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신인감독
<남매의 여름밤> 윤단비
“거장들의 영화를 영민하게 습득하고 자기 세계의 출발을 장대하게 알린 <남매의 여름밤>은 분명 주목할 수 밖에 없는 데뷔작이다.”(홍은미) 옥주 가족의 여름을 섬세하게 조명한 영화 <남매의 여름밤>은 <씨네21> ‘올해의 영화’ 2위에, 윤단비 감독은 ‘올해의 신인감독’에 이름을 올렸다.
윤단비 감독은 “순위를 떠나 <남매의 여름밤>이 거론됐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기쁘고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많은 분들이 <남매의 여름밤>을 알아봐주시고 많은 지지를 보내주셨다. <남매의 여름밤> 제작 당시에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를 쏟아붓기도 했지만 여러모로 운도 따랐다. 신인감독상을 받은 것도 현재 나의 역량에 대한 평가라기보다는 다음으로 잘 나아가라는 응원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윤단비 감독의 당찬 포부가 그의 차기작에서 다시 한번 빛을 발하기를 바란다.
올해의 신인 남자배우
<에듀케이션> 김준형
“이것은 연기인가, 연기에로 뛰어듦인가.”(김소희) <에듀케이션>에서 중증 장애인 엄마를 책임져야 하는, 그래서 공무원이 되길 바라는 고등학생 현목을 연기한 배우 김준형은 자신이 지닌 여백 속으로 인물과 사건을 그대로 들일 줄 아는 재능이 엿보이는 신인이다.
안타깝다가도 악동 같고, 얄밉다가도 감싸주고 싶은 인물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배우 김준형에게 올해의 신인 남자배우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알리자 600자가량의 정성스런 답이 왔다. “중학생 때부터 배우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연기 공부도 열심히 하고 오디션도 많이 보러 다녔다”는 그는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 초청, 올해의 배우상 수상 이후 이 영화가 개봉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는데 너무 영광스럽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2년 전 17살의 나이로 놀라운 가능성을 보여준 그가 바람대로 “항상 겸손하며, 연기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배우”가 되길 응원한다.
올해의 신인 여지배우
<찬실이는 복도 많지> 강말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강말금) 김초희 감독의 데뷔작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서 첫 주연 신고식을 치른 배우 강말금은 올해를 이렇게 정리했다. 어느 날 갑자기 평생의 직업을 잃은 터라 아연하다 못해 초연한 상태인 전직 영화 프로듀서 찬실과 달리 강말금은 올해 신인배우상을 이미 한가득 품에 안은 상태다.
인물에게 깨끗하고 가련한 페이소스를 불어넣는 배우의 재능에 누군가는 “음성으로서의 영화를 가능하게 하는”(김소희) 비범함을, 누군가는 “세상이 온통 어둠이어도 그 맑은 얼굴에 그림자가 질 것 같지 않은”(허남웅) 신비를 발견하기도 했다. <욕창> <애비규환>에서도 발군의 존재감을 선보인 강말금은 독립영화 <파로호>를 촬영 중에 겸손한 소감을 전해왔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느리고 단점도 분명하지만, 올 한해 자신감을 선물받은 듯하다.”
올해의 촬영감독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홍경표
“투박한 영화마저 스타일리시하게 만든다.” (박정원) “촬영만으로 영화의 모든 단점을 상쇄한다.” (배동미) “그가 완성한 명암, 색감 대비, 집요한 액션 신이 영화의 완성도를 한껏 끌어올렸다.”(조현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홍경표 촬영감독이 <버닝>(2018), <기생충>(2019)에 이어 3년 연속 올해의 촬영감독에 선정됐다.
홍촬영감독은 “<곡성> <버닝> <기생충> 같은 작가적 시선이 강한 작품들을 연달아 찍으면서 순수한 장르영화에 도전하고 싶었고, 정통 액션을 잘 찍으려고 노력했는데 정교하게 설계한 액션 신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재 그는 신작 <사일런스>(감독 김태곤·출연 이선균, 주지훈)를 촬영하고 있다. 안개 낀 공항대교에서 100중 추돌사고가 일어나고, 그로 인해 정체불명의 괴수가 풀려나면서 벌어지는 재난영화다. “연일 이어지는 촬영 때문에 좀 힘들었는데 올해의 촬영감독에 선정돼 힘이 난다. (웃음)”
올해의 제작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침입자> <사라진 시간> 장원석
“한국영화계의 진일보를 위해 요구되는 영화들을 수혈하는 용감한 제작자.”(임수연) 올해 장원석 BA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제작한 영화들은 흥행 법칙에 안주하지 않는 새로운 도전을 한 작품들이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신인감독을 올 한해 집중적으로 발굴해냈다”(조현나)는 점에서 많은 지지를 받았다.
장원석 대표는 “상업영화 제작자는 손익분기점(BEP)을 넘기는 게 최고의 미덕인지라 관계자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다. 하지만 일부 관객과 평단에서 좋은 평가를 해주셔서 감사하다. 신인감독과 작업한 것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앞으로도 신인감독이나 한번 슬럼프에 빠졌던 감독들과 함께 작업하며 조금이라도 영화계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장원석 대표는 2021년에도 <보스턴 1947> <범죄도시2> <육체이탈자> <대외비> <압구정리포트> 등 다양한 작품을 제작할 예정이다.
올해의 시나리오
<남산의 부장들> 이지민·우민호
<남산의 부장들>은 이지민 작가와 우민호 감독이 <마약왕>에 이어 두 번째로 함께 시나리오를 쓴 작품이다. <남산의 부장들>은 역사적으로 잘 알려진 10·26 사건을 탁월한 심리묘사와 관계묘사로 풀어내 좋은 평을 얻었다.
“김충식 작가의 논픽션 원작을 각색하며 어려웠던 건 장르화와 캐릭터화였다. 단순히 역사 재연 드라마가 되지 않았으면 했다. 첩보물로 전환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우리가 사랑하는 장르물로 탈바꿈하는 순간이 있었다. 쾌감을 느꼈다.”(이지민) 우민호 감독 역시 “원작에 없는 인물의 심리를 유추하며 영화적 서스펜스와 텐션을 쌓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지민 작가의 다음 영화는 이동욱, 임수정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싱글 인 서울>. 우민호 감독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결의 작품을 준비 중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