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백민정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 대표이사, '크로스파이어'가 해외 IP 시장 개척에 가장 먼저 성공한 비결은
2021-08-09
글 : 김현수
사진 : 오계옥

게임사와 영화사가 손을 잡았다. 스마일게이트와 리얼라이즈픽쳐스의 합작 회사인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의 출범 소식에서 IP 유니버스를 꿈꾸는 업계 전반의 강한 욕망을 읽을 수 있다. <신과 함께> 시리즈를 제작한 리얼라이즈픽쳐스의 원동연 대표는 오래전부터 프랜차이즈 제작에 대한 갈증이 깊었던 제작자다. 스마일게이트는 <크로스파이어>라는 간판 IP를 앞세워 영화, 드라마, 테마파크 사업 등 세계 시장을 무대로 한 IP 확장 사업에 집중해왔고, 꾸준하고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다.

과연 두 회사는 한국의 디즈니라는 수식어를 획득할 수 있을까. 아직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새로 출범하는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의 백민정 대표이사는 <크로스파이어>의 중국 내 드라마, 테마파크 시장 진출을 성공적으로 이끈 주역으로, 삼성, LG전자, CJ 오쇼핑 등 여러 기업 브랜드의 글로벌 마케팅을 담당했던 경험도 있다. 스마일게이트가 리얼라이즈픽쳐스와 함께 꿈꾸는 거대한 IP 유니버스의 꿈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국내 많은 창작자들과 함께하는 미래를 꿈꾸는 이들의 전략을 들어봤다.

-지난 3월 출범한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의 설립 배경이 궁금하다. 양사가 지닌 IP의 콘텐츠 활용 면에서 <크로스파이어>라는 고유 IP의 세계 시장 진출 경험과 전략을 지닌 스마일게이트와 <신과 함께> 시리즈 등을 성공시킨 리얼라이즈픽쳐스의 프랜차이즈 세계관 기획의 크로스오버 같다.

=스마일게이트 창립 초기부터 마블과 디즈니가 잘하는 IP 유니버스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늘 있었다. <크로스파이어>의 드라마, 영화, 테마파크 사업 전략 방향을 세우는 데도 도움이 됐다.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프랜차이즈 기획과 IP 확장에 감이 있는 분이다. 제작사는 영상 제작에 집중하고 우리는 양사가 지닌 IP의 확장 기획과 구현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영화와 게임이 콘텐츠를 넘어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 교차되는 사례를 만들 목표로 설립됐다.

-리얼라이즈픽쳐스가 갖고 있는 IP와 스마일게이트의 게임 IP 사업 모두를 기획하게 되나.

=리얼라이즈픽쳐스가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개발하는 주요 IP를 함께 기획할 예정이다. 예를 들면 <신과 함께> 시리즈는 시즌제 드라마를 목표로 기획 중인데, 리얼라이즈픽쳐스가 3개 시즌 드라마를 제작할 때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는 IP의 글로벌 확장 계획을 고민하는 식이다.

-<크로스파이어>는 중국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어 성공했고 할리우드에서 영화화도 추진 중이다.

=예전에 제일기획에서 일할 때 워너브러더스와 <매트릭스>의 글로벌 캠페인을 만들었다. 그때의 경험 하나로 밀어붙였다. 관련 자료를 만들어서 실력 있는 제작자를 찾아나섰다. 무작정 대형 스튜디오부터 찾아간다고 해서 우리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수소문 끝에 <분노의 질주> 시리즈, <나는 전설이다> <토탈리콜>, 최근에 <수퍼 소닉>을 제작한 닐 모리츠의 회사 ‘오리지널 필름’을 파트너사로 두게 됐다. 그제야 스튜디오들도 닐 모리츠가 만드는 프로젝트라며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더라. 2015년경에 소니 픽처스와 영화화 계약을 맺었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할리우드가 셧다운됐다.

-반면에 중국 시장에서는 드라마 제작을 선택했다. <천월화선>은 게임의 세계관을 청춘 스포츠 드라마의 배경 소재로 활용한 작품인데 <크로스파이어>의 할리우드영화도 장르나 소재 면에서 중국 드라마와 같은 방향을 지니게 되나.

=소니 픽처스와 계약 전에 이미 영화 시나리오 작업이 끝난 상태였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13시간>을 쓴 척 호건 작가가 작업했는데 게임 세계관 내에서의 기본적인 틀을 유지하는 선에서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다. 서로 다른 편에 선 용병들의 이야기다. 초안을 본 스튜디오에서 액션이 좀더 부각됐으면 좋겠다고 해서 <커뮤터> <램페이지>에 참여했던 시나리오작가 라이언 엥글을 섭외해 현재 수정 중이다. 유니버스를 구축한다 생각하고 세계관을 유지하는 선에서 다양하게 IP의 확장, 현지화를 하려고 한다.

-영화와 드라마 확장에 이어 중국에서 <크로스파이어> 테마파크 사업도 시작했다. 이 역시 ‘IP 현지화’ 전략의 일환인가.

=게임과 영화를 놓고 엔터테인먼트라는 경험을 고민하는데 문득 온라인의 재미를 왜 오프라인에서는 이어갈 수 없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단순하게 이 궁금증을 해소해보고 싶어 무모하게 시도했다. 중국의 도시들이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일종의 지역 랜드마크가 되는 대형 쇼핑몰이 유행처럼 생겨나기 시작했고, 이같은 공간에 사람들을 불러모으게 할 콘텐츠가 필요할 거라는 우리의 예상이 적중했다. 중국에서 테마파크 사업을 구현할 업체를 다행히 잘 찾았다. 10대 시절에 처음 <크로스파이어>를 접하고 좋아한 세대가 20, 30대가 되어 오프라인 공간에서 게임과 과거를 추억할 수 있게끔 해준 것이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

-IP 확장 사업의 주요 타깃층을 설정할 때 IP 본래의 타깃층을 공고히 하기 위한 목적을 고민하는지, 아니면 전혀 다른 접점의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방향을 모색하는지 궁금하다.

=원천 IP의 확장 사업은 게임 마케팅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 디즈니가 보유한 여러 IP를 다양한 세대가 공유하듯 우리 역시 <크로스파이어>라는 IP 경험을 더 많은 세대가 공유하기를 바란다. 그래야 IP의 생명력이 더 지속될 수 있다. <크로스파이어>를 아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테마파크에 가서 함께 체험하면 자연스럽게 이 게임의 브랜드를 경험하게 되는 세대층이 넓어진다. 또 그 공간에 새로운 게임이 계속 유입되니 경험치는 계속 쌓인다. IP 경험의 확장이 우리의 목표다. 여러 사업 중에서 스마일게이트가 보유한 게임들이 보다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에서 새롭게 확보하는 IP가 있다면 그 시작점은 영화나 드라마, 웹툰이 될 수도 있을것이다.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에서 맡게 될 IP 확장 사업의 책임이 막중하다.

=원천 IP 사업 다각화와 신규 IP 확장 계획, 크게 두 가지 방향의 계획을 갖고 있다. 리얼라이즈픽쳐스와 스마일게이트, 양사가 보유한 IP에 더해 새로운 IP를 찾아 소싱한다는 계획이다. 뛰어난 IP를 복잡한 권리 문제로 인해 활용하지 못하는 사례, 기회를 얻지 못하는 작가들을 많이 봐왔다. 특히 영화는 투자배급사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모색하는데 원천 IP 사업의 다각화 면에서 어떤 접점을 찾아내야 할지 고민 중이다. 현재 우리 회사로 원천 IP를 갖고 있는 작가들이 문의를 해오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는 IP 확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창작가들과 상생할 수 있는 아름다운 그림을 꿈꾸고 있다.

가보지 않은 IP 시장 개척 중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 <에픽세븐>

<로스트아크>

백민정 대표이사는 스마일게이트가 보유한 게임 가운데 확장 가능성이 돋보이는 차세대 IP로 <로스트아크>와 <에픽세븐>을 꼽는다. <로스트아크>는 국내 롤플레잉(RPG) 게임 점유율 1위로 방대한 세계관과 스타일리시한 전투가 돋보이는 모험가들의 이야기다. 동서양 기반의 판타지 세계를 오가는 설정 덕분에 영상화 작업을 한다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위쳐> 못지않은 작품이 나올 것”이라고.

<에픽세븐>

국내 모바일 RPG 게임 중 최초로 모든 캐릭터의 움직임과 컷신에 ‘풀 프레임 애니메이션’ 연출을 구현한 <에픽세븐> 역시 IP 확장 사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아름다운 캐릭터와 게임의 재미를 오프라인으로 옮겨 소장용 굿즈의 일환인 최고급 보드게임을 제작해 흥행에 성공했고 이미 웹소설 제작에 들어갔다. 소설화가 완료되면 이를 바탕으로 영상화 작업 기획도 구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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