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기획] 2022 한국독립영화결산④ 이들의 두 번째 영화를 보고 싶다
2022-12-01
글 : 김소미
차기작 어려운 현실 속 신진 창작자들의 현재와 미래

한해에만 수많은 데뷔작이 영화과 졸업작품,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제작 지원작 등으로 완성되지만 그렇게 발굴된(혹은 사비를 털어 스스로 발굴한) 창작자들의 차기작을 보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2015년부터 한국 독립예술영화에서 데뷔작이 차지하는 편수가 급격히 늘어나 2022년 현재 증가세는 계속 유지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극장에서 개봉한 한국 독립예술영화는 약 120편으로 이중 장편 데뷔작은 59편이다(영화진흥위원회 2022년 개봉일람 기준).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장편제작 연구과정 작품 6편(<윤시내가 사라졌다> <낮과 달>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그 겨울, 나는> <썬더버드> <파로호>), 한국예술종합학교 산합협력단 영화 3편(<거래완료> <세이레> <옆집사람>) 등이 있지만 데뷔작 대다수가 영진위 제작지원, 영화제 기획개발비, 지역 영상위원회 지원에 의존해 제작비를 마련한 경우다. <성덕>은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기획개발지원사업 500만원, EBS 국제다큐영화제 피칭 상금 500만원, 부산영상위원회 부산지역 영화제작 지원사업 2500만원, 영진위 독립·예술영화 제작지원사업 3천만원 등에 감독 사비를 보태 총 7천만원으로 작업했고, 후반에는 예산 부족으로 난항을 겪었다. 영화제에 이어 방송 출연, 책 출간 등으로 화제를 낳은 독립영화 축에 속하지만 정작 감독은 “영진위 독립예술영화 개봉지원사업에는 계속 떨어져 배급사가 P&A를 모두 부담하면서 수익이 불투명한 상황”에 처했다. 인건비, 촬영일수 증가로 지원금만으로는 예산이 충당되지 않아 결국 지원금을 토해내는 경우가 생기는가 하면, 일부 감독(<둠둠> <만인의 연인>)은 제작사와 손잡고 추가 투자처를 찾는 드문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지원금이 점차 상승 중인 영진위, 지역영상위 등을 통해 적게는 1억원대, 많게는 3억원 후반대까지 확보한 작품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올해 평단에서 독립영화다운 자유분방함, 재기발랄함, 예각을 세운 정서로 주목받은 작품들이 제작지원 제도의 바깥에 있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는 여태 어떤 제작지원에도 당선된 적이 없는 박송열 감독이 아내와 가내수공업처럼 만든 작품이고, <성적표의 김민영>은 영진위 단편부문 제작지원으로 획득한 900만원 외에는 추가 예산을 마련하지 못했으며, 영진위 개봉지원사업 역시 두 차례 낙방 끝에 4천만원을 지원받아 40개 남짓한 스크린 수로 소규모 개봉했다. 이는 곧 지원사업 심사의 평가 기준에 대한 질문을 낳는다.

취재에 응한 올해 데뷔작 혹은 차기작을 낸 감독 17인(김세인, 오세연, 윤단비, 임승현, 임지선, 정원희, 한인미, 그외 익명) 중 개봉 후 수익을 얻었다고 말한 감독은 단 2명이며, 이들 대부분이 ▲지원사업 및 공모전 심사위원단의 예술적 비전 부족 ▲데뷔작 발표 후 상업 필드에서 독립영화감독을 바라보는 편견이나 존중 부족(이미 연출 데뷔한 감독들에게 작가의 역할만 기대하거나 리메이크작만 맡기는 현실, 상업 신에서 재검증받아야 한다는 시선 등) ▲연출료 및 계약 조건에 대한 산업적 정보 부족과 네트워킹 부재 등을 차기작 작업의 어려움으로 꼽았다. <성적표의 김민영>의 임지선 감독은 “독립영화 유통배급센터 인디그라운드의 매칭 워크숍을 통해 관련 교육을 받고 배급사 엣나인을 만난 것”을 긍정적인 사례로 평가하기도 했다.

김동현 영진위 독립예술영화지원 소위원장(서독제 집행위원장)은 “현재 한국 독립영화의 중요한 기로는 얼마나 영화적인 비전을 가진 두 번째 작품이 나오느냐에 달려 있다”고 내다봤다. 그런 한편 “데뷔작이 너무 많이 누적되어 있기 때문에 신진 작가에 초점을 맞추게 되지만 그만큼 중견 창작자들도 정확히 지원할 수 있는 제작지원의 규모가 필요하고, 제작지원의 범람 속에서 애매한 상업적 가치를 획득한 채 독립영화라 불리는 영화들을 어떻게 바라볼지 담론이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11월23일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독립지원상 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의 김동령 감독은 “독립영화가 지원을 받고 배려와 관심을 받아야 하는 존재로 인식되어왔지만 진정한 지원은 독과점을 철폐하고 시스템을 바꾸는 일”이라고 극장 독과점이라는 본질적 문제 또한 되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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