓혀 스트리밍 서비스로 제공되는 영화까지 올해의 영화 후보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영화 관람의 방식이 급격하게 전환, 확장되고 있는 만큼 놓칠 수 없는 영화들의 등장을 더이상 외면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올해의 영화 이외에 OTT 플랫폼들의 오리지널 시리즈, 유튜브의 숏폼 콘텐츠 등 ‘올해의 영상 콘텐츠’에 관한 문항도 추가했다. 변화하는 영상 매체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다소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앞으로도 점진적으로 이 부분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올해의 영화인은 감독, 주연 남녀배우, 신인감독, 제작자, 시나리오, 촬영감독 등 총 9개 부문에서 선정했다. 올 한해 위기 속에서도 한국영화의 자리를 지켜낸 이 얼굴들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2020년은 전통적인 영화 산업의 격변 속 한가운데 수많은 가능성의 씨앗이 뿌려졌던 시기로 기억될 것이다. 얼핏 황폐해 보이기까지 한 2020년을 지켜준 영화 속에서 새로운 미래의 씨앗을 발견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