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다른 위치에 서 있는 영화들을 선택하고, 이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프레임을 발견하는 시선이 돋보인다. 다음 글에선 또 어떤 작품들을 엮어 이야기할지 궁금하게 만든다. “그저 영화를 보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게 너무 좋아서” <씨네21> 영화평론상의 문을 두드려왔다는 김성찬 당선자는 다섯번의 도전 끝에 올해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그가 들려준 ‘좋아하는 영화 리스트’, ‘보고 싶은 영화 리스트’엔 장르, 작가, 시대 등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을 수 없는 영화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축하한다. 당선 소식을 전화로 전했을 때 “최우수상이요?”라고 반문하며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동명이인에게 잘못 전화를 한 건 아닐까 싶었다. (웃음) 지원 당시엔 심사평에라도 언급되자는 게 목표였다. 연이어 떨어지다 보니 소질이 없나 싶기도 했는데, 비평 쓰기를 워낙 좋아하고 한번쯤은 제대로 완성된 글을 써보고 싶어서 계속 도전했다. 적어도 10번은 시도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웃음) 수상을 기대하지 않았기에 아직도 얼떨떨하고, 내 글에 대한 응답이 있었다는 점이 가장 기쁘다. 그만큼 앞으로 좋은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도 든다.
-언제부터 비평을 쓰는 것에 흥미를 느꼈나.
=신문방송학과를 나왔고 현재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조사관으로 일하고 있다. 영화를 전공하진 않았지만 어릴 때부터 영화 보는 걸 좋아했다. 대학생 때 주변에 영화감독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같이 영화를 많이 봤고, 영화 관련 수업들도 들었다. 그러던 중 언젠가부터 내가 영화를 수동적으로 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영화비평을 접하면서 나도 이렇게 능동적으로 영화에 접근하고 싶다는 자극을 받았다. 더 늦기 전에 비평을 써보고 싶었다. <씨네21> <필로> 등을 포함한 영화비평지들을 다양하게 읽고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비평 강의도 들으며 계속 글을 썼다.
-어떤 영화를 보면 글을 쓰고 싶어지는가.
=특별한 기준은 없다. 매번 달라지는 것 같다. 그동안 응모작으로 택한 작품들로 이야기해보자면 <미성년> <윤희에게> 등이 있고, 지난해에는 데이비드 로버트 미첼 감독의 <언더 더 실버레이크> <팔로우>에 대한 비평을 썼었다. 올해는 <빛과 철> <썸머 85> <낙원의 밤> <스파이의 아내> <노바디> 등을 후보로 고려했었다.
-이론비평에서 <마틴 에덴> <트랜짓> <맹크> <테넷>을 엮어낸 시도가 인상적이었다.
=평소 시간이란 개념에 관심이 많다. 뤼미에르 형제의 <눈싸움> 복원 영상을 보고 이와 유사한 이미지를 지닌 <마틴 에덴>을 보니 고고학적 복원에 관한 개념이 연결됐다. 거기서 출발해 <맹크>와 <테넷>으로 논의를 이어갔다. 남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네 작품을 보면서 떠오른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노력했다. 내게 비평을 쓰는 건 어렴풋이 존재하는 것들을 특정한 형상으로 다듬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뭉툭한 무언가를 깎아 모양을 만들어가는 그 과정이 재미있다.
-영화비평에 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해서 비평을 쓰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비평의 위기에 대한 논의 자체는 너무 오래돼서 이제 피부로 크게 와닿진 않는다. 오히려 비디오 에세이들이나 신설된 비평 잡지 등, 계속 비평을 시도하고 비평에 관한 논의를 이어가는 곳에 눈길이 간다.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나.
=평소에도 생각하던 건데, 명료한 글을 쓰고 싶다. 잘 읽힌다는 의미에서의 명료한 글이다. 더불어 내가 비평을 읽을 때 느끼는 즐거움을 다른 독자들도 내 글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길 바란다.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