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기획] 제48회 서울독립영화제 추천작 소개②
2022-12-01
글 : 씨네21 취재팀

사갈

이동우 | 한국 | 2022년 | 156분 | 본선 장편경쟁

<셀프-포트레이트 2020>에서 한때 단편영화로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이력이 있지만 지금은 알코올중독과 조울증에 시달리며 노숙 생활을 하고 구치소를 드나드는 인물을 선보여 주목을 끌었던 이동우 감독의 신작이다. 감독은 이번에도 문제적 인물을 내세워 지난 작품이 품은 진기한 기운을 재현한다. 감독의 대학 시절 영화과 동기이자 10살 많은 형인 박건호는 사채를 굴리는 동시에 본인도 빚에 허덕인다. 배달 대행 일로 삶을 꾸려가던 그는 도박에 손을 대면서 뱀과 전갈이라는 뜻의 사갈, 즉 남을 해치거나 혐오감을 주는 사람으로 전락한다. 자신의 처지와 책임을 객관화해 인식하는 듯하면서도 채무자에게서 수금한 돈을 재차 도박으로 날리고 자기 합리화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자면, 지난 작품 속 노숙자의 초상이 오버랩된다. _김성찬 영화평론가

이어지는 땅

조희영 | 한국 | 2022년 | 88분 | 본선 장편경쟁

런던에 유학 중인 호림(정회린)은 우연히 줍게 된 캠코더에서 낯선 여자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본다. 얼마 뒤 호림은 우연히 옛 남자 친구 동환(김동환)과 마주치고 그의 새 여자 친구 경서(김서경)와도 만나게 된다. 어색한 시간을 보내던 중 경서의 친구 이원(공민정)이 등장하는데, 그녀는 호림이 주웠던 캠코더 속 그 여자다. 한편 이탈리아 밀라노로 돌아온 이원은 우연히 알게 된 낯선 남자 화진(류세일)과 길을 걷는다. 기묘한 우연과 미묘한 인연이 이들의 이야기에 특별한 기운을 불어넣는다. 인물들은 이국의 도시를 걷고 또 걷는다. 영화는 롱숏을 통해 공간 속의, 세계 속의 일부로서의 인물들을 느슨하게 담아낸다. 그들이 디디고 서 있는 땅이 이어지듯 그들의 이야기 또한 은밀히 이어진다. _박정원 영화평론가

수라

황윤 | 한국 | 2022년 | 102분 | 본선 장편경쟁

황윤 감독은 서울에서 군산으로 이사를 왔다. 지난 2006년, 갯벌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다가 새만금 간척 사업과 지인의 죽음으로 촬영을 포기한 적이 있었기에, ‘새만금의 도시’로 이사 오게 된 것은 그에겐 운명과도 같은 일이었다. 군산에서 새만금 시민 생태조사단으로 활동 중인 오동필을 만난 윤은 갯벌을 기록하기 위해 다시 카메라를 든다. 조금 더 아픔을 느낄 수 있는 이들은 저어새 같은 멸종 위기 동물들에게 중요한 삶의 터전인 갯벌을 지켜내고자 한다. 경이로운 풍광과 함께 남겨진 ‘아름다움을 본 것이 죄일까?’라는 절박한 물음은 짙은 여운을 남긴다. <작별>(2001), <어느 날 그 길에서>(2006), <잡식가족의 딜레마>(2014) 등 동물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온 황윤 감독의 영상미가 돋보이는 신작. _박정원 영화평론가

박중권 | 한국 | 2022년 | 111분 | 본선 장편경쟁

진안에서 백숙 가게를 운영하던 옥순(박순옥)은 남편을 잃은 뒤 코로나19에 따른 여파로 장사가 시원치 않자 폐지를 주워 생활한다. 이맘때면 몰려오던 관광객도 없어 휑한 거리를 돌아다니는 이라곤 리어카를 끄는 옥순밖에 없다. 그녀에게 유일한 낙이라면 정해진 시간에 성당의 종을 울리는 일이다. 작품은 코로나19가 초래한 고립과 단절의 풍경을 다룬다. 밧줄로 무거운 쇳덩이를 움직여 종을 울리는 일이 버튼만 누르면 스피커로 타종 소리가 전달되는 방식으로 바뀌는 사건은 물리적, 심리적 접촉으로 살가웠던 시대가 격리와 거리두기라는 쓸쓸한 시기로 변모한 것의 은유라 할 만한데, 이 안에서도 희망과 온정을 지켜내려는 옥순의 고요하지만 단호한 심성에 눈이 간다. _김성찬 영화평론가

늦더위

서한솔 | 한국 | 2022년 | 126분 | 본선 장편경쟁

어느 늦은 여름, 8년 넘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32살의 동주(나도율)는 마지막이라 생각했던 시험에서 떨어지고 막막한 시간을 보낸다. 주변 사람들의 걱정과 관심에 지쳐가던 동주는 이도 저도 아닌 자신의 현실로부터 도망치듯 서울을 떠나 정처 없이 이곳저곳을 떠돈다. 그 과정에서 옛 인연들과의 재회,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삶을 조용히 되돌아본다. ‘늦더위’라는 영화의 제목은 또래에 비해 사회적 속도가 비교적 느린 동주가 마주한 상황과 마음을 은유한다. 영화의 시간적 배경이기도 한 늦여름의 느릿느릿하고도 가라앉는 기운은 동주의 내면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세상의 속도에 발맞추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을 이들에게 뭉근한 위로를 건네는 영화. _박정원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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