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의 <PUBG: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는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서바이벌 슈팅 장르의 게임이다. 2017년 세상에 첫선을 보인 <배틀그라운드>는 2021년 기준 전세계 7500만장의 공식 판매량을 기록, 벤처게임 회사였던 크래프톤을 창업 10년 만에 세계적인 게임 회사로 성장시켰다.
전세계 10억 유저가 즐기는 <배틀그라운드>는 이제 단순히 성공한 1편의 게임이라기보다는 집단 체험들이 쌓이고 있는 또 다른 세계, 메타버스나 다름없다. 종전의 게임이 제공된 콘텐츠를 즐기는 데서 그쳤다면 자유도 높은 배틀그라운드 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생물처럼 진화하며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고 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변화를 감지한 크래프톤은 때를 놓치지 않고 생존을 테마로 한 배틀그라운드 세계관의 확장에 나섰다. 배틀그라운드가 속한 세계를 설명하고 각종 콘텐츠로 선보일 펍지 유니버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펍지 유니버스는 여타 게임의 IP 확장 패턴과는 다른 길을 걷는다. 대개의 게임 IP 활용이 2차 창작물이나 영화 등 다른 플랫폼으로의 전환이라면 펍지 유니버스는 이름 그대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나가는 길을 택했다. 크래프톤은 이미 조너선 프레이크스가 진행자로 출연하는 다큐멘터리 <미스터리 언노운>과 마동석 주연의 단편영화 <그라운드 제로>를 공개한 바 있다. 1983년 한국 호산 교도소에서 발생한 폭동사건을 다룬 <그라운드 제로>는 배틀그라운드 게임의 창조가 세르게이 칼림닉에게 영감을 준 ‘굴락 비디오’의 탄생기를 그렸다.
6월 26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그라운드 제로>는 하루 만에 50만 조회를 넘기더니 업로드 1개월 만에 조회수 270만뷰를 달성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펍지 유니버스 세계관에 한획을 그은 이 단편영화는 개별 작품으로 봐도 손색이 없는 재미를 선사한다. 펍지 유니버스의 이성하 총괄은 “크래프톤 산하의 게임 스튜디오들의 목표와 펍지 유니버스의 목표는 다르다”고 말한다. 펍지 유니버스팀은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는 게임 내 내러티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또 하나의 세계를 창조 중이다. 쉽게 비유하자면 우리는 펍지 유니버스라는 거대한 세계 안에서, 아직 <배틀그라운드>라는 단편적인 사건을 목격했을 뿐이다.
<배틀그라운드>는 원래 스토리모드가 없는 생존 게임이었다.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진행되는 배틀로열에서 매력을 느끼는 유저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배틀그라운드의 탄생과 목적에 의문을 품는 유저들도 늘어갔고, 2019년 <에란겔의 첫 생존자>라는 2분 남짓한 시네마틱 트레일러가 공개되면서 마침내 이야기에 첫삽을 떴다. 이제 펍지 유니버스의 원대한 지도 아래 이유도 목적도 없이 전장에 떨어져 생존을 강요하는 게임 배틀그라운드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게임을 주최한 이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베일에 싸인 세계의 진면목을 선보일 예정이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단순한 게임 설정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사실이다. 크래프톤은 최근에는 <저지 드레드>(2012), <론 서바이버>(2013),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캐슬바니아>(2012) 등을 프로듀싱한 할리우드 제작자 아디 샨카를 애니메이션 부문 총괄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로 임명하며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다. 펍지 유니버스의 가능성은 여기에 있다. 펍지 유니버스를 구축하는 방식은 그야말로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이다. 가상의 홈페이지, 페이크 다큐멘터리, 단편영화, 애니메이션까지 여러 경로로 공개될 성공한 콘텐츠들이 모여 결국 하나의 우주가 되는 것. 생각해보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도 그렇게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