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폐허가 '되어가는' 공간에 끌린다
2021-12-02
글 : 송경원
사진 : 최성열
6가지 경로로 읽는 <지옥>, 연상호 감독의 코멘터리

잘하는 걸 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걸 하는 길. 얼핏 비슷하게 들리지만 둘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반드시 잘하리라는 법은 없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꽤 많은 경우 창작의 괴로움은 능력과 욕망이 불일치할 때 피어나기 마련이다. 연상호 감독이 이를 해결한 방식은 영리하다. 할 수 있는 걸 꾸준히 하되 그걸 잘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아가는 것이다. 데뷔작은 물론 장편애니메이션 <돼지의 왕>(2011), 근작인 영화 <반도>(2020)를 거쳐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까지 연출자로서 연상호는 늘 마이너한 길을 걸어왔다. 작품이 흥행했을 때도 연상호의 취향이 바뀐 적은 없었다. 그저 마이너한 그의 감성이 대중적으로 잘 받아들여질 수 있는 시대가 만들어졌을 따름이다. 기획자로서의 감각도 빼어난 연상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부산행>(2016) 이후 연상호는 서브 컬처 기반의 마이너한 소재들이 잘 받아들여질 수 있는 무대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대중의 취향을 맞춰나가는 대신에 자신의 취향이 대중을 향해 효과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어나간 것이다. 그리하여 연상호는 단편애니메이션부터 실사영화, TV드라마, OTT 시리즈까지 거의 모든 플랫폼과 형식을 두루 경험한 희귀한 연출자가 되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에서도 연상호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잘하는 것을 했다. 그 결과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TV쇼 부문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지옥>은 어떻게 세계를 매료시켰나. 연상호 창작의 비밀을 여섯 가지 경로로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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