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1. 마이너 감성으로 전세계를 와이드로 공략하기
2021-12-02
글 : 송경원
6가지 경로로 읽는 <지옥>, 연상호 감독의 코멘터리

영상 콘텐츠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현재 영화와 시리즈를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는 결국 상영시간이다. 만화책 1권을 1~3화, 2권을 4~6화로 나눴다. 여타 시리즈와 비교하면 매화의 완결성도 높은 편이다. 총 6부작 구성으로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넷플릭스의 가이드는 따로 없었다. 몇 부작으로 할지도 전적으로 창작자에게 맡긴다. 드라마 <방법>을 할 때는 12부작, 매화 50분 안팎의 이야기를 짜야 한다는 명확한 틀이 있었다. 반면 넷플릭스는 상영시간과 외적인 조건에서 자유롭다. 내 역량의 문제도 있고 6부작 이상으로 가고 싶진 않았다. 매 에피소드가 영화 같은 느낌이 있길 바랐다. 내겐 영화가 그런 것 같다. 좀더 압축적이고 느슨한 부분이 없는 매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알차게 담아내고 싶었다.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 시리즈까지 거의 모든 플랫폼을 다 경험한 감독은 많지 않다.

플랫폼에 맞춰나간다는 의식은 딱히 없다. <지옥>도 솔직히 네이버 웹툰에서 잘될 만한 내용은 아니었다. <방법>도 방송국 월화 드라마에 적합한 소재는 아니었고. 좀비물인 <부산행>도 사실 메이저한 프로젝트라곤 볼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분명히 있으니 반대로 그걸 잘 받아줄 플랫폼을 찾는 쪽에 더 가깝다. 시절에 따라, 상황에 따라 환경은 바뀌니까. 그런 의미에서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스트리밍 서비스는 마이너한 감성을 메이저하게 실어나를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직접 결제하는 적극적인 시청자들이 있고 장르 팬들도 많다.

결국 연상호라는 창작자의 코어는 어디까지나 서브 컬처인 것처럼 보인다.

과거 단편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엽기토끼’ 같은 플래시애니메이션을 해야 할지 고민한 적도 있지만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장편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대세는 ‘한국의 미야자키 하야오’를 육성하기 위한 대형 프로젝트였는데 역시나 내가 할 수 있는 방향과는 달랐다. 나는 기본적으로 마이너한 감성과 재능을 가진 사람이다. 과거에는 이렇게 생각한 적도 있다. 기왕에 내가 마이너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 마이너한 감성을 월드 와이드하게 공략해야겠다고. 옛날엔 그저 공상이었지만 지금은 그게 가능해진 시대가 왔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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