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기획] 제48회 서울독립영화제 추천작 소개③, ‘뉴웨이브 이후 대만영화의 기수들’ 초청전
2022-12-01
글 : 김성찬 (영화평론가)
주목해야 할 이름들
<피노이 선데이>

1980년대 중반에 시작해 1990년대에 마쳤다고 평가하는 대만 뉴웨이브의 파동은 주지하듯 허우샤오시엔, 에드워드 양, 그리고 차이밍량이라는 이름으로 일어났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새로운 물결이라는 명명에서도 알 수 있듯 이들의 작품은 전통의 재해석, 또는 배격, 더 나아가 완전한 재탄생으로 특징지을 법한데, 이런 수사도 2022년 현재 되레 도전과 반발 앞에 놓인 또 다른 전통으로 보인다. 최근도 이 개척자 세명을 자주 호명하지만 현 대만영화계가 주목을 요하는 다른 이름들이 있다. 청몽홍이 그 선두 주자라면 후앙시, 호위딩, 미디 지, 양야체, 수자오렌 감독 등은 꾸준히 레이스를 펼치는 성실한 러너들이다. 이번 서독제 해외초청 프로그램은 기존 대만 뉴웨이브 삼인방을 잇는 ‘뉴웨이브 이후 대만영화의 기수들’을 소개해 특정 분야로 편중했을지 모를 우리의 영화 경험에 기분 좋은 자극을 꾀한다.

뉴웨이브 이후를 말하지만 그렇다고 청몽홍을 포함한 새로운 대만 감독들과 이전 뉴웨이브 사이에 단절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그보다 뉴웨이브 감독들과 끊어진 듯하면서도 희미하게 연결된 채로 새로운 조류를 창조하고 있다고 보는 게 합당할 터다. 여기에는 이전과 같은 흐름, 방향을 바꾼 궤적, 느닷없이 떨어져 박힌 흔적이 있다. 이런 논의를 종합하는 영화라면 <10+10>(2011)일 것이다. 대만 건국 100주년을 기념해 감독 20명이 각각 5분 분량으로 만든 영화를 모아놓은 이 작품은 짧은 러닝타임 때문에 깊이 살피기 어렵다는 한계는 있지만 신구 세대가 구사하는 영화 작품이 지닌, 유사하거나 다른 경향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특히 이전 대만영화계와 비교해 가장 동떨어진 기질을 품은 작가는 청몽홍이라 할 만한데, <10+10> 속 단편 <메아리>에서는 그의 작품이 지닌 강렬함과 역동성이 축약돼 있다. 또 그의 장편 <네 번째 초상화>(2010)는 그만의 영화언어가 구체화한 작품으로 여겨져 주목된다.

<10+10> 중 <메아리>

한편 차이밍량처럼 말레이시아 출신인 호위딩의 <피노이 선데이> (2009), 미얀마에서 온 미디 지 감독의 <빙독>(2014)은 대만 바깥에서 유입한 독보적인 시선으로서 현재 대만 예술영화를 풍성하게 하는 작품이다. 특히 호위딩의 초기작 <피노이 선데이>는 두 필리핀 이주노동자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고전영화의 양식을 차용해 이전 대만영화와는 다른 반경을 제시한다. 또 뉴웨이브의 전통을 잇는 동시에 독자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작품은 후앙시의 <조니를 찾아서>(2017)다. 이 영화는 그를 허우샤오시엔의 후예로 평가하는 만큼 부침이 적은 서사 진행과 서정성을 간직한 한편으로 감독의 새로운 시도를 포함하는데, 동시대 일본 작가 미야케 쇼와 이시이 유야의 작품을 떠오르게 해 조심스레 모종의 영향을 짐작하게도 한다. 이 밖에 부산국제영화제 출품작 수자오렌의 <17세의 꿈>(2012)과 <남색대문>(2002)의 조감독이자 <여친남친>(2012)의 감독인 양야체의 <대담하거나, 타락하거나, 아름다운>(2017) 등은 과거 대만 청춘영화를 반추하게 하면서도 장르적 성격을 잘 배합해 대만영화의 현주소를 이해하는 데 길잡이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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