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이성하 크래프톤 펍지 유니버스 총괄, 미스터리야말로 우리의 원동력이다
2021-08-09
글 : 송경원
사진제공 크래프톤

“무언가를 창조해나간다는 것은 신나고 가슴 뛰는 일이다.” 펍지 유니버스를 책임지는 이성하 총괄은 창작에 매료된 사람이다. 제일기획 카피라이터에서 라이엇 게임즈로 이직했을 때 주변에선 다른 분야로의 이직에 대해 걱정했지만 그는 만드는 일의 희열에 이끌려 여기까지 왔다. 크래프톤에 입사한 뒤 이성하 총괄에게 펍지 유니버스를 책임지는 미션이 주어진 건 어쩌면 당연한 일처럼 보인다. 펍지 유니버스는 말 그대로 새로운 우주를 창조하는 것과 다름없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배틀그라운드>라는 조그만 씨앗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세계를 확장 중인 이성하 총괄에게 펍지 유니버스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배틀그라운드>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 페이크 다큐 <미스터리 언노운>, IP를 활용해 제작되는 첫 단편영화 <그라운드 제로>가 차례로 공개됐다.

=<배틀그라운드>는 본격적으로 세계관을 확장 중이다. 이전에도 콘텐츠는 만들었지만 특히 이번 두편의 영상은 본격적으로 대중을 타깃으로 한 콘텐츠를 선보인 시작이라고 봐주면 되겠다. 펍지 유니버스는 ‘배틀그라운드’에서 싹을 틔운 세계관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펍지 유니버스의 일부가 구현된 형태가 ‘배틀그라운드’라고 보면 적절할 것이다. ‘생존’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새로운 세계를 구상하고 있다.

-2019년 <에란겔의 첫 생존자>라는 2분 남짓한 시네마틱 트레일러가 공개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됐다고 봐도 될까.

=유니버스 개발 결정에 게임의 성공이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지만 설정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이것은 배틀그라운드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더 큰 주제와 더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게임 IP를 확장하여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고 현실이 어렵다는 걸 알고 있다. 기왕이면 더 큰 규모의 콘텐츠가 성공하고 나서 계획을 발표하고 싶었다. (웃음) 그럼에도 마동석 배우가 주연한 단편영화 <그라운드 제로>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본다. 펍지 유니버스는 내부에서 설정을 개발하는 부분과 외부에 콘텐츠로 공개하는 것을 함께 진행 중이다. 앞으로 확장되는 세계의 모습을 기대해도 좋다.

-<배틀그라운드>는 원래 스토리모드가 없는 생존 게임이었다. 구태여 뒤늦게 스토리를 부여하고 있는데.

=사실 <배틀그라운드>는 스토리가 없어도 되는 게임이다. 덕분에 기존 게임 스토리텔링을 따라야 하는 제약이 없어서 세계관을 펼치는 데 있어 훨씬 자유롭다. 그게 펍지 유니버스 개발자로서 이 프로젝트에 흥미를 느끼는 부분이기도 하다. 우선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부터 시작하고 싶어서 단편영화 <그라운드 제로>를 제작했다. <배틀그라운드>의 탄생에 영향을 준 교도소 폭동사건은 내용도 직관적이고 액션이라는 명확한 장르가 있어 첫 극영화로 적절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미스터리 언노운>도 마찬가지다. 다른 IP들은 현실과 다른 판타지인 경우가 많지만 펍지 유니버스는 우리의 현실 세계의 모습과 비슷하다. 우리가 가진 이런 장점을 잘 살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페이크 다큐 형식이 전략상 효과적이라 판단했다.

사진제공 크래프톤

-마강재 역에 마동석 배우를 캐스팅했다.

=교도소 폭동 스토리를 짰을 때부터 죄수의 레퍼런스 이미지로 마동석 배우를 염두에 뒀다. 그러다 아예 마동석 배우를 출연시키자는 내부 의견이 있었고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되어 바로 추진했다. 마침 마동석 배우도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 제작에 흥미를 가지고 있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영화쪽을 잘 아는 마동석 배우에게 크고 작은 도움을 받았다. 거의 제작, 기획자에 가깝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의견을 주었고 감독과 스탭들도 직접 꾸렸다. 우리로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캐스팅이었다.

-게임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여타 시네마틱 트레일러나 원작의 인기에 힘입어 영화화하는 콘텐츠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된다.

=펍지 유니버스 개발은 게임과는 별개의 팀이 진행 중이다. 세계관의 마스터플랜을 짜는 곳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배틀그라운드>로부터 싹을 틔워 출발했지만 훨씬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가령 이번 <배틀그라운드>에서 <그라운드 제로>의 단편 영상 공개와 함께 게임 내 여러 이벤트도 동시에 진행 중인데, 게임 디자인을 먼저 하고 단편 영상을 만든 게 아니라 단편 영상을 먼저 제작하고 게임 디자인을 컬래버레이션한 경우다. 앞으로 웹툰, 웹소설, 장편영화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세계의 비밀을 이모저모 보여줄 예정이다.

-펍지 유니버스는 가상의 홈페이지, 페이크 다큐멘터리, 단편영화 등 여러 경로를 사용한다.

=일단 웹툰과 웹소설은 가시권에 있다. 콘텐츠의 경쟁력을 평가하기 위해 기존의 웹툰, 웹소설 플랫폼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게임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채널에서 공개한다면 좀더 쉽겠지만 그럴 경우 게임의 부속 콘텐츠처럼 보일 우려가 있다. 펍지 유니버스는 때론 <배틀그라운드>와 함께하고, 때론 독자적인 영역에서 새로운 이야기들을 선보일 것이다. 애매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거야말로 우리가 의도한 부분이다. 아직은 펍지 유니버스가 하나의 설명으로 명확하게 정의되는 걸 원치 않는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면 다음이 계속 궁금해지길 바란다. 장르적으로 접근하자면 미스터리야말로 우리의 원동력이다.

-디즈니와 같은 종합 미디어 그룹이 목표인가.

=너무 먼 이야기다. (웃음) 확실하지 않은 것을 입 밖으로 꺼내는 편이 아니다. 장기적으론 장편영화나 드라마 시리즈 등 긴 호흡의 영상 콘텐츠를 구상 중이라는 정도만 말할 수 있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지만 당장은 생존이란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개별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하나씩 잘 만드는 게 목표다. 그렇게 대중과 접점을 늘려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랑받는 IP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브랜드 크리에이터로서 <배틀그라운드>와 펍지 유니버스, 크래프톤의 미래를 말한다면.

=크래프톤의 브랜딩은 내 영역 밖의 일이다. (웃음) 펍지 유니버스에만 한정해 말하자면 까면 깔수록 더 궁금해지는, 양파 같은 브랜드가 되고 싶다. 세계관에 생명을 부여하는 건 결국 이야기를 보는 관객이다. 콘텐츠 자체로서의 완결성과 재미가 있는 건 기본이고 그 뒤에 이어질 이야기가 더 보고 싶어지는 콘텐츠, 미스터리의 신비를 잃지 않을 이야기를 만들고자 한다. 특정 작품의 제작자보다는 이야기의 장을 마련한 설계자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7분 안에 24킬? 마동석 형님이라면 가능합니다

사진제공 크래프톤

<그라운드 제로> 감독 김지용 · 출연 마동석

한마디로 설정을 몰라도 충분히 재미있는 단편영화다. <배틀그라운드>의 창시자 세르게이 칼림닉에게 영감을 준 한편의 비디오에 대한 소문이 있다. <그라운드 제로>는 이른바 ‘굴락 비디오’라고 불리는 이 전설의 실체를 공개한다. 1983년 한국 호산 교도소에서 폭동이 일어난다. 인간병기 마강재(마동석)는 자신에게 걸린 현상금을 노리고 덤벼드는 재소자들을 불도저처럼 쓸어버린다.

이미 장르가 되어버린 마동석표 액션의 쾌감을 압축한, 말 그대로 시원하고 통쾌한 액션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남한산성>의 김지용 촬영감독이 연출과 촬영을 맡았고 허명행 무술감독, 모그 음악감독 등 충무로 최고의 스탭들이 참여한 만큼 흠잡을 데 없는 완성도를 자랑한다

사진제공 크래프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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