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사자들의 디자인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있다. 캐릭터의 외견은 폐타이어를 두른 것 같은 질감에 고릴라 같은 움직임을 보여준다. 약간 조악하게 보이기도 하는데.
취향이 반영됐다고 볼 수도 있다. 키치적인 요소랄까. 90년대 일본 B급영화들의 살짝 조악하고 기괴한 이미지를 좋아한다. 일종의 특수촬영물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현실보다 더 현실처럼 매끈한 CG보다는 특수효과의 아날로그적인 질감, 실오라기가 보일 것 같은 감성에 대한 동경이 있다. 이미지 작업은 감각에 지배받는 거라 어렸을 때 받은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걸까. (웃음) 의도하지 않아도 결국 만들어놓고 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집합이 되어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지옥의 사자들이 시연할 때 과도한 폭력을 전시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야말로 무자비하게, 다양한 방식으로 육체적인 학대를 행사한다. 대로변, 집 안, 강가, 세팅된 무대까지 폭력을 시연하는 공간도 다양하다.
설정상 지옥의 사자들은 갑자기 등장한 게 아니라 인류와 오랫동안 함께해왔다. 인류사에 과학과 이성이 우위에 선 시대가 몇 백년이 안된다.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지옥의 시연이 있었을 것이다. 그 설명할 수 없는 압도적인 폭력에 대해 여러 문화권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하고 기록한 것이 오늘날 지옥의 여러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인류가 상상했던 여러 형태의 지옥에 대한 원형이라고 보면 된다. 지옥이라는 공간이 직접 나오진 않지만 어딘가에 있을 지옥을 연상할 수 있는 행위들이 필요했다. 불태워 죽이는 것, 찢어 죽이는 것, 때려죽이는 것 등이 모두 지옥의 외형적 이미지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다양한 공간에 맞춰 지옥의 일부를 현실에 소환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웹툰과 달리 천사의 이미지도 특이하다. 거대한 얼굴만 나온다. 게다가 목소리 특별 출연을 <방법>의 정지소 배우가 했는데, 팬들은 이런 요소에 또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진다.
결론부터 말하면 <방법>과는 아무 상관없다. 연상호 유니버스는 기획된 밑그림 같은 게 없다. 자연스럽게 이어질 순 있겠지만. 웹툰의 천사는 여성 이미지였는데 그대로 가져오면 불필요한 추측이 나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성별을 지우고 얼굴만 클로즈업했다. 여러 컨셉 아트를 그렸는데 그 컨셉 아트와 가장 닮아 보이는 게 정지소 배우였다. 그래서 부탁해서 CG 스캔을 받고 목소리도 맡았다. 정진수 의장도 내내 말하지만 사람들은 무의미한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