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2. 민혜진과 정진수, 소도와 새진리회
2021-12-02
글 : 송경원
6가지 경로로 읽는 <지옥>, 연상호 감독의 코멘터리

“3화까지가 묵직한 이야기였다면 4화부터는 뜨거워질 것”이라고 인터뷰했다. 전반부가 신의 의도와 인간의 죄, 지옥의 유무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면 4화에서부턴 선택의 문제가 두드러지는데.

처음에 썼던 대본은 영화 한편 정도의 분량으로 모든 내용이 뒤섞여 있었다. 본래는 애니메이션 <지옥>처럼 새진리회가 대세가 된 설정에서 출발했는데, 최규석 작가가 큰 전환을 해보자고 해서 일종의 프리퀄처럼 아예 새진리회의 첫 시작으로 돌아가서 다시 썼다. 그렇게 대본에 있는 요소들을 분해하고 재조합해서 지금의 1~3화가 나왔다. 그 과정에서 탈락된 소재가 아기 튼튼이의 시연에 대한 에피소드였다. 그런데 웹툰 연재를 하다 보니 뺐던 소재들이 계속 눈에 밟혔다. 남은 재료들을 가지고도 이야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이야기에 살을 보탰고 4, 5, 6화가 만들어졌다. 쓰는 입장에서는 4, 5, 6화를 더 재밌게 썼다.

1~3화까지는 정진수 의장(유아인)과 민혜진 변호사(김현주), 진경훈 형사(양익준)의 명확한 대립각이 있다면 4화 이후에는 배영재(박정민), 송소현(원진아)을 제외한 모든 세계가 적대적이다.

민혜진이 이끄는 소도는 믿는 바대로 행동한다는 점에서 사실 ‘의도’를 강조한 정진수 의장과 닮았다. 그럼에도 새진리회보다는 조금 더 나아 보이는 차악이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민혜진의 마지막 선택은 소도의 입장과는 상반되는 것인데 그런 부분이 재미있다. 믿어온 것들, 옳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배신했을 때의 고뇌와 변화 같은 거 말이다. 생각해보면 늘 그렇게 살짝 뒤틀린, 그럼에도 끝내 해야 하는 행동에 매료되었던 것 같다.

마지막에 민혜진이 탈출할 때 도와주는 택시 기사가 말한다. “신이 어떤 놈인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어요. 확실히 아는 건 여긴 인간들의 세상이라는 겁니다. 인간들의 세상은 인간들이 알아서 해야죠.”

<지옥>은 판타지적인 상황이지만 비슷한 일들은 현실 속에서도 많이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2화에서 민혜진의 엄마가 지옥의 사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한테 암 선고한 의사 같은 놈들이구나”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이건 아주 특이한 일은 아니다. 알 수 없는 불행, 이데올로기 등 형상화되지 않았을 뿐 지옥의 사자를 대체할 수 있는 상황은 현실에 얼마든지 있다. 왜 지옥의 사자가 찾아오는지는 설명하기 어려워도 사람들의 반응을 구상하는 건 훨씬 명확하고 수월하다. 내가 주변에서 보고 느낀 것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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