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자로서 연상호는 워낙에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걸로 유명하다. 배우가 캐릭터에 부피를 만들어내는 건 그만한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는 연출 방식 덕분이기도 하다.
캐릭터와 연기라는 분야에선 배우들이 전문가이니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당연하다. 캐스팅을 할 때 캐릭터에 필요한 이미지도 있지만 그 밖에 내가 필요한 재능들을 가지고 있는 분들을 모시려 한다. 각자 다른 톤의 연기를 모아서 재밌는 그림을 만든다고 할까. 예를 들어 민혜진 변호사 역의 김현주 배우는 그동안 쌓아온 신뢰할 수 있는 이미지가 있다. 동시에 4화 이후에는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부분도 선보이고 싶었다.
이번 현장도 효율적이고 합리적이었다고 배우들이 입 모아 말했다.
<염력> 이후 대본 리딩을 한번도 안 했다. 실제 연기랑은 다르지 않나. 일종의 세리머니, 불필요한 의식 같다. 대신 콘티에 대한 자세한 브리핑을 하루나 이틀에 걸쳐 한다. 명확한 계획을 공유하여 영화의 조감도를 머릿속에 그려주는 거다. 그럼 배우들이 내가 원하는 연기, 그 이상을 준비해서 캐릭터에 부피를 더해준다. 내 역할은 큰 틀을 잡아주는 거고, 그 안에서 배우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길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